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현 Mar 29. 2021

이재용

듣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이라는 소제목처럼 이 내용은 모두 허구이자 제 상상입니다.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응원하려는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닙니다. 그저 한 사람의 시민으로 이런 말을 듣고 싶다는 제 바람을 상상하여 적은 글입니다.)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입니다.     

부끄럽게도 현재 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저는 국민 여러분에게 짧게나마 편지를 쓰고자 합니다. 이 편지로 제가 국민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사과와 반성, 그리고 다짐입니다.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제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없습니다.

약간의 운동과 책을 읽는 것을 제외하면 제가 할 수 있는 건 생각하는 것, 그것 하나뿐입니다.     


이곳에서 저는 과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저 자신을 계속해서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부족하나마 그렇게 정리된 생각을 국민 여러분에게 밝히고자 합니다.     

먼저, 저는 제 과오로 이곳에 왔음을 온전히 받아들였습니다. 

제 잘못을 변명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분명 저는 하지 않았어야 할 행동을 했거나 방조·묵인했고, 그로 인해 작게는 삼성 직원분들부터 크게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을 실망하게 했습니다.  이에 대해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제가 구치소에 있는 것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법적인 일을 지시 혹은 방조했다는 혐의 때문입니다.     

먼저, 지난 정부의 국정 농단 사태에 저와 삼성그룹이 연루된 점을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저는 지난 정권에 불법적인 편의를 봐주면서 경영 승계와 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에 대해 정부의 도움을 묵시적으로 요구했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기업에서 정부, 혹은 정권의 편의를 어느 정도 봐주는 것은 어느 나라를 봐도 비슷합니다. 기업가의 처지에서 정부나 정권은 불편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저와 삼성그룹은 지난 정권과 합법적인 틀 내에서 보조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정권에 불법적인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입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에게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또한, 지금 저는 경영 승계와 관련해 국정농단 연루뿐 아니라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에 관한 재판도 받고 있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이 큰 영향을 끼쳤고, 합병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저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솔직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제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그룹 차원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한 합병이었지만, 그중 한 가지는 분명 제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점 또한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에게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부모 잘 만나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으면서 왜 그런 불공정한 일을 했냐고 저를 책망하실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면 안 되었냐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2014년 경영권 승계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생태에서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이유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제 부정하고 불법한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오랜 기간 고민해보니 불법적인 행위를 그렇게 정당화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승계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적인 행위를 인정합니다. 또한, 지금 법적인 처벌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있을 추가적인 재판으로 인한 법의 판결 또한 제 지난 잘못에 관한 결과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삼성 가족 여러분. 다시 한번 제 지난 잘못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삼성이라는 기업이 국민 여러분에게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삼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삼성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부끄러운 이미지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 잘못에 대한 법의 처벌을 모두 받고 난 이후 삼성이 국민 여러분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직원 여러분에게 자랑스러운 직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저는 준법경영과 윤리경영을 국민 여러분에게 약속드렸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눈에는 그것이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한 방패막이라고 보였을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앞으로 삼성을 그렇게 경영하고자 합니다.     

삼성이라는 이름이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에게 사랑받는, 그리고 사랑을 줄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삼성이라는 이름이 삼성 직원 여러분에게 자부심이 되고 자부심을 줄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에게 부탁드립니다.

변모할 삼성을 국민 여러분께서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기업인 이재용     

작가의 이전글 김어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