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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Y Jun 08. 2024

0604 창가의 고양이

2024년 여름일기

퇴근시간 지나 텅 빈 사무실. 창문을 닫으러 창가에 갔는데 모기장 너머로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평소 보던 턱시도 녀석이었다. 모기장을 열고 인사하자 눈을 동그랗게 하고 나를 쳐다봤다.


추르를 갖고 와 보여주고, 이면지 뒤에 짜서 창가에 올려놓았다. 슬금슬금 다가와 조심스레 창가에 올라오더니 먹기 시작했다. 옆에서 추르하나를 다 짜주고 앉아 가만히 바라보자, 녀석이 창틀에 자리를 잡고 식빵을 굽기 시작한다.


'음, 내가, 그래도 여기가 안전하다 느껴지나 보네.'

 

냥이에게 놀고 있으라고 하고, 창가옆에 말라가는 호야 토피어리를 들고 나왔다. 물을 주고 다시 창가도 갔더니, '세상에', 아까까지 없던 까망 고양이가 창안으로 들어와 앉아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턱시도와 같이 다니는 조심성 많은 까망이었다.


다시 추르를 찾아 애들 앞으로 갔다. 겁 많은 까망이는 역시나 도망갔다가, 턱시도가 먹는 것을 보더니 천천히 다가와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까망이 앞에 추르를 짜주면 턱시도가 자기 것을 먹고도 까망이 것을 먹고 해서, 그마저도 많이 먹지는 못했다. 그래도 둘은 절친한 짝꿍이란 걸 안다. 어디서든 한 마리가 보이면 근처에 다른 아이가 꼭 나타나니까.

예전에 가끔 사무실 창문으로 다가와 간식을 기다리던 고등어와 금동이가 생각났다. 고등어가 나이 들어 죽은 이후에 금동이만 가끔 오곤 하는데, 이후 찾아온 새로운 커플 손님이었다.


오늘은 새로운 방문객을 맞은 첫날!

그 아이들도 건물 안이 많이 궁금했는지 한동안 앉아 구경하고 있더랬다. 맘껏 구경하게 놔두고 잠시 후 가보니 창틀은 비어있었고, 처음에 턱시도가 앉아있던 흙풀밭 자리에 까망이가 앉아있는 게 보였다. 둘이 실컷 다 구경했나 보다.


“안녕. 오늘 추르 영업은 여기까지~ 다음에 또 보자.”


턱시도와 까망이의 건물 첫 대탐험도 오늘은 여기까지. 창문을 닫고 자리를 정리했다.


주차장에 갔는데 두 마리 냥이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영화 끝나고 난 후 쿠키 영상을 보는 거 같은 서프라이즈.

정말 안녕~ 다음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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