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동석 유니버스의 멀티버스
대체불가 괴물형사 마석도, 서울 광수대로 발탁! 베트남 납치 살해범 검거 후 7년 뒤, ‘마석도’(마동석)는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살인사건을 조사한다. 사건 조사 중, ‘마석도’는 신종 마약 사건이 연루되었음을 알게 되고 수사를 확대한다. 한편, 마약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이준혁)은 계속해서 판을 키워가고 약을 유통하던 일본 조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까지 한국에 들어오며 사건의 규모는 점점 더 커져가는데... 나쁜 놈들 잡는 데 이유 없고 제한 없다. 커진 판도 시원하게 싹 쓸어버린다!
이제는 액션이 아닌 마동석이라는 장르로 구분되는, 주먹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경찰 형님의 세 번째 시리즈.
로맨스, 드라마 등이 언제나 함께 하던 한국형 액션의 틀을 깬, 한국의 존 윅이나 테이큰 같이 시원시원한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시리즈입니다. 전작이 흥행했고, 이번에는 어떤 악역이 나올지가 더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아마 영화를 보기 전부터 전체 내용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을 것입니다.
엄청난 위험성을 보여주는 '악'이 등장하고, 그를 마석도라는 인물이 '주먹'으로만 소탕하면서, 그 안에 소소한 유머 코드들이 등장하는 형태를, 1편과 2편에서 했던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사실을 모르는 전작 관람자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내용상으로 이 작품에 큰 기대를 거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그대로 적중했고, 이러한 형태가 '범죄도시'라는 시리즈의 기본 토대로써 자리매김한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 기대하는 바는 위험한 악 집단이 갖고 있는 엄청난 분위기와 그와 대조되는 선 집단의 대조, 그리고 그 안에서 보이는 유머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시원시원하고 당연한 듯한 권선징악을 즐기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악은 더 악독하고 무섭게 만들어야 하며, 선은 더 친근하고 유쾌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두 집단 간의 밸런스가 적절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필수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밸런스 조절은 실패로 끝난 듯 보입니다.
이전에 보여주었던 실화 바탕의 잔혹함과 그에 따른 공포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메인이 되는 두 명의 빌런은 전혀 집중되어 있지 않은 시선으로 담아내 서로 겉돌며 특유의 분위기나 위험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아 그냥 나쁜 놈으로 전락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냥 초반에 등장했던 불량배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존재로 느껴졌고, 그냥 수만 늘려서 물량전을 시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적의 수가 늘어난 만큼 선의 수도 당연하게 늘어났습니다. 부서까지 옮기면서 동료들이 늘었고, 협력하는 다른 팀까지 가세했습니다. 그래도 모든 것을 '마석도'에게 집중시켜 그의 강력함과 유머러스함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유머러스함을 과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오히려 가볍고 경박스러워 보였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유머 코드를 남발하고, 기존에 잘 통했던 '너 그러다 혼난다'를 변주 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그나마 밈이 되어버린 '진실의 방'은 약간 비틀었을 뿐입니다. 어쩌면 '마석도'는 변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액션도 변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육중한 한 방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재빠른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화려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그의 주먹은 강력했지만, 파괴력에 민첩성까지 갖추니 이제는 강력한 인물이 아니라 무적에 가까운 존재가 되고 있는 듯했습니다.
어쩌면 캐릭터를 진화시키고 싶었던 욕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변화는 성공적이지 못했고 오히려 빌런들이 넘을 수 없는 벽을 눈앞에 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전에는 그들이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판타지 영화를 마주한 기분이 들며, 현실감과 동떨어지는, 평범한 히어로물을 대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이전까지 함께 등장하던 어떠한 동료도 나오지 않음으로써 연결성이 깨졌다는 것입니다. 이전까지 함께 쌓아 올렸던 내러티브는 완벽하게 사라졌고, 그저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인물의 이야기 같았습니다.
마치 다른 세계관의 동일인을 보여주는, 멀티 유니버스 속의 같지만 다른 인물의 이야기로 느껴지게 했습니다.
이와 함께 전개되는 서사는 뚝뚝 끊겼고, 다음 장면으로의 연계도 전혀 부드럽지 못했습니다. 그 부조화는 그 어떤 매력도 보여주지 못했고 마치 여러 에피소드가 존재하는 드라마를 극장판이라고 명명하여 편집해서 극장에 급하게 상영한 것 같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드라마가 있었다면 그의 변화와 더 깊은 이야기, 주변 인물들의 서사, 빌런들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출연하는 배우들은 분명 호화스럽고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이런 부재들이 그들을 '마석도'를 빛내는 들러리로만 전락하게 만든 것입니다.
물론 이 시리즈 자체는 마석도를 위한 마석도에 의한 마석도 중심의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그들을 함부로 소모할 권리를 주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한 실패로 보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시원시원한 액션과 즐거움, 웃음으로 범벅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중성도 손에 넣었습니다. 단지 변화의 기로에 놓인 것이 여실히 느껴졌고, 이 변화 속에서의 새로운 시도가 식상함과 경박함이라는 부작용을 만들어 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5야' 같은 개그코드가 짙게 가미된 대사 자체가 아니라, 한없이 무거운 빌런들과 대조되는 그의 밝음과 그 안에서 의도되지 않았던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육체적인 유머가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또 다른 변화를 통해 완벽한 진화를 해서, 더 적합하고 친숙하고, 균형 잡힌 시리즈가 되길 바라봅니다.
시원시원한 액션을 원한다면.
5:5의 거래에 누가 5야라는 개그가 즐거웠다면.
마석도의 형사물을 즐긴다면.
큰 내러티브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전과 같은 단 한 방을 기대했다면.
빌런들이 주는 무게감을 기대하고 있다면.
특별한 스토리를 기대했다면.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에 피로감을 느낀다면.
마블식 멀티버스에 반감을 갖고 있다면.
이전 작품들에서 잘 보여주었던 빌런과 형사들의 밸런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오로지 마석도에게만 포커싱을 맞춘 듯한 캐릭터 양상은 주변 인물들 및 적들을 모두 들러리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아무리 1인 위주의 영화라고 해도, 이런 먼치킨 같은 모습을 갖추고 있다면,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를 더 찾는 게 당연할 것입니다. 조금은 현실적이지만, 조금은 비현실적인, 엄청나게 무거운 분위기의 인물들과 다소 유치하지만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인물들과의 적절한 균형을 갖추었던 전작들이 오히려 돋보였습니다.
★ 5개 만점
★★☆(스토리 4 연출 비주얼 6 오락성 7 재관람 5 음악 6 연기 8 평균 5.85)
적군, 아군 피아 식별 없이 모두 다 상대해야 하는 싸움 잘하고 재빠르고 웃기기까지 해야 하는 바쁜 히어로의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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