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단편동화 부문 선정작
수아네 대문에서 딸기향이 풍겼어요. 문고리에는 아몬드 사탕이 촘촘히 박혀 있었지요. 캐러멜 담장 너머로 화이트 초콜릿 동상이 서 있는 분수대가 보였고, 현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황금빛 쿠키였어요.
은조는 콧구멍을 크게 부풀려 단 내를 들이마셨어요. 가슴이 콩닥거리고 입꼬리가 올라갔어요. 반짝이는 무지갯빛 문패에 말갛게 씻은 은조 얼굴이 비쳤어요. 머리 매무새를 다듬고, 구겨진 옷깃을 잡아 폈어요.
곰발바닥 젤리를 누르자, 딩동 벨소리가 울렸어요.
수아네 가족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은조를 맞이했어요. 수아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어요.
“누가 우리 집에 와서 자는 건 처음이야!”
수아가 은조 팔을 잡아끌며 안으로 뛰어갔어요. 수아네 엄마, 아빠는 흐뭇한 표정으로 수아를 바라봤어요.
은조는 수아를 따라 거실 옆 방으로 들어갔어요. 온갖 장난감이 가득한 방이었죠. 커다란 야자수 밑에 있는 동물 인형들은 모양도 크기도 진짜 동물 같았어요.
한쪽 벽으로 공주 인형들이 죽 늘어서 있었어요. 수아가 그중 하나를 꺼내 들더니, 잔뜩 꾸며낸 목소리로 말했어요.
“안녕? 나는 수아 친구 루루야. 넌 누구니?”
“아, 난···.”
은조가 빨간 머리 인형을 향해 손을 뻗자, 수아가 냅다 소리를 질렀어요.
“엘리자벳은 안 돼! 엄청 비싼 거란 말야.”
하늘색 드레스를 입은 인형도, 너풀거리는 노랑 바지를 입은 인형도 안 된다고 했어요.
“그럼 난 뭐해?”
“구경하면 되지. 이거나 먹으면서.”
수아가 알록달록한 벽에서 빨간 동그라미를 움켜쥐자, 막대가 달린 사탕이 쑥 뽑혀 나왔어요. 은조는 수아가 준 막대 사탕을 오물거리며 인형 놀이를 구경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장난감들이 점점 커졌어요. 은조는 어느덧 고양이 인형이랑 키가 똑같아졌어요. 은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어요.
“이상하다. 내가 왜 이렇게 작아졌지?”
“무슨 소리야. 넌 원래 작았어.”
수아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어요.
“저녁 먹어야지. 손 씻고 오렴.”
수아 엄마가 방문을 열고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