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5 수도원의 기도
이제 이 수도원의 기도 생활을 잠시 엿보려 한다. 수도원의 기도는 자유로운 형식의 개인 기도가 아니라 함께 바치는 공동 기도를 말한다. 이 기도는 예전에는 성무일도(聖務日禱, Officium Divinum)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사제와 수도자 등 성직자가 의무적으로 바치는 기도라는 뜻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의 전례 개혁 이후로는 시간 전례(Liturgia horarum)라는 용어로 바뀌었다.
옛 수도원의 일과표를 볼 때 우선 기도의 횟수에서부터 놀라고 만다. 와우! 하루 여덟 번이라니! 한밤중에 바치는 밤기도를 시작으로, 아침기도, 낮기도, 저녁기도, 끝기도가 이어진다. 낮기도는 한 번이 아니다. 아침기도와 저녁기도 사이에 네 번의 기도를 배치했다. 각각 일시경, 삼시경, 육시경, 구시경이라 한다. 이 시간경의 명칭은 로마 시대의 시간 구분이다. 지금의 시간으로 바꾸면 대략 7시, 9시, 12시, 15시가 된다. 모두 합하면 하루 여덟 번의 기도가 된다. 여기에 하루 한 번의 미사 시간이 따로 있다. 흩어졌다 모이기를 아홉 번 하는 셈이다.
이 기도들은 예전에는 야과(夜課), 조과(朝課), 만과(晩課), 종과(終課) 등으로 불렸다. 조과는 찬과(讚課)라고도 했다. 낮기도는 일시과(一時課), 삼시과(三時課), 육시과(六時課), 구시과(九時課)로 불렀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번역할 때, 이윤기 선생이 이 명칭들을 사용했다. 기도 생활을 오래 한 할머니 신자 중에는 아직도 이 명칭을 사랑하는 분들이 꽤 있다.
왜 여덟 번인가. 성경에 근거가 있다. “하루에도 일곱 번 당신을 찬양하니”(시편 119,164)라는 구절과 “한밤중에도 당신을 찬송하러 일어납니다.”(시편 119,62)라는 구절을 따른 것이다. 베네딕토 성인은 이런 기도 전체를 ‘하느님의 일(Opus Dei)’이라 했다. 오늘날 이 용어는 공동 기도 또는 시간 전례와 같은 의미로 통한다.
“아무것도 하느님의 일보다 선호되어서는 안 된다.” (RB 43,3)
기도 횟수도 많지만, 기도 시간은 더 놀랍다. 모든 기도에 시편 낭송이 들어 있다. 기도의 중심이 바로 시편을 통해 하느님을 찬미하는 일이다. 구약 시편은 모두 150편이다. 이를 일주일의 기도에 적절히 배치했다. 즉 시편 150편을 일주일 안에 모두 낭송하도록 했다. 게다가 중요한 시편들은 매일 반복된다. 중복된 시편까지 계산하면 일주일에 260편 정도를 낭송하는 결과가 된다. 하루에 약 40편꼴이다. 그래도 사막의 수도승들보다는 적다.
“우리의 거룩한 교부들은 하루에 부지런히 이것을 다 바쳤다고 한다. 그러니 게으른 우리는 한 주간에라도 그것을 완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RB 18,25)
시편 낭송은 빠르게 읽는 속독이 아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우리 정신이 우리 목소리와 조화되도록”(RB 19,7) 낭송하라고 가르친다. “박자를 맞추어 노래”(RB 18,12)하라고 한 대목도 있다. 많은 수도원에서 시편을 그레고리오 선율에 맞춰 노래로 바친다.
기도는 시편 낭송 외에도 찬미가(hymnus)와 찬가(canticum), 성경 독서, 응송과 청원기도 등으로 이뤄진다. 시간을 어림하기는 어렵지만, 짧으면 30분 안팎, 길면 한 시간을 훌쩍 넘긴다. 그러니 하루 여덟 번의 기도에는 모두 몇 시간이 필요한가. 차라리 하루 종일 기도한다고 해야 맞다. 하루를 통째로 봉헌하고, 기도 중에 틈틈이 일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수도원은 이 규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충실히 지켜왔다. 베네딕토 이후 1500년 동안 수도승의 기도가 쌓여왔다. 존재의 목적이 기도와 찬미였으니 기도가 많다고 불평했을 리는 없겠다. 한편으로 수도승의 노동과 활동의 측면에서 현실적인 어려움도 분명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은 성무일도의 구조를 현대 상황에 맞게 개편했다. 우선 밤기도의 명칭을 독서기도로 바꾸고 하루 중 어느 때나 바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많은 수도원에서 독서기도 시간을 한밤중이 아닌 새벽으로 옮겼다. 독서기도와 아침기도를 붙여서 연속으로 바치는 경우도 생겼다. 물론 한밤중에 드리는 밤기도의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수도회도 여전히 있다. 전통의 보존 또한 수도회의 중요한 소명으로 여긴다.
전례 개혁으로 낮기도의 횟수도 줄었다. 우선 일시경을 폐지했다. 삼시경, 육시경, 구시경 가운데 하나만 바쳐도 된다. 그러면 하루의 기도 횟수는 최소 다섯 번으로 줄어든다. 만일 독서기도와 아침기도를 붙이면 횟수로는 네 번까지 줄일 수 있다.
수도원 순례를 앞두고 방문할 수도원의 기도 시간을 조사했다. 외부인의 방문이 허용되는 수도원들은 대부분 하루 네 번 또는 다섯 번의 기도 시간을 안내하고 있었다. 평일에는 대체로 독서기도 – 아침기도와 미사 – 낮기도 – 저녁기도 – 끝기도의 흐름이 많았다. 주일에는 미사 시간을 따로 배정하기도 했다.
기도 횟수가 줄어들면 한 번에 바쳐야 하는 시편의 수가 늘어나지 않을까. 개정된 지침은 시편 전체를 일주일이 아닌 4주에 걸쳐 소화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물론 각 수도회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전제를 두었을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베네딕토회 수도원은 시편을 2주 동안에 모두 바치는 방식을 따른다고 한다. 이미 ‘게으른 우리’가 된 마당에 더 게으른 수도승이 되고 싶지는 않았나 보다.
몬테카시노 수도원을 방문한 날은 평일이었다. 새벽 5시에 기상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이어서 5시 30분에 성당에 모여 첫 기도인 독서기도를 바쳤다. 마친 시간이 여섯 시를 살짝 넘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도승들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대개 이 시간에 개인적으로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수행한다. 온 마음을 다해 성경을 읽고 음미하는 일로, 우리말로는 ‘거룩한 독서’ 또는 성독(聖讀)으로 옮긴다. 6시 45분에 다시 성당에 모여 아침기도를 바치고, 그 자리에서 바로 미사를 봉헌했다. 몬테카시노 수도원은 하루 세 번의 낮기도를 모두 바친다. 삼시경은 미사를 마친 뒤 바로, 육시경은 점심 식사 직전에, 구시경은 점심 식사 후에 별도로 바쳤다. 그리고 저녁기도와 끝기도가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밤중에 바치던 밤기도를 새벽의 독서기도로 바꾸고, 일시경을 폐지했다. 전례 개혁의 정신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여전히 "하루에도 일곱 번" 찬미의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