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일기
2024.06.13.(목) 맑음
아침, 선풍기 앞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엄마가
“이번주 연천 가기로 한 거 못 갈 거 같아.”
하셨다. 얼마 전부터 머리가 어찔하고 힘들었는데 도저히 가기 힘들 거 같다며. 친구 모임도 줄여야겠다 하셨다. 걱정된다고 하자 엄마는 ‘자연스러운 거지’라 했다. 그래, 엄마나이 76. 다른 이들 보기에도 그런 게 당연하다 여겨질 수 있는 나이였다. 그런데 나만 모르고, 받아들이기 힘든 거 같다.
그 이야기를 듣자 불안해졌다. 운전하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어 쳤다. 난 할 줄 아는 것도, 집도, 짝도 없고, 맘에 드는 일을 하며 안정적으로 있는 거도 아니고, 특별히 이뤄낸 것도 없는데. 그나마 요즘 그림과 글을 쓰며 취미생활하는 것도 엄마가 든든히 있으니 해나갈 수 있는 건데. 엄마의 부존재는 상상도 안되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짝을 만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사고, 사람들과 편하게 잘 지내고, 돈도 잘 벌고, 자기 일을 잘 해내고, 복잡한 생각 없이 매일을 즐기며 잘 사는 거 같은데...
엄마의 한 마디로 하루종일 불안했었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여전히 나는 그런 상태구나 싶었다.
어떤 이들은 세상이 쉬울 텐데, 나에겐 어렵다.
세상이 나에게도 좀 쉬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