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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다현 Oct 09. 2023

달콤한 너의 집 (1)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단편동화 부문 선정작


   수아네가 올해의 ‘달콤집’으로 뽑혔어요. 

   달콤시 시장과 마을 사람들이 수아네 집 앞으로 모였어요. 무지갯빛 사탕으로 만든 문패가 대문 옆에 걸리자,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어요. 은조도 힘껏 손뼉을 쳤어요. 

   온갖 과자와 사탕으로 만들어진 수아네 집에서는 진한 설탕 냄새가 풍겼어요. 완벽하게 달콤한 집이었죠. 달콤시에서 정한 세 가지 조건에 딱 들어맞았거든요. 당과를 많이 벌어오는 듬직한 아빠, 집을 달콤하게 가꾸는 상냥한 엄마, 그리고 아이. 밝고, 명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 말이에요.

   “그럼 이제 전통에 따라 한 달 동안 ‘달콤집 체험’에 참가할 아이를 뽑도록 합시다. 씁쓸한 집에 사는 아이를 추천해 주세요.”

   시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은조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손을 번쩍 들었어요. 

   “달콤시를 통틀어 산 아래 응달집보다 씁쓸한 집은 없을걸요. 진흙에 약쑥을 섞어 만든 집인데, 쓴 내가 진동을 한답니다. 무엇보다 그 집엔 엄마, 아빠가 없어요. 할머니와 이모뿐이죠.”

   아주머니가 은조를 한 번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어요.

   “여기, 그 집에 사는 아이 얼굴 좀 보세요. 얼마나 그늘이 졌는지···.”

   은조는 슬쩍 고개를 숙였어요. 더욱 그늘져 보이도록요. 달콤집 체험에 가려고 일부러 얼굴에 검댕을 바르기도 했어요.

   사람들이 끌끌 혀를 찼어요. 바라던 대로 은조는 달콤집으로 가게 되었어요.

   “그럼 저 아이가 장차 달콤시를 더욱 달콤하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두 분께서 모범을 보여주세요.”

   시장이 수아네에게 당부하자 수아 엄마가 우아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귀한 손님을 맞게 되어 영광입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은조네 가족이 응달집 대문 앞에서 실랑이를 벌였어요. 할머니와 이모가 아무리 말려도 은조는 달콤집 체험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어요. 

   “나도 달콤한 집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단 말이야!”

   할머니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어요.

   “정 그렇다면, 하나만 약속하렴. 그 집에 있는 붉은 사탕과자는 절대로 먹지 않겠다고. 알겠니?”

   은조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마음속엔 온통 달콤집 생각뿐이었죠. 

   이모가 배고플 때 먹으라며 은조 가방에 쑥떡이 든 봉지를 넣어줬어요. 은조는 인사도 없이 빙글 돌아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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