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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만의제주 Sep 26. 2022

“엄마가 작아졌으면 좋겠다.”

44개월 둘째 딸.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이 되었다.

직장인일 때는 월요일이 싫었는데 주양육자가 되니 월요일이 참 반갑다.

바로바로 아이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가는 날!!!!


첫째를 먼저 유치원에 내려주고, 둘째의 어린이집을 향해 운전하는 중 뒷좌석에서 종알종알 둘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딸 : 엄마가 작아졌으면 좋겠다.
나 : 왜? 엄마가 왜 작아졌으면 좋겠어?
딸 : 어린이집에서도 엄마랑 같이 놀 수 있게.
나 : 하하하하. 엄마가 어린이가 되면 좋겠어?
딸 : 응응! 엄마가 작아져서 나랑 같이 어린이집에 가면 좋겠어.


몇 주 전부터 종종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해서 선생님과 상담도 했는데 어린이집에 막상 가면 아주 즐겁게 잘 놀고 온다고 하셔서 안심하고 있었다.

‘우리 딸, 엄마랑 함께 있고 싶어서 그랬던 거구나.’


첫째는 일하느라 조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양육한 기간이 있었고, 둘째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내가 쭉 주양육자로 키우고 있는데 그래도 부족한가 보다.


막상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마중 나오신 선생님 얼굴을 보고 신나게 등원하는 딸.
고마운 딸의 뒷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 "엄마"의 존재가 얼마나 커다란 것인지... 괜히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가진 모든 시간, 돈, 체력... 나의 존재, 모든 삶을 들여 너희를 키우고 함께하는데 그래도 이렇게나 엄마를 그리워하다니... 엄마란 어떤 존재인가.


그리고 내가 어느덧 진짜 그 "엄마!"로구나.

30살에 엄마가 되어, 엄마라 불릴 때부터 낯설었다. 나는 그대로 있는데 나는 아이를 낳음과 동시에 "엄마"가 되었다. 해산의 고통과 함께 작은 아기가 주어졌고, 나는 엄마가 되었다.


주양육자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런 순간들이 주는 기쁨과 감사함이 정말로 크다.

이렇게 아이들이 가진 모든 마음을 담은
사랑을 받는 이 순간.


인생에는 때가 있다.

지금은 이 사랑을 받아 내 마음 깊숙한 곳부터 꽉꽉 채워 넣을 때인 것 같다.

아이들이 자라 가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고, 그것을 사춘기라 명명하겠지.

그때 너희들이 너희 자신에 집중하기 위해 방문을 닫고 들어갈 때, 혹시라도 엄마가 그 자연스러운 과정 중에 쓸쓸한 마음이 들거든 오늘을 꼭 추억하고, 기억할게.


어린 시절 너희들이 엄마에게 부어준 맹목적인 사랑이, 엄마가 주는 사랑보다 훨씬 컸단다.

엄마는 그 순간들을 놓칠 수 없었고, 다른 양육자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너희들을 곁에서 양육하고 있어.

놓아주어야 할 때 잘 놓아주기 위해서, 너희들이 훨훨 날아갈 때가 되면 먼발치에 서서 응원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 물론 쉬었다 갈 때 찾아올 수 있도록 너희가 뒤돌면 보이는 곳에 있을 거란다.


오늘 아침 딸이 나에게 한 한마디가, 처음엔 웃어넘긴 그 한마디가 이제는 나를 울게 한다.

4살은 모든 삶을 들여 엄마를 사랑한다.


감히 엄마가 되어 너희들의 함박웃음의 주인공이 되는 이 순간을 사랑한다.

놀이터에서 수많은 어른들 사이에 서서 두리번두리번 살펴보다가 나와 눈을 마주치면 안도하고 기뻐하는 너희들의 함박웃음을 사랑한다.


오늘도 엄마를 사랑해줘서 고마워.
엄마도 너희들을 온 마음으로 사랑해.
가을을 만나러 간 새별오름. 이제 정상까지 쉽게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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