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지치기
제주살이 3년 차가 되는, 2022년이 밝았다.
왠지 다짐을 해야 할 것만 같은, 1월 1일.
첫째는
자고 일어나면 형아가 되는 줄 알았는데 똑같네?!
했다. 내일 일어나면 일곱 살이 된다고 하니 싫다며 잠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고는 일곱 살이 되어도 몸도 목소리도 어제와 같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룻밤 새 마법처럼 큰 변화가 있을 줄 알았나 보다.
둘째는
아니에요, 저는 세 살이에요! 세 살이라니까요!!
했다. 네 살이 낯선지 아니라고, 아니라고 한다.
'세 살도 나이 드는 게 싫은 거구나' 알게 해 준 둘째.
그렇다. 해가 바뀌었지만...
이게 생각보다 어제와 똑같다.
나는 늘 그대로 있는데 '자꾸만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태어나서 등 떠밀려 나이가 드는 느낌'이다.
그래도 1월 1일. 새해 첫날이니까!
낮잠 자는 아이 곁에서 작정하고 생각을 해본다.
다만 행복한가. 에너지 가지치기.
30대 중반이 꺾였다. 20대 중반까진 삶이 거의 비슷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우선순위에 따라 삶이 다양해진다. 내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어있고 지금의 우선순위는 아기들인지라 아기들에게 쓸 에너지와 시간을 확보해놓고 나머지는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다행히 우선순위가 나랑 같은 "가족과의 시간”인 남편을 만나서 인생에서 큰 결정을 내릴 때마다 같은 결론을 내고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어 감사하다.
각자 사람마다 마음에 주신 다양한 소원을 따라 그것을 좇으며 살아가기에 삶들이 이렇게 다양한 게 아닐까.
다만 행복한가.
다만 잘 지내고 있는가.
물고기를 땅에 두고 잘 살라고 하지 말고,
물고기를 물에 두고 잘 살라고 해야 하듯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 마음이 원하는 방향을 향하고 있는가.
혼자 20대 초반을 살아갈 땐 에너지 가지치기를 할 필요가 없었는데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양육하면서 다양한 삶의 갈림길 앞에서 저울을 달아본다.
“나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가.”
이제는 다양한 역할 속에서 우선순위를 내 안에 세우고 가족 구성원과 서로의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대화하며 삶을 살아가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 아가들도 자기 의견을 내어놓는 날이 오겠지.
여러 갈림길 앞에서 하나의 결론을 낼 때마다 후회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모든 선택 앞에선 아쉬움이 남는 법이니까.
오늘 주어진 삶을 감사함으로 살아내는 것. 감사.
그것이 내 목표다. 이 목표 앞에서 나의 다양한 역할을 저울질하며 최선의 선택을 하고 후회하지 않으려 애쓴다. 매일 이렇게만 살면 평생을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겠지.
너도 나도 자신의 인생이 정답이라 아우성을 치는 것 같다. 때론 나 또한 내가 정답이라 외치고 싶은 순간이 있는 것 같다.
그럴 땐 자연 속에 머문다.
오늘은 동네 횡단보도 앞에서 겨울 한라산 보기.
각 계절마다 매력이 다른 한라산.
계절마다 다 정답인 곳이다.
또 제주도에 살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꽃들을 떠올려본다. '동백, 매화, 유채꽃, 벚꽃, 수국, 코스모스, 배롱나무꽃, 털머위 꽃, 산딸나무 꽃, 백일홍 등등'
모두 다 제 모습대로 각기 옳다.
그래서 정답은
그저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에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 마음이 어떤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렇게 끊임없이 나를 알아간다.
2022년. 아이들이 얼마나 자라 갈지,
나만의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주어진 상황 안에서 또 매 순간 감사한 것들을 찾아보려 한다.
그래서 올해의 목표도,
"오늘 주어진 삶을 감사함으로 살아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