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장가갈 수 있을까?
25살 나이에 대학교를 들어가서 4학년 때 어학연수까지 다녀왔으니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2년 이상 늦었습니다. 취업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입사원서를 100곳 넘게 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답변은 "당신의 뛰어난 역량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서류 심사 과정에서 귀하의 합격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였습니다.
다시 공부해서 기존보다 더 좋은 학교에 입학하고 4학년 때는 어학연수까지 가서 경험을 쌓고 왔는데 취업의 문턱은 정말 높았습니다.
"내가 취업은 할 수 있을까?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습니다.
mp3에는 온통 힘내라는 노래만 들어 있었습니다.
힘이 들 때 하늘을 봐 너는 혼자가 아니야
이 세상 위에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 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많이 힘들고 외로웠고 그건 연습일 뿐야 넘어지지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 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위의 노래들을 따라 부르며 힘을 내려고 정말 노력했습니다.
마침내 취업에 성공하였습니다.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고등학생이 졸업만 하면 모든 걸 다 가질 것 같은 기분
군인이 전역만 하면 모든 걸 다 가질 것 같은 기분
결혼만 하면 모든 걸 다 가질 것 같은 기분
하지만 아시다시피 그걸 이루고 나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힘들게 들어간 첫 직장은 사람도 많지 않은 중소기업이었습니다.
우리 팀의 부장님과 다른 팀의 부장님은 서로 앙숙이었습니다.
식사도 같이 안 하고 모든 걸 다 따로 하였습니다.
작은 회사인데 하나로 똘똘 뭉쳐도 부족할 텐데 위에 분들이 그렇게 하는 모습은 신입사원인 저는 더 힘이 들었습니다.
신입 사원이지만 나름대로 잘하려고 이리저리 노력을 하였습니다.
일찍 나와서 청소도 하고, 지각은 절대 하지 않고, 커피도 타서 드리고 그렇게 하나씩 배워나갔습니다.
그렇게 회사생활을 하면서 지방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혼자서 외근을 나가는 길은 정말 신이 났습니다.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서 점심을 먹을 수도 있고, 혼자 있으니 옆에서 나한테 뭐 시키는 사람도 없고, 시원한 바람을 쐬며 운전하는 이 시간이 천국과 다름없었습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와 휴게소에 들러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며 메뉴를 하나하나 보며 무엇이 가장 맛이 있을까? 행복한 상상을 하며 돈가스로 결정하였습니다.
7,000원짜리 점심이 이렇게 행복한 적은 처음으로 기억됩니다.
그렇게 맛있는 점심을 먹고 지방에 업무를 잘 처리하고 시간이 늦어서 바로 집으로 퇴근하는 직퇴라는 것도 처음 해보게 되었습니다.
한 번의 출장이었지만 많은 걸 느끼고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도 좋았지만 밖에서 일을 처리는 게 저에게는 더 잘 맞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더 적성에 맞았습니다.
회사에 와서 6시에 퇴근시간이지만 위에 분들이 퇴근을 안 하시면 눈치가 보여서 퇴근을 못하고 더 할 일들이 없나 찾아보곤 했습니다. 근데 외근을 나가니 직퇴라는 것을 하게 되고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이렇게 매일 하는 직업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 혼자 생각을 하면서 취업하고 가장 행복하게 하루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출장을 다녀왔으니 가서 사용한 비용을 지출결의서에 적어서 보고를 해야 했습니다.
근데 보고는 우리 팀 부장님이 아닌 다른 팀 부장님께 보고를 해야 했습니다.
다른 팀 부장님은 우리 팀을 싫어했습니다. 베란다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가서 차를 같이 마시려고 하면 들어가시고 회식도 저희 팀만 빼고 한 적도 많고 왜 그렇게 싫어하시는지 물어봐도 뭐 딱히 들은 게 없었습니다. 어제는 정말 행복한 하루였는데 오늘은 그 부장님께 보고를 해야 하니 아침 출근길부터 걱정이 한가득이었습니다.
해야 할 일이니 부장님께 보고를 드리러 갔는데 한참을 보시더니
부장님 : "7,000원짜리 점심은 왜 먹어?" 회사 규정에 6,000원까지 인 거 몰라?
나 : 네? 휴게소에서 다 비싼 것들이라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부장님 : 너 어제 직퇴했지? 지방 갔다 왔으면 회사로 와야지 왜 직퇴를 해?
나 : 저희 부장님께 보고 드리고 직퇴하였습니다.
부장님 : 너네 부장님만 상사고 난 상사 아냐?
나 : 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부장님께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진짜 할 말을 잃었습니다.
회사에 들어가려고 그렇게 노력하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많은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이런 이야기 들으려고 회사에 입사한 거 아닌데... 회사란 곳이 이런 곳인가? 난 왜 이렇게 풀리지 않는 걸까? 회사만 입사하면 모든 게 다 내 것이 될 줄 알았는데...
가슴속 깊이 분노와 슬픔과 좌절이 합쳐져 끓어 올라왔습니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집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내가 화난다고 이렇게 힘들게 들어온 곳을 나간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퇴근을 하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이야기들을 여자친구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나보다 회사생활도 훨씬 오래 하고 보는 관점도 저보다
더 넓게 보는 여자친구는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다 내 맘 같으면 얼마나 좋겠어?
그래도 부장님이 자기를 더 성장시켜 주시려고 그런 분을 만났을 거라고 난 생각해.
나중에 자기가 사장이 되면 지금의 일들을 교훈 삼아서 더 많이 품어주는 사람이 되면 더 멋지잖아.
이렇게 말해주는 여자친구가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