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맞이하며
광활한 하늘. 시커먼 바다. 그 바다로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듯한 검은 구름. 그 위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빛. 바람이 불고 있는 듯 바다에는 파도가 일렁인다. 수도사는 고요히 앞을 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수도사와 함께 이 하늘과 바다와 땅을 보고 있다.
지난 이 년, 코로나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간들을 보냈다. 마치 저 시커먼 바다와 구름 같은 때를 보냈던 것이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2022년이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의 현실은 저 풍경화처럼 시커멓고 끝없이 어디론가로 이어져 있다. 어떠한 삶을 살고 있든 관계없이, 무한한 시간과 공간이 우리 앞에 열려 있는 것이다. 이 우주에서 유한한 존재인 우리는 이 사실에 경외감과 공포감을 느낀다. 그러나 수도사는 굳건히 땅을 디디고 서서 자신 앞에 펼쳐진 바다와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 채.
시커먼 바다와 구름은 우리에게는 아직 비밀이자 신비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시선을 확장시키면 구름 너머로 비치는 빛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얼마 안가 저 검은 구름이 모두 걷히기라도 할 것처럼 파란 하늘이 그 뒤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고요한 무한. 2022년이 고요히, 그러나 많은 신비를 품은 채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