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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늑대는 안 되는 것일까?

개는 어떻게 인간의 친구가 되었나?

우리 집에는 막내딸이자 공주 대접을 받고 있는 박솔이가 있다. 4살 된 몰티즈로 태어난 지 3개월 후 엄마 젖을 떼고 우리 집에 왔다.

20241101_083146570_iOS.jpg 핼러윈의 백설공주

‘몰티즈는 참지 않는다’고 하지만 솔이는 너무 순하다.

“어머, 쟤가 살아있는 개였어요? 너무 조용해서 인형인 줄 알았네.”

라는 말을 꼭 했다. 배변 실수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오래 혼자 자기를 두고 식구들이 나갔다 들어오면 신발 속이나, 방에다 일부로 소변을 누기도 하는 영악함도 있었다.

그리고 엄청난 참견쟁이 었다. 몰티즈의 특징인지 아니면 개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식구들의 동선을 머리를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다 살폈고, 혹시라도 누가 뭐라도 먹는 것 같으면 불이 나게 뛰어와 ‘나 안 주고 혼자 먹을 거야?’라는 표정으로 쳐다보곤 했다.

식구들이 모두 집에 올 때까지는 편하게 자지도 않고 꾸벅꾸벅 졸기만 하는 모습이 애처로워서 큰일이 아니면 식구들은 전부 저녁 8시 전에는 귀가한다. 이렇게 사랑스러우니 엄마나 아빠는 ‘우리 공주님’이라고 부르면서 자식 취급을 한다. 진짜 딸인 나는 요즘 동네 백수라 눈치 것 햇반에 3분 카레를 데워 먹는데, ‘우리 공주님, 솔이’는 무염 버터에 볶은 브로콜리, 병아리콩, 닭가슴살이 골고루 섞인 밥을 먹는다. 그리고 식후 사과 한 조각은 필수다.

이런 것들이 사람과 동물의 교감이라면 우리 집 강아지와 우리 가족의 유대관계는 매우 끈끈하다. 한 번씩, '얘들이 늑대의 자손이라는데, 늑대도 키우면 이렇게 될까?'라는 궁금증에 문헌을 뒤져 보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개와 늑대는 98.8% 이상 DNA가 일치한다. 따지고 보면 각각 다른 종(species)으로 보아도 무관하다. 그럼 개와 늑대가 다른 약 1%의 유전자 차이는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Makhijani라는 학자는 늑대 중에서 인간의 조상의 제스처나 음성 패턴을 빨리 인지하는 늑대들이 가축화가 되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인간을 따라다니면서 음식을 먹게 되어 사냥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된 영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능과 생활 방식이 가축화된 늑대들의 후각과 청각을 빌려 훨씬 더 이들은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럼, 이 제스처나 음성 패턴을 빨리 인지하는 가축화된 늑대들에게는 어떤 생물학적 특이점이 있었을까? 2017년에 흥미로운 논문이 소개되었다. 그동안에는 인간과 길들여진 개 사이, 즉 종을 뛰어넘는 교감에 관심을 두었다면, 행동학적 진화 측면에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생물학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본 것이다. 본 논문의 서두에는 hypersociability, 즉 개의 매우 뛰어난 사회화를 가지고 있고, 인간 외 다른 종 (species)와 잘 지낸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한다. 가끔씩 동물농장에 보면 소를 따라다니는 개,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를 처녀인 개가 키우는 이야기들 보면 개는 분명 고도로 발달된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에게 있는 신경발달적 장애인 Williams-Beuren syndrome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WBCSCR17이라는 유전자의 일부가 잘려 나간 돌연변이로 인한 유전적인 질환으로, 발달이 조금 늦고,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으며, 또 고도사회화 혹은 무분별한 사회화(hypersociability)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난 사람도 마치 오래 만난 사람인 것처럼 먼저 다가가 개인사까지 이야기하며 매우 가까운 인간관계로 인식하는 것이다. 아마도 “Forest Gump”라는 영화에서 Tom Hanks가 연기한 Forest를 떠올리면 딱 맞을 것이다. 그런데 WBCSCR17과 대치되는 개의 유전자 위치에도 똑같이 돌연변이가 일어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 연구에서 늑대는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없었다. 결국 인간들이 사람을 잘 따르는 특정 늑대들을 breeding 하여 오랜 시간을 거쳐 개는 인간에게 가장 친한 동물이 된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책상아래에서 우리 집 공주님 솔이가 코를 골고 자고 있다. 내가 침대로 가면 졸려서 덜 뜬 눈으로 침대에 따라와 내 품에 눕는다. 그리고, 자면서 방귀도 뀌고, 코도 골고 한다. 과학적 사실로 보면 솔이가 먹이를 주고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는 나에게 보이는 친밀한 행동들은 본능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감정까지 과학이 다 증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느끼는 것도 솔이가 나에게 느끼는 것도, 결국 종(species)을 뛰어넘는 사랑이라 본다.


<참고 문헌>

1. Holdt, B. M., Shuldiner, E., Koch, I. J., Kartzinel, R. Y., Hogan, A., Brubaker, L., Wanser, S., Stahler, D., Wynne, C. D. L., Ostrander, E. A., Sinsheimer, J. S., & Udell, M. A. R. (2017). Structural variants in genes associated with human Williams-Beuren syndrome underlie stereotypical hypersociability in domestic dogs. Science advances, 3(7), e1700398. https://doi.org/10.1126/sciadv.1700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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