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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현 Jan 13. 2020

네가 혼자여도 괜찮았으면 좋겠어

'세린아, 삼촌은'

"세린아, 삼촌은 네가 혼자여도 괜찮았으면 좋겠어"


세상을 홀로 살아가라는 뜻에서 한 말은 절대 아니야. 사람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지. 그런데 사람이 좋아서 사람과 함께 하는 것과 혼자인 게 싫어서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많이 달라. 삼촌이 걱정하는 건 네가 혼자인 게 싫어서 누군가를 찾는 경우야. 삼촌은 혼자인 게 싫어서 사람을 찾았고, 혼자인 게 싫어서 누군가와 함께 했거든.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토록 혼자가 되기 싫어 발버둥 쳤던 나 자신에게 연민을 느껴. 삼촌은 왜 그토록 혼자가 되지 않으려 발버둥 쳤을까? 삼촌은 어릴 때부터 혼자라는 걸 부끄러워했던 것 같아. 따돌림당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못난이처럼 보일까 봐, 문제가 있는 애처럼 보일까 봐... 그래서 삼촌은 누군가를 찾았어. 나와 성격이 맞는지, 관심사가 같은지, 그가 나를 좋아해 주는지 생각하지 않았지. 그저 혼자가  되기 싫다는 생각만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했었어. 그런 삼촌의 모습이 어때 보여?


그렇게 혼자를 벗어났으니 삼촌은 행복했을까? 아니었어. 삼촌은 사람들 속에 있었지만, 행복하지 않았어. 그들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내 행동을 그들에 맞췄어. 좋아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척했고, 하기 싫어도 하고 싶다고 말했어. 분명 좀 더 기다렸다면 나와 성격이 비슷하거나 좋아하는 게 비슷한 아이도 있었을 텐데.. 삼촌은 혼자라는 게 너무도 싫어서 맞지 않는 이들이라도 찾았고, 그들 속으로 들어간 거야. 삼촌이 바보 같지?


그리고 나와 안 맞는 이들 사이에서 내가 노력한다고 내가 그들이 되진 않았어. 점차 삼촌은 그들 무리에서 겉도는 아이가 되었고, 결국 다시 혼자가 되었어. 그런 경험을 했으니 다음번에는 나와 맞는 사람들을 찾았을까? 아니, 삼촌은 또 내가 혼자라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주위에 있는 아무나 붙잡았지. 그렇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살았어.


삼촌이 성격이 이상한 걸까? 그래서 혼자라는 단어에 이렇게 민감해하면서 살았을까? 물론 그런 부분도 있을 거야. 근데 생각해보면 이 사회 분위기가 준 영향도 분명 있었던 것 같아. 웃는 얼굴로 무언가를 해도, 신나서 놀아도 혼자였던 경우에는 자꾸 주변 사람들이 다가와 삼촌에게 이렇게 물었어.


"친구가 없니?"

"왜 혼자 놀고 있나?"


분명 삼촌은 웃으며 즐겁게 놀고 있었는데도 말이야. 그들 눈에는 삼촌이 불쌍해 보였나 봐. 분명 삼촌은 혼자여도 괜찮았던 적이 있었어. 그런데 자꾸 누가 그러더라. 같이 놀라고, 같이 하라고, 같이 가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 그 말을 했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어.


"전 지금 혼자여서 괜찮아요!"


그럼 아마 그 사람은 황당한 얼굴을 하겠지. 세린아, 나는 네가 혼자여도 괜찮은 사람이 되길 바라. 혼자여도 네가 괜찮으면, 네 얼굴이 웃고 있으면 누군가가 너를 찾아와 친구가 되어달라고 할 거야. 네가 삼촌처럼 혼자가 싫어 다른 사람을 찾지 않아도 말이지.


사람을 찾아가는 것도 물론 용기지만, 네가 혼자라는 상황을 견디고 견뎌 그 상황을 즐기는 것은 횔씬 더 큰 용기니까. 나는 네가 용기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소망해.


혼자라는 시간이 의미 없는 고통이 아니라 너 자신을 찾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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