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환학생의 도시 여행기-2

밴쿠버의 날씨와 인프라

by 루카스

지난 글에서 밴쿠버에 대한 나의 첫인상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했다. 밴쿠버 여행 정보를 얻으려고 들어왔다가 "별 거 없네" 하고 나가신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본 매거진의 목적은 여행 정보를 공유하기보다는 도시에 대한 내 나름의 분석과 통찰을 공유하는 것에 있다. 도시는 근대 이후의 인류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인의 대다수는 도시에 거주하며, 도시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도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상업 행위에 의존하여 생활한다. 현대사회를 주도하는 헤게모니인 자유주의와 자본주의는 도시와 상호작용하며 그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나가고 있다. 따라서 현대인은 도시라는 개념 하에서 이해되고, 또한 설명될 수 있다.


밴쿠버는 앞선 글에서도 간략히 설명했듯이, 이주민들에 의해 세워진 도시다. 유럽인들이 밴쿠버에 처음 정착한 것이 불과 200여 년 전이고, 그로부터 100년 후에 중국, 일본, 영국, 미국 등지에서 이민자들이 본격적으로 밴쿠버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인해 도시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밴쿠버에는 '현지인'이라는 개념이 매우 희박하다. 밴쿠버에서 태어난 사람도 적을뿐더러, 기껏해야 한 세대 정도 전에 정착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누가 자신을 현지인이라 자신 있게 칭할 수 있겠는가?


12월 말에 밴쿠버에 도착한 그 날부터 왜 밴쿠버에 이민자들이 많이 들어오는지 대강은 이해할 수 있었다.


우선 날씨가 좋다!


밴쿠버는 북위 49도에 위치하여 (서울은 북위 37도) 상당히 추울 것으로 생각되지만, 겨울에도 영하 5도 밑으로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온화한 해양성 기후를 자랑한다. 여름에는 평균 20~25도 사이의 기온에, 항상 맑게 개인 하늘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밴쿠버에 살고 있는 지인에 따르면 "그런 날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라고 할 정도로 날씨가 좋다고 한다 (나는 겨울밖에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여름 날씨에 대해 말해줄 수 없다). 게다가 위도가 높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늦게까지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도 일어난다고 한다.

(3월이 지난 현재 밴쿠버의 날씨는 상당히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밴쿠버의 날씨를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위에 상술한 것 같은 날씨는 불과 2~3개월만 지속된다고 한다. 밴쿠버는 늦가을부터 봄까지 우기이기 때문에, 한 달의 절반 이상은 비나 눈이 내리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지인에 따르면, 작년 11월에는 거의 한 달 내내 비가 왔다고 한다. 'Raincouver'라는 별명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바닷가의 경우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더욱 낮다. 한국보다 따뜻하다고 해서 결코 옷차림을 가볍게 해서는 안 된다.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자주 내리는 기후 탓에 밴쿠버 사람들의 필수 아이템은 '바람막이 자켓'이다. 대략 10여 년 전에 한국에서 반짝 유행했던 그 바람막이 자켓이 여기에서는 생존을 위한 필수품인 것이다. 따라서 밴쿠버의 옷가게에 가면 바람막이 자켓을 종류별로 볼 수 있다. 바람막이 자켓과 더불어 또 다른 필수품은 바로 부츠와 비니다. 부츠는 눈길과 물웅덩이를 부담 없이 걸어가기 위해, 그리고 비니는 머리를 감싸 열을 보존하기 위해 착용한다. 이렇게 온몸을 방수/방한 용품으로 무장하는 대신, 밴쿠버 인들은 우산을 잘 쓰지 않는다. 언제 비가 내릴지 몰라 항상 우산을 챙겨 다니기보다는, 그냥 우산을 쓰지 않는 편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러한 까닭에 밴쿠버의 의류 시장은 한국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국에서는 기후보다는 유행, 디자인 등이 더욱 중요한 반면 밴쿠버에서는 실용성이 더욱 중시되는 것 같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한국에서는 유행과 디자인이 주가 되면서도 실용성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반면, 밴쿠버에서는 평상시에 입는 실용적인 옷과 특별한 날에 꾸미기 위한 옷이 분리되어 있는 느낌이다 (이는 기후뿐만 아니라 서양 문화권 특유의 '파티' 문화와도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회 제반 시설(인프라)이 상당히 잘 갖춰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 국제 운전 면허증을 발급받을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었다. 워낙에 땅덩어리가 넓어 운전하지 않으면 꽤나 고생한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미숙한 운전 실력을 걱정하신 부모님 때문에 결국 국제 운전 면허증을 발급받지 않았고, 밴쿠버에서의 뚜벅이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밴쿠버에 도착해 여행을 다니다 보니, 운전면허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많이 들지 않았다. 우선, 대중교통이 상당히 잘 갖춰져 있다. 밴쿠버에는 Skytrain이라고 하는 전철 3개 호선과 훨씬 많은 수의 버스 노선이 운행되고 있다. 물론 서울에 비한다면 대중교통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사용자 수가 서울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에 오히려 불편함은 덜 느끼는 편이다. 늦은 밤까지도 NightBus라는 야간 버스 노선이 운행하기 때문에 적어도 버스가 끊겨서 집에 못 가는 상황은 거의 없다.


밴쿠버의 전철인 스카이 트레인은 한국의 지하철에 비하면 그 크기가 상당히 아담하다. 한국 지하철 2~3칸 정도를 이어놓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놀라운 점은, 그렇게 작은 전철이 사람들로 꽉 차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12월 31일에 다운타운에서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스카이 트레인을 탔는데, 심지어 그렇게 인파가 많이 몰리는 날에도 스카이 트레인은 꽉 차지 않았다. 서울의 '지옥철'이라는 표현은 적어도 밴쿠버에선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이는 아마도 운행하는 노선의 수가 적고, 사람들이 스카이 트레인보다는 버스를 더 많이 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skytrain_0.jpg 스카이 트레인


밴쿠버의 버스는 한국 버스와 상당히 유사하다. 다만 처음 북미를 방문하는 여행자라면(나처럼), 버스에서 내리려고 할 때 상당히 곤혹을 치를 수 있다. 버스를 탈 때는 그냥 한국에서처럼 카드를 찍고 타면 되지만, 내릴 때에는 창문에 걸려있는 노란색 줄을 잡아당겨 자신이 내린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또한 문을 버스 기사가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반자동 식의 문을 밀어 열어야 한다 (이는 버스 구조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또 상당히 흥미로웠던 점은, 버스를 타고 내릴 때 'Hello', 'Thank you'와 같이 간단한 인사말을 기사에게 건네는 관행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인사말들이 버스 기사와 승객 간의 사무적인 분위기를 조금 풀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도 이러한 관행이 도입되면 좋을 것 같다.


inside-vancouver-bus-min.jpg 버스 내부


밴쿠버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Compass Card를 반드시 구매해야 한다. 지하철 역과 일부 상점들에서 CAD 6$에 구매할 수 있다. 이 카드에 돈을 넣어 충전하여 사용하는 방식이다. 매번 충전하여 사용할 수도 있지만 하루 이용권(day pass), 한 달 정기권(Monthly pass) 등도 있기 때문에 각자 일정에 적합하게 구매하여 사용하면 된다. B.C 주에 위치한 대학의 학생들에게는 U-Pass B.C라는 대중교통 이용권이 주어진다. 물론 무료는 아니고 학교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비싼 금액은 아니니 자가용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신청하는 것이 좋다.


20190403_223437.jpg Compass Card


밴쿠버에서 운전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했던 두 번째 이유는, 다운타운에 문화시설이 집중된 밴쿠버의 도시 구조 때문이었다. 밴쿠버의 모든 길은 다운타운으로 통한다. 대부분의 버스 노선과 지하철은 다운타운을 반드시 거친다. 이 때문에 밴쿠버 다운타운은 교외지역과 거리상으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접근성이 굉장히 좋다. 따라서 주말이 되면 밴쿠버 다운타운은 문화생활을 즐기러 나온 밴쿠버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매우 북적인다.


밴쿠버 다운타운은 한국으로 치자면 강남으로 비유할 수 있다. 고층빌딩이 늘어서 있고, 각종 상점들이 보행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거리의 악사들이 이색적인 느낌을 만들어낸다. 특히 밴쿠버 다운타운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퍼시픽 센터(CF Pacific Centre) 주변은 쇼핑의 천국이다. 퍼시픽 센터 주변과 그 앞을 가로지르는 롭슨 스트리트(Robson Street)는 밴쿠버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유명 브랜드 상점들이 줄지어 위치해 있으며, 대형 쇼핑몰에 노점상까지, 그야말로 각종 상행위가 운집한 공간이다. 그야말로 쇼핑에 의한, 쇼핑을 위한 공간이 밴쿠버 다운타운이다.


B612_20181230_161921_025.jpg 다운타운의 저녁 풍경


이처럼 밴쿠버는 도시 어디에서든 쉽게 다운타운을 갈 수 있기 때문에 운전이 그다지 필요하지는 않다. 물론 운전을 하면 시간이 절약되기는 한다. 하지만 차량에 드는 비용과 주차공간 문제를 생각한다면 단기 여행객들에게 차량 렌트를 추천하지는 않는다. 또한 차량을 원하는 시간에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렌트하는 시스템도 발달되어 있어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후에 간략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밴쿠버의 날씨와 인프라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내가 일전에 둘러보았던 밴쿠버의 관광 명소들과 그곳에서 느꼈던 점들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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