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 지나 남쪽에는 봄이 오고 있었다. 다른 지방보다 먼저, 봄이 오는 큐슈에는 벚꽃도 일찍 개화한다. 그 분위기를 느끼고 있을 때 내가 기약했던 시간이 다가옴을 느꼈다. 적응했다 생각했다. 하카타의 특유의 사투리와 음식, 사람들 그리고 분위기까지도....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을 바라보며, 고민을 하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다른 곳에서 치유하며, 버텨온 이 시간들을 이제 정리해야 했다.
슈지상은 못내 아쉬워했지만, 캐나다에서도 행복하라는 말은 잊이 않았다. 일본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도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다시 캐나다로 간다고 했을 때 부럽다고 대단하다고 했다. 유목민 또는 집시 같이 떠도는게 무엇이 부럽냐고 하니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부럽단다. 나도 여러 곳에서 다른 환경에서 적응하는 내가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기도 했다.
친구들과의 잔치는 떠들썩하게 이틀 동안 즐겼고, 마지막 투어도 아름답게 마무리 했다. 일본에서 도움을 받았던 분들께 서툰 글씨의 일본어로 엽서를 보냈다.
물건들은 하나둘씩 처분하거나 다음 사람을 위해 선물로 남겨 두었다. 정리된 방을 바라보니 처음 왔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공허했던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홀가분 했다. 정들었던 방이었고, 내 체취가 조금쯤은 남아 있는 이 곳도 떠날 생각에 섭섭했다.
많은 일들과 새로운 경험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좋은 추억을 안고 나는 떠난다.
30대를 처음 맞았던 이 곳에서 다시 한번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다시 떠난다.
아리가또(고마워) 나의 큐슈, 마타네(다시 보자) 나의 큐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