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환학생의 도시 여행기-1

밴쿠버의 첫인상

by 루카스

2018년 12월 28일, 나는 낯선 캐나다의 밴쿠버에 도착해 있었다. 군대에서부터 거의 2년간 준비해온 캐나다 교환학생이었지만, 나에게 있어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여행하러 온 것이 아니라 '살아남으려' 온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고, 알아봐야 할 것도 많았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마침내 도착하고야 말았다. 이제부터는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고등학교 동창 한 명이 내가 다닐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거의 5년간 보지 못했지만, 어떻게 SNS를 통해 연락이 되었고, 내가 밴쿠버에 도착하는 날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 주었다. 여러모로 참 고마운 친구다. 내가 밴쿠버에 순조롭게 정착할 수 있었던 것에는 그의 도움이 매우 컸다.


밴쿠버에서의 첫 4일 동안 나는 밴쿠버 다운타운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내가 도착한 바로 다음 날, 나와 같이 교환학생 생활을 하게 된 친구들이 도착해, 그들과 합류하여 본격적인 밴쿠버 여행을 시작했다.


밴쿠버는 섬처럼 강 사이 한가운데에 위치한 다운타운(downtown)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이다. 밴쿠버는 브리티쉬 콜럼비아(British Columbia, 줄여서 B.C) 주에 속한 도시로, 인구 약 60만 명(2011년 기준)의 나름(?) 대도시이다. 한국 기준에서 보면 생각보다 인구가 적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데, 캐나다에서는 토론토와 몬트리올을 잇는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밴쿠버와 주변의 버나비(Bernaby), 리치먼드(Richmond) 등을 포괄하여 메트로 밴쿠버(Metro Vancouver)라고 부르는데, 대략 200만의 인구가 이 지역에 거주한다. 이렇게 보면 제법 대도시 같다. 사실 밴쿠버의 집값이 너무 비싸, 비교적 싸고 여유로운 동네를 찾아 주변의 교외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꽤 있기 때문에 메트로 밴쿠버를 기준으로 밴쿠버의 범위를 파악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밴쿠버_행정구역_지도.png 밴쿠버의 행정구역, 색칠된 부분이 모두 메트로 밴쿠버에 속한다



밴쿠버_여행_지도_(2).jpg 밴쿠버 다운타운, 북미의 도시들은 대체로 이런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밴쿠버에 와서 가장 놀랐던 점은 생각보다 동양인이 매우 많았다는 것이다. 사실 교환학생 지망 학교를 알아볼 때에도 밴쿠버에는 동양인이 많아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정말 동양인이 많았다... 체감 상 대략 3~40% 정도는 동양인이라고 느껴졌다. 동양인 비율은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UBC 등 대학가로 오면 더욱 높아진다. 국가별로 보자면 중국인이 가장 많고 한국인과 일본인의 수가 비슷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밴쿠버 어디에서나 동양권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한국어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밴쿠버 이민자들의 출신지를 표시하는 지도, 노란색이 동아시아를 의미한다


인간의 이주는 항상 문화의 이주도 동반한다. 문화는 인간의 삶의 방식, 그리고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가치 판단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삶에 대한 인간의 태도란 쉽게 바뀌지 않으며, 그것을 지속해나갈 공동체가 존재할 경우, 그 공동체를 통해 문화는 그 핵심을 유지하며 존속할 수 있다.


밴쿠버는 이민자들의 고유한 문화가 한데 어울려 존재하는 도시이다. 밴쿠버에서 가장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식당은 다름 아닌 중국, 일본 음식점이다. 특히 일본 음식은 대체로 담백하여 취향을 많이 타지 않기 때문에 밴쿠버와 같은 다문화 사회에서 쉽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밴쿠버에서는 스시 음식점을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음식은 향과 맛이 강해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메트로 밴쿠버 전역을 통틀어 40만 명에 이르는 중국인 커뮤니티로 인해 밴쿠버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비 중국인들 중에도 중국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외에도 인도, 태국, 페르시아, 멕시코 등 세계 각지의 문화를 도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밴쿠버에 방문한다면 적어도 음식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B612_20181228_143851_125.jpg 밴쿠버에서의 첫 식사는 일식 돈가스였다...


낯선 곳에 도착한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것들을 찾으려 한다. 익숙한 것들이 생존할 확률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민자들은 생존을 위해 커뮤니티를 구축한다. 커뮤니티는 낯선 곳을 찾아온 사람에게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지만, 반대로 그들이 새로운 세상과 접촉하여 그것에 적응하는 것을 방해한다.


사실 밴쿠버에서는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해도 살 수 있다. 정말이다. 영어 잘하는 지인 한 명만 있으면 어디든 다닐 수 있으며, 한인 마트, 한국 식당, 한인 부동산, 한인 미용실 등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만 찾아다닌다면 영어를 하지 못해도 생활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영어를 하지 못한다고 현지인들이 불이익을 주거나 무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현지인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하지 않는다면 이 도시의 진정한 일원이 될 수 없다. 나는 밴쿠버의 가장 큰 장점을 '다양성'이라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이곳에 와서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중국, 미국, 멕시코, 오스트리아, 일본 등 대략 10개 이상의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정치, 문화, 사회적인 관심사를 갖고 있으며, 그것들을 공유하기만 해도 세계 각지의 현안들을 한 곳에서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가장 안타까운 사람들은, 공동체가 주는 익숙함에 갇혀 그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런 공동체는 인위적이기보다는 자연스럽다는 점에서 거부할 수 없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곤 한다. 특히 밴쿠버처럼 쉽게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곳에선 더더욱 그렇다. 쉽게 구별 가능한 '인종'과 '언어'가 흔히 그런 공동체를 형성하는 기준이 되곤 한다. 굳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밴쿠버는 유학생들에게 별로 좋은 곳이 아니다. 이는 나중에 이어질 글에서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문화와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밴쿠버에 대한 나의 첫인상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첫째: 인종과 문화가 다양하다

둘째: 다양성을 존중한다

셋째: 여유롭다

넷째: 사람들이 친절하다 (이것 역시도 이주사와 연관이 있을 것 같다, 기회가 있으면 후술하도록 하겠다)

다섯째: 생각보다 아름답다

이다.


다음 글에서는 12월 말의 밴쿠버와, 그 기간 동안 내가 밴쿠버 다운타운을 여행하며 느꼈던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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