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025

오늘의 안부

by 강다현


작년 한 해 동안 참 애쓰며 살았어. 동화 써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토록 애걸복걸했나 몰라. 그 결과 돈, 명예 대신 용종, 근종, 그리고 난소낭종을 얻었지. 열매가 없다고 투덜댔는데, 뱃속에 그리 주렁주렁 열려 있을 줄이야...


다음 주에 폴립 제거하는 수술을 받기로 했어. 당일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간단한 수술이라 크게 걱정은 안 해. 그래도 수술은 싫다. 수술대에 또 눕는 게 너무 싫어. 용종들이 스스로 탈락해 주셔서 수술을 안 받았으면 좋겠다...


요즘은 남편이 낮에 집에 있어. 야간 훈련 기간이라 아침에 퇴근하거든. 덕분에 근처 맛집 투어 중이야. 오늘은 직산읍으로 갈치조림을 먹으러 갔어. 점심 장사만 한다는 데서 벌써 맛집 포스가 느껴졌지. 두툼한 갈치에 진한 양념이 잘 뱄는데, 시래기와 깻잎이 식감과 향을 더해주더라. 갓 지은 냄비 밥에 따라 나오는 누룽지는 꽤 별미였지. 밑반찬까지 흠잡을 데 없었어.


제주도에서 먹은 갈치조림보다 맛있더라. 그~거 아~세요~? 시골에 은근 맛집이 많아.


다만 내 입에는 모든 음식이 약간 달았어. 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좋아할 것 같아(물론 나도 몸뚱이는 젊은 편인데, 혓바닥이 좀 고전적이야). 시장표 꾸덕한 가래떡 떡볶이 양념 맛이랄까? 그게 조려지면서 밑이 살짝 눌어붙었다고 생각해 봐. 호불호가 별로 없을 맛이지. 게다가 식당에 붙은 안내 문구들이 친절하더라고. ‘구석이지만 아늑한 자리’라든가, ‘추가 반찬은 셀프, 남기시면 눈물이 또르륵’, ‘믿기지 않지만 여기가 카운터 맞아요’ 이런 식. 매장이 작아서 불편해할 손님들에게 더 살뜰히 대접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인사말도 인상적이었어. 오래된 식당이라는데, 오래갈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지. 글도 그렇고 음식 장사도 그렇고, 기본 실력이 다 수준급일 때는 이런 디테일에서 승부가 갈리는 것 같아.


그래서 동화는 언제 쓸 거냐고? 나도 모르겠어. 계속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만약 내가 다시 쓰게 된다면, 그땐 완전히 다른 동기에서 쓰게 될 거야. 그게 확실해지기 전까지 나는 그냥 멈춰있으려고. 여기, 광야에서. 나를 건질 수 있는 유일한 분. 그분의 음성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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