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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Y Jun 23. 2024

0620 러브버그

2024년 여름일기

오늘의 화두는 러브버그.


아침에 현관문을 나섰는데 복도창문에 러브버그 한쌍이 붙어있었다. 어젯밤에 방에 러브버그가 들어와 긴장했었는데, 아침에 다시 러브버그를 목격했다.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그래도 한쌍만 보이는 게 다행인 건가’ 생각하며 주차장으로 갔다.

이게 첫 번째 출연.


차 시동을 켜고 출발하는데, 앞 유리 바로 눈앞 위치에 러브버그 한쌍이 붙어있었다. 가다 보면 바람에 날아가겠지 했는데 웬걸, 이동하는 내내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딱 붙어 있었고, 난 출근길 내내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그들을 바라봐야 했다.

이게 두 번째 출연.


출근 후 오전에 방문을 나가는데, 함께 가는 동료가 놀란 눈으로 ‘어제 엄청나게 무리 지어 죽어있는 러브버그를 봤다’고 했다. 러브버그의 존재감을 나만 느끼는 게 아니다 싶었다.

이게 세 번째 출연.


방문대상자를 만나 인사를 하는데, 인사 후 자연스럽게 요즘 러브버그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연속한 러브버그 이슈 출몰이었다.

이게 네 번째 출연.


그리고 공원벤치에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러브버그가 계속 나타나 얘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게 다섯 번째 출연.


아침에 집을 나서자마자 시작해, 누구를 보고 어디를 가던 러브버그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3시간 정도 되는 시간에 다섯 번이나 만나다니. 이 정도면 오늘은 러브버그의 날이라 할만하다 싶었다. 나에겐 러브버그의 첫 침공일.


몇 년 전까지 러브버그 존재 자체를 몰랐는데, 작년에서부터 인가 뉴스에서 계속 나오더니, 이제 근처에서도 쉽게 보이고 있다. 이것도 기후변화 때문이겠지? 여름에는 모기 정도가 귀찮은 존재였는데, 이제 낯선 러브버그까지 시선을 강탈 중이다.


그러나 저러나 러브버그는 볼 때마다 엉덩이를 붙이고 있고 떨어지지도 않는다. 날아다닐 때는 따로 다닐 만도 한데, 그때조차도 같이 날아다닌다. 어떻게 그렇게 한 몸처럼 다닐 수 있는 건지.


‘저 애들은 얼마나 사랑해야 떨어지는 걸까.‘, ’ 얼마나 좋으면 저렇게 계속 붙어있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

저렇게 붙어있는 건 엄청난 만족감을 주는 무언가가 있는 거겠지? 그건 온전하게 존재한다는 느낌인 걸까? 원래 하나인데 둘로 나눠졌다가 다시 만나, 원래 상태가 된 편안함을 느끼는 건가? 애초에 한 마리인데 두 마리처럼 보이게 태어난 건 아닐까?


그리고, 잠깐 든 생각     

‘저들도 저렇게 사랑을 하는데’


러브버그     

생긴 건 별로지만, 사랑을 향한 그들의 열정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거 같다… 그래도 난 벌레가 무서워서 그렇게 보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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