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현실과 소소히 가벼운 음식의 even한 어울림
'반반 무 많이'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정답은 치킨!
청소년 소설에 대한 편견이 있다. 깊이 있게 음미할 만한 문장이나 치밀한 묘사 없이, 스토리만 전개하는 단순한 문장들의 나열. 그나마 후루룩 읽고 재미라도 느끼면 다행이다.
반반 무 많이.
제목을 보아하니 딱 청소년 소설이고, 두께나 안에 글밥도 딱 고만고만한 소설인데, 시대를 음식과 절묘하게 연결하여 풀어낸 작가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시대적 현실로 인한 삶의 무거움과 음식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이븐(even)하게 어우러져 있다.
1950년 한국전쟁부터 1997년 IMF 사태까지. 많은 이들이 함께 겪어낸 시대적 아픔과 시대의 위로가 되는 각 음식을 쓰지도 달지도 않게 그려 내었다고나 할까.
이 책의 단점은 하나.
밤에 읽지 말 것.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판자촌에서 쫓겨나 경기도 광주 허허벌판으로 이주한 성자네 식구들이 양은 냄비에 끓여먹던 라면이,
민주주의를 외치던 대학생들의 데모로 최루탄 냄새가 거리에 가득차던 1980년대 어느 골목 민주네 떡볶이가,
IMF로 실직한 가장들이 울며겨자먹기로 튀겨낼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치킨이...
그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 맛까지도 함께 느끼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끊임없이 올라오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