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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도 암에 걸렸었다.

포유류의 삶의 질과 생명 연장에 대한 최대 고민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doctors-diagnose-advanced-cancer-dinosaur

2020년 Science 지의 뉴스 제목은 그야말로 흥미로웠다. “공룡에서 진행성 암을 의사들이 진단했다고?” 내용은 이러하다. 캐나다 연구진이 7천6백만 년 전의 초식 공룡인 센트로사우루스(Centrosaurus, sharp pointed lizard) 뼈 화석에서 진행성 골육종(osteosarcoma)을 발견한 것이다. 골육종은 사람에서도 발생하는 암으로, 주로 청소년이나 젊은 층에서 드물게 나타난다.

센트로소리우스 (출처: https://www.nhm.ac.uk/discover/dino-directory/centrosaurus.html)

사실 오래된 생물 화석에서 암의 흔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화석은 단단한 뼈 구조만 남는 경우가 많아 조직 보존은 어렵지만, 티라노사우루스나 2억4천만 년 전 거북이 화석에서도 골육종 흔적이 관찰된 바 있다. 그러나 2020년에 보고된 이번 사례가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한 병변의 추정이 아니라 ‘진행성’ 골육종으로 의학적 진단을 확정한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CT(컴퓨터 단층 촬영) 기술을 이용해 뼈 구조를 3D로 복원하고 분석했으며, 이는 현대 의학 기술이 고생물학 연구에 접목된 대표적 성과로 평가된다.


암은 인류에게도 오랜 세월 고통을 안겨 온 질환이다. 선사시대 인류 화석에서도 골육종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고대 이집트의 의학 문서인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Edwin Smith Papyrus)와 조지 에버스 파피루스(George Ebers Papyrus)에는 암의 진단, 약물 치료, 심지어 수술적 치료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는 인류가 외부의 위협뿐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하는 질병과도 치열하게 맞서야 했음을 보여준다.

E270으로 명명된 두개골 BC 600년~300년, 50살 여성의 뇌종양 수술자https://edition.cnn.com/2024/05/29/world/ancient-egypti

그렇다면 암이란 무엇일까?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 NCI)는 암을 “통제할 수 없는 비정상 세포의 분열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며, 이 세포들은 주변 조직을 침범할 수 있고 신체의 다른 부위로 전이될 수 있다(A term for diseases in which abnormal cells divide without control and can invade nearby tissues. Cancer cells can also spread to other parts of the body)” 라고 정의한다.


분자생물학이 발달하면서 암에 대한 정의는 더욱 구체화되었다. 2000년 Bertram과 Hanahan & Weinberg가 정리한 분자생물학적 암의 정의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유전체 손상과 복제 오류로 인한 돌연변이의 축적

종양유전자(Oncogene)의 활성화와 종양억제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의 기능 상실

암세포 내부에서의 부적절한 클론 선택

성장 신호 유지, 억제 회피, 세포 사멸 회피, 무한 증식, 혈관 신생, 전이 등 ‘암의 특징(hallmarks)’의 복합 작용

유전체 불안정성과 염증에 의한 암 발생 및 진행 촉진

유전적인 원인 외에도 환경적인 원인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https://www.cancer.gov/about-cancer/understanding/what-is-cancer)

즉, 암은 세포 안에 존재하던 종양 관련 유전자가 특정 환경 요인에 의해 발현되면서 나타나는 복합적 질환이다. 단일한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더 나아가,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빠른 증식(proliferation) 속도와 높은 대사율(metabolism)을 보이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와 산소를 소모한다. 동시에 주변 조직을 침범해 지속적인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이 염증은 다시 암세포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따라서 암은 단순히 한 부위의 종양에 머무르지 않고, 신체 전반의 자원 고갈, 면역 억제, 주요 장기 손상으로 이어져 생명과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치료 방법을 개발하여 암을 점차 극복해 나가고 있지만, 아직 모든 사람이 암의 위험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치료제 없는 질환이 없다”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것이, 과학에 몸담은 한 사람으로서의 작은 소망이다.


참고문헌

1. Faguet GB. A brief history of cancer: age-old milestones underlying our current knowledge database. Int J Cancer. 2015;136(9):2022-2036. doi:10.1002/ijc.29134

2. Brown JS, Amend SR, Austin RH, Gatenby RA, Hammarlund EU, Pienta KJ. Updating the Definition of Cancer. Mol Cancer Res. 2023;21(11):1142-1147. doi:10.1158/1541-7786.MCR-23-0411

3. Potter M, Newport E, Morten KJ. The Warburg effect: 80 years on. Biochem Soc Trans. 2016;44(5):1499-1505. doi:10.1042/BST20160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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