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HY Jun 10. 2024

0608 즉석 떡볶이

2024년 여름일기

2024.6.8.(토) 비 오고 흐리다 맑음


오늘 엄마와 연천 시티투어버스를 타러 가기로 했는데 비가 온다고 해서 다음 주로 미루었다. 그래서 저녁에 동네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즉석 떡볶이. 친구가 떡볶이를 좋아해 종종 떡볶이를 먹곤 한다.


오랜만에 예전에 갔던 동네 가게로 향했다. 그런데 가게가 뭔가 많이 달라져있었다. 벽면에 빼곡하던 낙서들이 사라지고, 페인트칠이 되어있었다. 대형 음료 냉장고에만 그 흔적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리모델링을 했나 보네...'

오래된 동네 떡볶이집의 감성이 사라져 못내 아쉬웠다.


메뉴를 보는데, 2~3인분에 16,000원. 가격도 예전 그것이 아니었다. 분명 전에는 더 저렴했던 거 같은데. 이제 동네에서도 떡볶이를 먹으려면 기본 16,000원은 있어야는구나. 몇천 원으로는 떡볶이를 못 먹는 시대에 와있었다.

 

그런데 사장님의 반기는 모습과 기운이 뭔가 일반적이지 않았다. 가게에 들어왔을 때 반기는 표정에서부터, 떡볶이가 차려 나오는데 갑자기 '맛있을 거 같죠? 떡볶이 좋아하세요?' 하는 질문까지. 오랜 떡볶이 사장님의 느낌이 아니었다. 당황스럽게도 느껴진, '뭐지, 뭔가 있는데' 싶은 순간들.


우리는 곧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우리가 가게 첫 손님이었던 것...!

가오픈 상태인데, 두어 개의 포장주문은 있었지만 방문한 손님은 우리가 처음이었던 거다. 그제야 사장님의 모습과 반응이 이해되었다. 우리를 보고 눈이 동그랗게 되어 놀라 일어난 모습, 묻지도 않았는데 두근거리며 이야기하는 모습, 친근감을 표현하며 갑자기 들어온 질문들. 새로운 시작의 첫발을 내딛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아, 그러셨군요. 축하드려요."

나는 우리가 가게 첫 손님이라는 소개에 이렇게 답했다. 갑작스러운 고백(?)에 뭐라 답해야 하나 고민하다, '잘되시면 좋겠어요', '잘 되실 거예요'의 선택지 중 나온 한마디였다.


떡볶이를 끓이는데 사장님이 파인애플 환타를 서비스로 주셨다. 두근거리는 첫 손님에 대한 설렘과 방문의 고마움인 거 같았다. 예상치 못한 음료서비스에 놀라기도 했고 고마웠다. 음료는 떡볶이와 잘 어울려 내내 맛있게 먹었더랬다.


떡볶이는 양이 많은 편이었고, 김말이에 튀김까지 나와 둘이 배부르게 먹고 나왔다. 맛은 즉석 떡볶이맛. 특이하고 엄청난 게 아닌 오리지널 맛이었다. 개인취향으로 깻잎이 들어가면 어땠을까 싶었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건, 나와 친구가 가게의 첫 방문 손님이라는 것. 그런 경험은 흔치 않은데, 어쩌다 보니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다. 예전 가게라고 생각해 제대로 그 순간을 못 느낀 건가 싶어 아쉽기도 했다.


경기가 어렵다는데, 소박하지만 큰 꿈을 갖고 시작한 저분도 잘 되시길.

뭐, 지금 생각하면 즉석떡볶이가 16,000원이면 괜찮은 가격인 거 같다. 예전보다 가격이 확 올라서 당황했던 거지, 물가도 많이 올랐고 말이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우리 모두, 그리고 두근두근 자신의 것을 만들며 걸어가는 모두들 화이팅이다!




*쿠키대화


떡볶이를 먹으며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북한의 오물풍선 이야기를 했다.

친구가 '왜 그런 걸 보내는 걸까?'란 질문을 했는데, 오물풍선 기사도 잘 보지 않고 생각지 않던 이야기였다.

그런데 순간


"뭐 복수 같은 거 일수도 있지만, 지금은 오물풍선이지만 거기에 세균이나 폭탄이 들어있으면 진자 위험해지는 거지.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으니까. 그래서 지금 방향과 무게와 풍선의 공기 정도 등을 다르게 넣으며 연습하고 있는 게 아닐까? 어떻게 하면 어디까지 날아가나 이런 것들 말이야. 그냥 이대로 오물풍선으로 끝나는 건 아닐 거 같아."


라했다. 말하고 나니, 맞는 말 같았다.

난 ‘대답 오졌다리’ 하며 웃으며 얘기했다. 동시에 그게 맞는다면 이게 무서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우리를 기분 나쁘게 하려고 오물풍선을 만든 게 아니고, 차를 지하주차장에 넣으면 지나가는 문제가 아니었다. 비싼 돈 아니어도, 최첨단 무기가 아니어도,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쉬운 공격무기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종이비행기에 폭탄을 실어 보내는 거처럼.

잊고 지내지만 우리는 언제라도 전쟁이 날 수 있는 상황이었지. 뉴스를 다시 봐야겠다.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어쩌면 우리가 알 수 없게 무서운 일이 일어나는, 그리고 일어날 수 있는 세상이다.


작가의 이전글 0607 강아지 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