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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이 아빠 Dec 26. 2016

자전거로 후쿠오카 바라보기

중고 사이트나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자전거 판매에 대한 글을 수 없이 읽으며, 교통비를 절약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알아보고 있었다. 지난번에 걷다가 생각났던 일을 시행해 보고자 몇 주째 인터넷과 씨름을 벌였다. 필요한 것이 있거나, 사고 싶은게 있으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나는 이렇게 살 때까지 매달리는 이 나쁜 습관 때문에 한국에서도 필요없는 물건만 잔뜩 산 적이 있다. 소비 패턴은 여기서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자전거 한대 때문에 이렇게 집착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적당한 가격에 맞는 자전거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전에 슈지상에게 물었을 때는 북오프라는 중고샵이나 일본 중고 사이트에서 구매를 하라고 알려줬다. 미유키도 아는 친구나 지인을 통해서 물어봐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한지가 어느새 몇 주를 지나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반포기 상태로 있을 때 투숙객 중에 한 일본인이 자기가 안 쓰는 자전가 있는데 괜찮으면 주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술을 드시고 하는 농담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본인이 자전거를 좋아해서 일본 일주도 했다며, 나와 이야기를 하고 맘에 든다며 한대를 보내준다고 하니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을 했다. 그래도 보내 주겠다고 하니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어디서 보내줄건지를 물으니 센다이에서 보내준다고 하여 놀랬다. 그렇게 먼 곳에서 보내주실거면 괜찮다고 하니 자기가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들 녀석 시켜서 보낼테니 걱정을 하지 말라고 했다. 가까운 큐슈도 아니고 센다이라니 너무도 미안하고 고마웠다. 배송비도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니 버리는 것보다는 필요한 사람 주는게 더 낫다며, 가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객지에서 여행하면서 돌아다니는게 부럽다고 했다. 거절을 하기도 뭐해서 술을 몇 잔 사주고, 자전거를 받기로 했다. 

며칠이 지나고 센다이에서 자전거가 도착을 했다. 상태도 좋았고, 수리도 말끔히 해서 보내주셨다. 받는 사람 아래에는 친절하게도 '힘내(간바레)'라는 문구와 함께....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객지에서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여준 성의에 감사함과 미안함에 감격하고 말았다. 그 길로 슈지상의 도움으로 감사 엽서를 보내드렸다. 처음으로 받아 본 큰 선물이었다. 돌아가는 날까지 열심히 타야겠다고 다짐하며, 자전거 자물쇠를 사러 힘차게 페달을 굴려봤다. 자전거 특유의 드르륵 소리와 함께, 두 발에 힘을 주니 처음 산 것 마냥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1월의 끝자락에서 자전거를 타는데도 전혀 춥지가 않다. 이젠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2012년의 처음부터 기분 좋게 시작한다. 남은 일본 생활도 이렇게 즐거웠음 좋겠다. 

다이소에서 자물쇠를 구매하고 시계를 보니 아직도 오후였다. 아직 오후기도 해서 가볍게 모모치 해변까지 달려갔다. 걸을 때 보다 확실히 편했고, 오르막 길 없는 평지만 계속 되어 있어서 달리는 기분도 좋았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했던가? 기분이 좋으니 그 날의 풍경도 더 달려져 보였다. 바다를 보고 있자니 더 큰 바다가 보이는 따뜻한 곳으로 가보고 싶다. 다른 건 생각 안하고, 여행만 생각하니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또 다른 풍경을 생각하며 떠날 궁리만 한다. 이제 그만 돌아가 봐야겠다. 

며칠 후 마음먹고, 장거리로 가보자 했다. 너무 먼 시외 보다는 가깝지만 덜 힘든 곳으로 페달을 굴렸다. 자전거를 타는 풍경도 각양각색이다. 교복을 입고, 짧은 치마를 입고, 정장을 입고 또는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들이 애니메이션에서만 보았던 한장면 같았다. 가는 곳곳마다 자전거에게 양보를 하고, 뒤에서 경적을 울리거나 하지 않는다. 벌써 한국이었으면, 욕부터 하고 자전거 가지고 들어가라고 했을텐데, 여기는 양보하고 다치지 않게끔 조심스레 피해간다. 그리고는 먼저 가라고 손짓한다. 

중간에 잠시 들린 편의점에서 음료수 한잔과 치킨을 먹으며, 쉬고 있으니 신기한 듯 사람들이 지나가며 물어본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추운데 자전거는 힘들지 않은지, 한국에 본인이 간 여행 이야기 등을 주고 받았다. 떠나면서 사람들은 늘 '조심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길을 따라가니 쿠루메시다. 생각보다 멀리 와 버렸다. 이럴려고 온 것은 아니었는데, 다시 돌아갈 생각에 앞이 캄캄했다. 그래도 기왕 온김에 관광을 하고 내일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낯선 도시에 와 버렸다. 가진 것은 내 자전거와 카드만 있을 뿐이었다. 핸드폰으로 주변 호텔을 검색해서 예약을 하고, 자전거 주차 여부 확인 후 투숙을 했다. 오래만에 제대로 된 방에서 자게 된 것에 기분이 좋았다. 쿠루메는 작은 도시라 그런지 큰 건물이 많지는 않았다. 다만, 쇼핑센터가 간간히 보여서 여기 사람들은 쇼핑만 하나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렇게 할 일도 없어서 주변 포장마차에서 라면 한 그릇과 맥주를 하며, 여행의 피로를 풀어본다. 호텔에 도착해 따뜻한 물에 들어가니 긴장감이 풀려서인지 잠이 쏟아졌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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