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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현 Mar 23. 2021

김어준

듣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이라는 소제목처럼 이 내용은 모두 허구이자 제 상상입니다.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응원하려는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닙니다. 그저 한 사람의 시민으로 이런 말을 듣고 싶다는 제 바람을 상상하여 적은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공장장 김어준입니다.


최근 LH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 등 몇 가지 이슈들로 인해 위축된 우리 편 지지자들을 위해 짧게나마 몇 마디 적어보려 합니다. 여러분, 저희는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선거에서 압승해 174석이라는 압도적인 국회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선거는 여론조사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더라도 선거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죠. 작년 국회의원 선거 때 어땠습니까? 저쪽이 이길 거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많았죠. 심지어 저쪽이 압도적으로 이긴다는 여론조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어땠습니까? 현명한 국민 여러분은 우리에게 압도적 과반이라는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셨습니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고작 여론조사에서 상대와 차이가 조금 난다고 우리가 포기하고 주저앉아야 할까요? 절대 아니죠. 투표가 종료될 때까지 우리는 밭을 갈아야 합니다. 저와 함께 여러분들은 밭을 갈아야 합니다!     


여러분. 설마 우리 진보 진영에서 의혹이 불거지고, 몇몇 사람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가 드러나서 배신감을 느끼고 계신가요? 여당에 대한 지지가 흔들리나요?      


진보는 깨끗해야 한다! 

진보는 도덕적이어야 한다! 

진보는 가난해야 한다! 

설마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가요?     


제가 그동안 수백 번, 수천 번 말씀드렸습니다. 그런 모든 고정관념이 저쪽에서 만들어 놓은 프레임이라고 말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그래왔듯 그 프레임에 갇혀 사과하고! 변명하고! 또 소중한 사람을 잃고 후회하실 겁니까? 우리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진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저쪽 진영에서는 저더러 음모론자라는 말을 합니다. 그동안 저는 무수히 많은 의혹을 제기했고, 의문에 대한 조사를 해왔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저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놀아나지 않고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고자 했던 것입니다.      


서 있기조차 어려운 기울어진 운동장. 수십 년간 그곳에서 웅크려 있던 그곳에 왜 우리가 또 들어가야 합니까! 여러분. 우리는 진보는 이래야 한다는 프레임을 과감히 벗어던져야 합니다.


그 프레임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최소한 저들보다는 깨끗합니다. 그리고 최소한 저들보다 국민을 더 생각합니다. 저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빠져 정치하는 놈들은 다 똑같애. 그놈이 그놈이야. 투표를 왜 해?라는 저들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여러분, 상대편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저는 tbs에서 쫓겨나겠지요. 제가 쫓겨나는 건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를, 진보를 대변할 유일한 언론이 사라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언론의 정치적 중립성이요? 3살짜리 어린애도 알고 있습니다. 

조중동, 종편, 심지어 지상파까지 어느 쪽 언론매체인지 말입니다.     


조중동이 언론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있습니까? 저들이 언론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프레임을 들고 나오는 것은 이미 그들이 언론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 가진 자가 뒤따라오는 사람을 막기 위해 하는 짓, 저들은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지자 여러분, 그들이 만들어 놓은 판때기에 올라서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거기 가봐야 투전판의 호구만 될 뿐입니다.     


지금 부정적인 여론의 주범은 LH 공사 직원들이 연관된 투기 의혹입니다. 그들이 딱 문재인 정부가 시작되자 투기를 했을까요? 아니라는 건 여당 지지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알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야금야금 해 처먹었겠지요. 그게 하필 지금 정부에서 터진 것뿐입니다. 그걸 100% 지금 정부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국민의 1차적인 분노가 집권 정부를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정부의 대처가 어떤가에 따라 시간이 흐르고 난 이후의 여론은 바뀔 것입니다. 제 믿음처럼 정부의 대처가 훌륭하다면 오히려 이것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지지자 여러분. 우리가 할 일은 좌고우면(左顧右眄) 하지 말고, 그저 묵묵히 밭을 갈면 됩니다. 정부의 대처를 믿어보자. 정부와 여당에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자고 말입니다. 


저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이번 정부가 저쪽이 집권했던 과거 정부들보다는 낫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의 중심이자 천만 인구를 가진 서울을 저들에게 넘겨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설사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저들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잠시 넘겨주더라도 1년 후에는 반드시 되찾아와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밭을 갈아야 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아주 묵묵히 말이죠.


이상 여러분의 공장장 김어준이었습니다.

p.s) 쫄지만 씨바!!    


                                                                                                             대한민국 언론인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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