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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상자 Aug 25. 2023

리뷰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결국 찾게 되는 손수건

책 소개

'매일 기억을 잃는 너와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사랑을 했다.'

런칭 예고편


영화의 원작 소설로 일본 특유의 몽글몽글한 감성을 많이 담아낸, 어쩌면 눈물을 많이 흘릴지도 모르는 멜로 소설입니다.

조금은 흔한 소재인 기억상실이 때문에 어떻게 뻔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풀어낼지를 기대하며 보는 것도 좋습니다.


감상

푸른색으로 뒤덮여있는 표지는 강렬한 색상을 표현하기에 적합했습니다.

과거에 읽었던 도서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그보다 훨씬 깊었고 진했습니다.

어쩌면 그때의 그것보다 더 풍부한 표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묘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고른 도서였습니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의 목소리로 진행됐습니다.

먼저 들린 목소리는 그였고, 어쩐지 무기력하게 느껴졌습니다.

무기력하다는 느낌보다는 어딘지 그늘진 느낌이 진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색을 표현할 때는 다채로운 감정을 품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그는 감성적이고 상냥한 사람이었겠지만, 무엇 때문인지 다른 감정을 갖게 된 것 같았습니다.


전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목소리는, 그녀를 만난 뒤부터 조금씩 변화해 갔습니다.

'나'와 주변인들 위주로 하던 이야기가 온통 그녀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뒤이어 등장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밝고 풋풋했지만 억지로 그런 모습을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본인이 갖고 있는 장애가 만들어낸,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양면의 모습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도 온통 '나'를 이야기했습니다. 아마 단 하루의 기억만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쨌든 이 목소리는 빛의 표현을 다채롭게 다루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책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왔고, 각자 표현을 집중하는 대상이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둘은 비슷한 면이 있었습니다.

서로가 갖고 있는 어둠이 다를 뿐, 결국 둘 모두 어둠을 품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초반부터 드러나는 그녀의 장애는 너무도 뻔한 클리셰였습니다.

기억 상실과 관련된 영화나 책은 무수히 많았고, 이제는 익숙한 대상입니다.

그 안에서 어떤 슬픔이 드러날지도 어느 정도 예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어둠을 지녔음에도 밝고 긍정적이게 변하는 그의 모습도 어딘지 익숙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눈물을 흘리게 됐습니다. 솔직히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예상 범주였음에도 흐르는 눈물이 클리셰가 왜 클리셰라고 불리는지 증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분기점이 된 부분은 '죽음'을 단 한 문장으로 짧게 표현한 뒤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의 죽음 그 자체보다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닮아가던 둘의 표현이 더 강렬하고 안타깝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제3의 목소리로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그 슬픔을 더 크게 느끼게 했습니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감정을 색으로 표현했습니다. 그 덕분에 더 진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서를 마무리할 때, 느끼게 된 것은 이 도서가 색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집중적으로 하는 대상이 다르긴 했지만, 결국은 모두 색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변화와 함께 다른 이들의 대상까지 같이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진한 색상의 표지와 벚꽃 색상이 있는 페이지로 포문을 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도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나간 과거가 아닌 현재를 중요시해야 함입니다.

그것은 다가올 미래를 위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아직 오지 않은 기억을 미래와 함께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쉬운 점


    다소 흔한 소재인 '기억상실'이 도서의 선택을 꺼려지게 만듭니다.  

너무나 반복적으로 사용된 소재이기에 새로움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듭니다.

  

    특유의 문체 때문인지, 번역의 문제이지 다소 유치하게 대사들이 느껴집니다.  

그런 느낌들은 어느 정도 지나면 익숙해지지만, 그런 것들에 끝까지 반감이 들 수 있습니다.

  

    약간은 다른 문화권에 따른 이질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국내의 이야기가 아닌, 해외의 학생들을 기준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휴대폰 사용이나 다른 물품들을 사용하는 게 우리의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총 평

익숙해질 때로 익숙해진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를 이용한다고 했을 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깡그리 무시하며 우직하게 밀어붙입니다.

클리셰임이 분명함에도 감정을 뒤흔들 수 있었던 것은 색상 표현 등 풍부한 감정 표현이었던 것 같습니다.

교과서 위주의 학습이 어떻게 명문대를 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익숙함이 만들어낸 산물일 수도 있지만, 손수건을 찾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도서 같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6 구성 6 재미 7 재독성 6 표현력 8 가독성 7 평균 6.6)


국, 영, 수 위주로 공부해서 서울대를 갔다는 말이 왜 진실인지 알게 되는 증거.


감상자(鑑賞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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