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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Y Jun 10. 2024

0607 강아지 보기

2024년 여름일기

2024.6.7.(금) 맑음


점심시간에 동네에 있는 강아지를 보러갔다. 정확히는 '개'이고 정확히는 '개와 강아지들'이다.

몇년전 알게 된 아이였는데, 얼마전 새끼 5마리를 낳았다. 이름은 '히나'이고, 골든리트리버 종이다.

아이들은 다세대 주택 사이의 좁은 골목을 지나 뒷마당에 있는데, 사람들이 새끼를 낳은 걸 어떻게 알았는지 점심시간마다 와있었다. 역시나 오늘도 사람들이 강아지들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히나가 내가 몇번 간식을 준 걸 기억하고, 내 목소리를 듣고 꼬리를 흔들고 들썩 거리며 반겨주었다. 내심 뿌듯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반응이라니. 다섯마리의 새끼들 젖먹이느라 힘들었는지 눈으로 보기에도 말라있어 근처 반려견용품점에서 고구마, 황태껌, 캔사료를 사서 가끔 줬더랬다.


반가움을 가득안고 골목을 지나 다가갔는데, 평소보다 마당이 비어보였다. 히나는 여전했지만 강아지가 두마리뿐이었다. 어딘가에 숨어있나 둘러봐도, 꼬물거리는 애들은 보이지 않았다. 보러오지 않은 며칠새 입양을 보냈나보다. 강아지들이 어느정도 자라서 입양갈 때가 됐다 싶긴 했지만, 그래도 없는 걸 보니 뭔가 허전했다.


'히나는 괜찮을까?' 나도 마음이 허전한데 히나는 어떨까싶었다. 간식을 주니 반가워하며 먹지만, 새끼들이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새끼 다섯이 달려들어 젖을 먹을 때, 돌보느라 힘들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둘이니 돌보는게 좀 편안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보다 히나의 마음이 신경쓰였다. 전에 강아지를 보러온 사람들이 강이지를 안고 꺼내 만지는데, 그걸 뭔가 불안하게 주시하는 모습을 목격했던 터라,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키웠던 우리집 강아지도 새끼를 낳았는데 모두 입양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이후 그 아이는 며칠을 밥을 먹지 않았었다. 그때 우리 강아지의 마음을 좀더 헤아리지 못한게 두고두고 미안했었다. 그리고 한마리라도 같이 키울껄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당시 난 중학생이었는데, 사람들이 개들은 금방 잊는다고 하고 괜찮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그게 아니란걸 알게됐다. 개들도 모성이 있고, 아이들을 기억하고, 사람과 같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구나 싶었다.


히나의 주인분이 한마리라도 히나와 같이 키우시면 좋을거 같다. 다시 전처럼 히나 혼자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니. 전에 사실 좀 우울해 보였으니까.

그런데 요새 히나가 새끼를 낳고 많이 밝아진거 같았다. 새끼도 있고 사람들도 자주 오고 해서 그런가 싶었다. 히나가 계속 이렇게 밝게 웃고 움직일 있으면 좋겠다.


간식이 다 떨어졌다. 다음에 간식사서 다시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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