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225

오늘의 육아

by 강다현
이랬던 네가, 벌써 초딩이라니...


엄마(41세): 너는 엄마가 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아들(10세): 글 쓰는 사람?


엄마: 아니. 엄마나 아빠라고 불리는 사람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냐고.


아들: 아이 키우는 사람?


엄마: 그치. 좀 어려운 말로 양육을 담당하는 사람이야. 아이를 낳아 기르고 가르치는 사람. 그게 부모의 역할인 거야. 기른다는 건, 아이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빨래를 하고, 청소 같은 일들을 해주면서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야. 가르친다는 건, 네가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고, 스스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익힐 수 있도록 알려주고 훈련 시키는 일이야. 여기까지 이해되니?


아들: 응.


엄마: 부모는 아이가 성인이 돼서 스스로 벌어먹고, 집안일 같은 걸 혼자서 해낼 수 있을 때까지 아이를 기르고 가르칠 책임이 있어. 하지만 모든 부모가 그걸 감당하는 건 아니야. 내가 너를 양육하지 않겠다고 겁주려는 게 아니라, 네가 받고 있는 것들이 당연한 건 아니라는 뜻으로 얘기하는 거야. 누군가를 기르고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아. 하지만 부모니까, 너를 낳았으니까, 최대한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거지. 그런데 만약 네 마음속에 그런 부모의 노력에 대한 고마움이 전혀 없다면, 너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아들: (떨떠름한 표정으로)그렇겠지.


엄마: 부모가 해야하는 역할에는 가르치는 일도 포함된다고 했잖아? 그러면 당연히 부모는 너에게 지시를 할 거야. 이거 해라, 하지 마라. 그런데 그런 부모의 지시를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잔소리로 여기고 거부한다면, 부모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 아니겠어? 부모를 부모로 인정하지 않을 거면, 그냥 혼자 알아서 살아야지. 돌봄도 받지 않고, 가르침도 받지 않고 혼자서. 그렇지 않니?


아들: 근데 그럼 학원도 보내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엄마: 왜 다른 사람이 가르치게 하냐고?


아들: 응.


엄마: 부모가 모든 분야에 대해 다 잘 알 순 없잖아. 그런 건 그 분야를 더 잘 아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거지. 돈을 많이 주고. 그러려고 힘들게 돈을 벌고 있잖니.


아들: 아....


엄마: 네가 독립한 후에 혼자 벌어먹고 살 때, 되도록 좋은 직업을 갖으면 네 나머지 인생이 더 편하겠지. 그때를 준비하기 위해 학원을 보내는 거고. 혹시 나중에 독립해서 돈 벌면 엄마한테 다 갖다 줄 거니?


아들: 아니.


엄마: ...^^+ 그래. 네가 쓰겠지. 네 가족이 쓰거나. 그럼 이 모든 건 결국 너에게 좋은 일인 거지. 엄마한테야 무슨 이익이 있겠어? 그냥 내가 부모니까 감당하는 거지. 엄마가 잔소리한다고 짜증 내지 말고, 엄마에게는 엄마의 역할이 있고, 지금 그 역할을 열심히 감당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 해주면 안 되겠니? 부탁할게.


아들: ...알았어.




물건을 제자리에 놓고, 방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입던 옷은 똑바로 벗어서 빨래통에 넣고, 씻을 때는 욕실 문을 닫아서 물이 마룻바닥까지 튀지 않게 하고... 엄마는 하루 종일 잔소리를 해야 한다. 당연한 걸 가르치지 않아서, 장차 그 아이와 함께 살 누군가를 빡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아이는 힘들어한다. 자유를 침범하는 엄마라는 존재가 짜증스럽게 느껴지나 보다. 엄마가 자기를 위해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포근한 이부자리를 만들어주는 건 당연하면서, 귀찮은 일들을 지시하는 건 싫은 거지.


아들아, 받으려면 다 받아들이거라. 싫으면 전부 받지 말든가. 세상만사 내 구미에 맞는 것만 골라 겪을 순 없단다. 너는, 부디, 이 사실을 더 빨리 깨닫길 바란다. 내가 내 부모에게 저질렀던 실수를 너는 조금 덜 하기를. 그래서 내가 네 곁을 영영 떠났을 때, 네 마음에 남겨진 슬픔이 더 작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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