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환학생의 도시 여행기 3

밴쿠버의 관광지

by 루카스

밴쿠버는 관광지로 잘 알려진 도시는 아니다. 우선 도시 자체가 오래되지 않아 문화유적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으며, 유명 국립공원들은 밴쿠버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관광산업은 밴쿠버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밴쿠버는 도시의 어떠한 요소들을 극대화하여 관광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을까?


1) 수려한 자연경관 - 해변, 공원 등


밴쿠버는 울창한 산림과 탁 트인 해변을 동시에 낀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화창한 날에 강가나 해변에 나가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거나 건너편의 높은 산 봉우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밴쿠버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 몇 군데를 꼽아보자면, 키칠라노 비치 파크(Kitsilano Beach Park) , 잉글리시 베이 비치(English Bay Beach), 선셋 비치 파크(Sunset Beach Park) 등을 꼽을 수 있다.


각각의 해변은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먼저 키칠라노 비치 파크는 정면에 웨스트 밴쿠버가 보이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 공원에 나가면 푸른 바다와 함께 반대편의 산악 지형과 웨스트 밴쿠버를 볼 수 있다. 또한 오른쪽에는 다운타운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밤에 이곳을 가게 되면 불빛이 반짝거리는 밴쿠버 다운타운의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날씨가 화창한 주말이면 근방의 주민들이 가족들과 나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B612_20190317_124845_058.jpg 키칠라노 비치 파크(4월 초의 풍경)


잉글리시 베이 비치와 선셋 비치 파크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잉글리시 베이 비치가 좀 더 위에 위치해 있다. 잉글리시 베이 비치는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곳이다. 시야를 가리는 산이나 건물 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드넓은 태평양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여름이면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고 한다.


B612_20181230_104201_155.jpg 잉글리시 비치 베이에서 바라본 바다


선셋 비치 파크는 강 건너편의 배니에 파크(Vanier Park)와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와 마주 보는 해변으로, 계속해서 동남쪽 방향으로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항구에 정박해 있는 수많은 요트들을 구경할 수 있다. 해 질 녘에 이곳을 방문하면 불빛이 감싸고 있는 강어귀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좋은 전망 때문에 공원 바로 뒤편에는 한강변처럼 고급 아파트들이 줄지어 위치해 있다.


B612_20181231_165352_075 (1).jpg 선셋 비치 파크 부근에서 바라본 강가의 전경


밴쿠버의 대표적인 공원으로는 다운타운의 북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스탠리 파크(Stanley Park)를 꼽을 수 있다. 스탠리 파크는 밴쿠버의 제1호 공원으로, 1886년에 개장했다. 공원 외곽으로는 해안도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중심부에는 울창한 산림이 1800년대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인공적인 조형물이나 정원 등은 상대적으로 적어 자연 그 자체를 잘 즐길 수 있게 조성된 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핫플레이스라 할 수 있다.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좋으며 자전거를 타기에도 적합하다. 공원의 규모가 제법 크기 때문에(걸어서 공원을 한 바퀴 돌려면 대략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전거 렌트도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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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파크의 초입에는 캐나다의 6대 총독이었던 스탠리 경(Lord Stanley, Frederick Stanley)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동상의 기단부에 새겨진 문구가 인상적이다.


"To the use and enjoyment of people of all colours, creeds, and customs for all time, I name thee Stanley Park." - Lord Stanley

(인종과, 신념과, 관습에 관계없이 항상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고 즐기게 하기 위해서, 나는 이 공원을 스탠리 파크라고 이름 짓겠다 - 스탠리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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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문구야말로 밴쿠버가 지향하는 바를 가장 잘 표현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스탠리 파크를 거쳐 북쪽의 노스 밴쿠버(North Vancouver)로 넘어가게 되면 유명한 관광지로 카필라노 서스펜션 브릿지(Capilano Suspension Bridge)와 그라우스 산(Grouse Mountain) 등이 있다. 이 두 관광지는 밴쿠버 다운타운에서도 버스로 이동할 수 있어 노스 밴쿠버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하루에 묶어 방문할 만하다.


나는 아직 서스펜션 브릿지를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밴쿠버의 자연 경치를 즐기기에는 두 장소 모두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그라우스 산은 트래킹으로 올라갈 수도 있고,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는데, 내려올 때는 무조건 곤돌라를 타야 한다. 곤돌라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기 때문에(왕복 50달러가량) 시간이 없거나 트래킹을 하기 힘든 여행자라면 곤돌라를 타는 편이 낫다. 트래킹이라고 해도 해발 1000m가 넘는 고도인 데다 계속 오르막길이라 등산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조금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래킹을 하면서 그라우스 산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트래킹도 좋은 옵션일 수 있다.


B612_20190420_131120_433.jpg 그라우스 마운틴 정상의 라운지에서 바라본 풍경


2) 다운타운 - 밴쿠버의 올드타운, 쇼핑의 중심지


앞의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다운타운은 밴쿠버의 모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방문해야 하는 곳 역시 다운타운이다. 밴쿠버 다운타운 역시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만큼 상당히 고풍스러운 거리들도 많다. 대표적인 곳으로 개스타운(Gastown)이 있는데, 개스타운 증기 시계(Gastown Vancouver Steam Clock)가 유명하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고풍스러운 유럽 도시 느낌이 나서 한 번쯤 가볼 만하다.


개스타운 증기시계


밴쿠버 다운타운 중심지를 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특색 있는 샵이나 카페 등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워낙에 쇼핑할 곳이 많은 지역이라 개인의 취향에 따라 끌리는 상점을 자유롭게 구경하면 될 것 같다. 대략 하루 정도면 다운타운의 명소들을 다 구경할 수 있기 때문에 여유롭게 다니면 대부분의 장소들을 만족스럽게 구경할 수 있다.


3)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성 - 빅토리아, 휘슬러, 록키


밴쿠버에 오래 머무를 여행객이라면 인근의 다른 유명 여행지들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밴쿠버는 북쪽과 동쪽으로 로키 산맥과 인접해 있고, 서쪽으로는 밴쿠버 섬을 비롯한 여러 섬들과 마주 보고 있다. 특히 록키 산맥과 휘슬러는 매년 수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유명 관광지로 유명하다. 록키 산맥은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익숙하지만, 휘슬러는 조금 생소할 수 있다. 휘슬러에는 유명 스키장인 휘슬러 블랙콤(Whistler Blackcomb)이 있어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다. 4월까지도 스키장이 열려 있기 때문에 겨울방학-봄밤학 시즌에 맞춰 미국이나 멕시코 등지에서 스키를 타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빙질이 좋고 면적이 넓어 북미 스키장 랭킹 상위 5위 안에 꾸준히 포함된다고 한다.


Whistler%20Homepage%20Photo%20Image%20Promotion%203.png 휘슬러


밴쿠버에서 가볼 만한 또 다른 관광지로는 밴쿠버 섬에 위치한 빅토리아(Victoria)를 들 수 있다. 밴쿠버 남쪽에 위치한 싸와센(tsawwassen)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2시간 정도면 빅토리아에 도착할 수 있다. 빅토리아는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의 주도(主都)로 캐나다 서부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다. 밴쿠버와 비슷하면서도 유럽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름다운 소도시이다. 도시가 크지 않아 당일치기로 충분히 다녀올 만하다. 빅토리아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하도록 하겠다.


B612_20190309_114613_894.jpg 빅토리아

이처럼 밴쿠버는 특유의 아름다운 자연경관, 도시 자체의 매력, 그리고 주변 관광지와의 인접성 등을 통해 관광상품으로써 도시의 가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관광을 위해 밴쿠버를 방문했다가 유학이나 이민을 결심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관광지로서 밴쿠버의 매력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과거의 도시는 대체로 그 도시 안이나 근처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현대의 도시는 점점 그 도시를 즐기러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도시는 가꾸어진 '이미지'로서 형상화되고, 또한 소비되며, 스스로를 그 이미지에 맞추어 변형해 나간다. 예컨대 '뉴욕'이라는 도시는 더욱 '뉴욕적'인 도시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미지의 생산과 전파에는 이미 현대인의 일상이 되어버린 '사진 찍기'와 'SNS'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한 이미지는 해당 도시에 대한 환상을 그곳에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심어준다. 예컨대 '뉴욕 감성', '파리지앵 느낌'과 같은 단어들이 뉴욕이나 파리에 가 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서도 얼마든지 쓰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상들은 여행에 대한 욕구를 촉진시키며, 여행객들로 하여금 그러한 이미지에 부합하는 새로운 이미지들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게끔 한다. 미디어와 이미지라는 탄탄한 기반 위에 놓인 관광산업은 당분간 무너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한국의 도시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서울이라는 도시는 외국인들에게 과연 어떤 이미지로서 형상화되어 있을까? 나아가 '한국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관광이라는 주제는 생각해볼거리가 참 많은 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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