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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영 Apr 11. 2021

예, 나는 리코더 연주자입니다. 4

리코더의 구조와 소리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렇다. 세상은 의외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많다. 대표적으로 요즘 우리를 괴롭게 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렇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현미경을 통해서야 비로소 보이는 이것 때문에 전 세계가 고통에 빠지고 말았다. 물질도 그렇지 않은가.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인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말미암아 존재한다. 거창하게 이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리코더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실 물리 법칙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물체가 어디 있겠는가. 리코더는 호흡을 그저 불어넣기만 해도 소리가 나는 악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악기가 어떤 원리에 의해 소리가 나는지,  악기가 소리 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 큰 의문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랬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힘을 들이지 않아도 소리가 잘 났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소리를 내기까지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오보에나 플루트, 트롬본 등의 악기에 비추어 불기 쉬운 악기로 생각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악기로 소리를 낸다는 것과 제대로 된 음-소리를 낸다는 것은 매우 다른 문제이다.  기억을 되짚어 보자.  우리가 학창 시절 들었던 리코더 소리를.  간혹 예쁜 소리가 나기도 했지만 날카로운 고음이 매우 거슬리게 들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특히 낮은음들은 소리 내기가 더욱 힘들었다. 혹은 날카롭지는 않지만 여전히 어딘가 불안하고 명확하지 않은 소리가 났었다. 자, 이제 다시 생각해 보자. 과연 리코더는 소리를 제대로 내기 쉬운 악기일까?

  어떨 때 리코더는 예쁜 소리가 나고 어떨 때 시끄러운 소리가 날까? 우선 리코더의 구조를 살펴보자.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리코더는 한 부분이나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었지만, 바로크 시대에 와서 머리(head) - 중간 몸통(middle) - 발(foot)(혹은 윗관 - 중간관 -아랫관)의 3 부분으로 분리되었다. 이 바로크 리코더가 현재까지 이어져 대부분의 경우 이 바로크식 리코더를 사용한다.


Hans-Martin Linde, Ther Recorder Player's Handbook, Schott

 위 그림에서 머리 부분(윗관)의 Beak는 흔히 취구, 혹은 마우스피스, 덕트로 불린다. 리코더에서 바람을 불어넣는 기능을 한다. 이 취구 안에는 블록이라 부르는 나무 조각이 삽입되어 있다. 이 블록이 리코더의 소리를 내는 핵심 부분 중 하나이다. 이 블록은 취구로 감싸였으며, 블록 윗부분에 윈드웨이(windway)가 형성된다. 이 윈드웨이는 좁고 가느다란 통로로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만든다. 윈드웨이는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며, 미세한 커브를 이룬다.(바로크식 리코더는 이 윈드웨이가 커브 형태로 되어 있고, 모던 리코더는 직선형이다.) 이런 커브형 윈드웨이는 직선형에 비해 호흡 조절이 더 까다롭다. 그러나 이런 호흡 조절을 통해 더 섬세하고 다양한 음색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직선형 윈드웨이는 커브형보다 호흡 조절이 용이하고 크고 강하게 뻗어나가는 소리가 나지만 세심한 음색의 변화는 덜하다. 윈드웨이를 통과한 바람은 뻥 뚫린 부분으로 나오는데, 이 부분을 창-윈도우(window)라고 한다. 이 윈도우 아랫부분이 라비움(labium)이다. 바람은 윈도우와 라비움을 통해 관 바깥쪽과 안쪽으로 교대로 나뉘면서 음을 형성한다. 즉, 블록과 윈도우, 라비움이 리코더 소리를 만들어 내는 핵심 부분이다. 리코더의 중간 몸통(중간관) 안쪽에는 윗관과 아랫관을 연결하는 연결부(조인트 joint)가 있다. 그리고 바깥쪽의 뒷부분에 엄지 손가락 구멍이 하나, 앞부분에 6개의 손가락 구멍이 나 있다. 그리고 제일 끝인 발(아랫관)의 앞부분에 마지막 7번째 구멍이 뚫려있고 살짝 넓어지는 벨(bell)이 있다.



커프형 윈드웨이의 모습.http://www.flute-a-bec.com/acoustiquegb.html


리코더 머리부분 단면도. 급하게 그리느라 창을 너무 넓게,블록과 윈드웨이도 단순화해서 그렸다. 실제로는 위 그림보다 창이 좁다.(아래 사진 참조)


 아래 사진은 실제 리코더의 단면 모습이다. 바람을 불어넣는 윗부분의 윈드웨이가 조금 더 넓고 아주 조금 곡선을 이루면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좁아진다. 아래 라비움 쪽으로 나있는 윈드웨이 끝 부분에는 쳄퍼(chamfer)라 불리는 부분이 나온다. 이 쳄퍼는 위쪽 취구와  블록의 모서리를 조금 깎아 만든 것으로 공기의 흐름을 안정시킨다. 또한  쳄퍼는 음질과 아티큘레이션의 복잡한 조정을 위해 꼭 필요하다.

http://www.flute-a-bec.com/acoustiquegb.html



   그러면 이제 리코더가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알아보자. 리코더는 관(튜브)에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이다. 즉, 관 속에 들어 있는 공기 기둥(기주/air column)을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것이다. 리코더는 양쪽 끝이 열려있는 관악기로  플루트, 트롬본, 색소폰, 오보에 등이 이에 속한다. 리코더는 취구를  통해 공기를  불어넣는데, 취구로 불어넣은 공기는  윈드웨이(windway)를 통과한다. 이 윈드웨이를 통과한 공기는  윈도우(window)로 나오면서 날카로운 라비움(labium)에 의해 위, 아래로 교대로 갈라진다. 공기가 두 흐름으로 나뉘면서 급격한 기류를 형성하며 압력이 높아진다. 이 압력이 파동을 발생시키고 파동은 관 끝까지 가서 일부는 밖으로 나가고 일부는 반사되어 반대방향으로 밀려가게 된다. 그러면서 공기가 관 앞뒤로 돌면서 공명 주파수가 만들어지고 음이 만들어진다.

윈드웨이와 관 안의 공기 기둥과의 상호작용.http://www.flute-a-bec.com/acoustiquegb.html


공기가 라비움 위 아래로 흐르면서 엄청난 기류를 형성한다.http://www.flute-a-bec.com/acoustiquegb.html

  


   그러면 리코더는 어떻게 해서 여려 종류의 음을 소리 낼 수 있을까? 보통 관악기는 관의 길이를 조절하여 음고를 변화시킨다. 리코더에는 여러 개의 구멍이 나 있는데, 이 구멍을 막거나 열어서 관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구멍을 다 막으면 가장 낮은 주파수의 음이 나오게 된다. 아래 사진은 리코더의 모든 구멍을 막았을 때 관 안의 공기 기둥이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공기 기둥이 관 안에 꽉 차서 관 전체가 공명하여 낮은음이 생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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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서 구멍을 하나 열면 관의 길이가 짧아지는 효과가 나게 되며 음의 주파수도 높아진다. 즉, 7번 운지(악기의 가장 끝에 나 있는 구멍)를  열면 공기는 열린 구멍 사이로 빠져나가면서  열린 구멍까지만 공명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히 길이가 더 짧아지게 되어 더 높은음이 생성된다.(아래 사진) 하지만 구멍이 그리 크지 않으면 공기가 미처 열린 구멍으로 다 빠져나가지 못해서 조금 더 뒤로 밀리게 되고 음도 살짝 낮아진다. 아래 사진에서도 파란색으로 표시된 공기가 열린 구멍 뒤쪽으로 조금 밀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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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구멍을 차례대로 여는 것 말고도 몇몇 운지는 열고 몇몇은 닫으면 더욱더 복잡한 파동 공명이 생긴다.(이런 운지를 포크드 핑거링 forked fingerring이라고 한다.) 리코더는 이런 방법으로 총 8개의 제한된 운지를 다양하게 막거나 열면서 높고 낮은 음고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단순히 호흡만으로도 한 옥타브나 그 이상되는 고음을 만들 수 있다. 흔히 오버블로잉(over blowing)이라 부르는데, 이 오버블로잉은 리코더에서는 자주 사용되지 않는다. 리코더에서 옥타브 조절은 뒷면의 엄지손가락 구멍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 이야기 한 학창 시절 리코더 시간에 째지는 소리의 원인은 흔히 이 오버블로잉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리코더의 소리는 주입되는 공기의 속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공기의 속도가 빠를수록 관 안의 공기 기둥의 낮은 진동 주파수는 불안정해지고 그 결과로 음역대가 변하는 것이다. 리코더 소리가 날카롭고 불안정하고 삑삑 거린다면 호흡을 너무 세게 불어넣어서 공기의 속도가 빨라져 관 안의 진동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너무 약하게 불면 관 안의 공기기둥이 충분히 공명하지 못하고 금방 소리가 끊기거나 음정이 낮아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연주자가 얼마나 적당한 속도의 공기를 불어넣느냐가 리코더 소리를 악음과 소음으로 갈라놓는다. 그리고 인생이 언제나 그런 것처럼  이  '적당함'도 늘 어렵고 도달하기까지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리코더의 구조와 소리가 나는 방식을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위에서 설명한 것 외에 많은 요소들이 리코더의 소리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리코더도 호흡을 사용하는 악기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호흡을 불어넣는 방식이다.  '적당한' 호흡  - 너무 세지도 않고 너무 약하지도 않은 -으로  만들어진 리코더의 소리는 부드럽고 아름답게 울릴 것이다.




참고

음악적 아름다움의 근원을 찾아서, 구자현 지음, 경성대학교 출판부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 존 파웰 지음/ 장호연 옮김, 뮤진트리

The Recorder Player's Handbook, Hans-Maritin Linde, Schott

http://www.flute-a-bec.com/acoustiquegb.html

https://en.wikipedia.org/wiki/Recorder_(musical_instrument)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47450&cid=60476&categoryId=60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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