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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만의제주 Sep 02. 2022

오늘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내 나이 24살 무렵.

현재의 남편과 편도 3시간 거리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을 때 연애 소식을 들은 선배가 걱정스럽게 이야기를 했었다.

"장거리면 곧 헤어질 것 같은데..."

(연애한다고 알리지 말지.. 그런 느낌?!)


그래서,

음... 오늘 사랑하며 살다가 서로 계속 사랑하는 마음이 들면 만나다 결혼할 수도 있는 거고... 계속 사랑하는 마음이 들지 않으면 매듭지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늘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꼭 결혼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지금 이 시기에 이 만남을 통해 서로가 배워야 할 것이 있어서 만난 거라 생각해요.

가볍게 던진 한마디에,

나는 또 진지하게 늘어놓았던 기억이 난다.


삶이 게임 같다고 생각했었다.

때마다 주어지는 상황과 사람들이 마치

미션을 clear 하면 다음 stage로 넘어가는 게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주어진 이 시련과 마음의 어려움은 미션이야.
이걸 클리어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니, 도망치지 말고 잘 마주해서 얼른 배워버리자.

하면서 직면하기 싫은 것도 어금니 꽉 깨물고 직면하며 매듭지었던 것 같다. (보통 상황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고, 같은 상황에서 내 마음이 정리되는 그런 매듭이었다.)


사랑도 비슷한 관점에서 봤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미리 걱정하여 있을 일을 막을 수 있겠는가.

막을 수 없다면 오늘에 충실하자.

우리가 만나서 인생을 쭉 함께 걷게 된다면 그런 마음이 주어져 감사한 것이고, 맞지 않아 헤어지게 된다면 함께하는 시간 동안 서로를 통해 잘 다듬어지고 배워나가는 시간이겠지.

미리 어떻게 될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렇게 살다 보니,

감사하게도 사랑하는 마음이 이어져 결혼을 하게 되었고, 우리를 닮은 남매를 키우며 하루하루 살아가게 되었다.


육아도 또 삶의 연장선이다.

귀여운 아이들과 따뜻한 살을 보들보들 부대끼며,

"오늘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의 걱정을 당겨서 할 것도 없고,

다른 이들과 비교할 것도 없고,

오늘.

지금.

지금 이 순간 내게 주어진 사람들과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더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지금을 본다."


아무도 없는 초등학교 운동장이었다.

모래 파기에 푹 빠진 둘째 옆에서

멀리 남편과 첫째가 깔깔대며 노는 모습을 보다 웃음이 났다.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누워서 골키퍼 하십니다."


어릴 땐 인생 앞에서 큰 목표를 세우는 게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30대 중반 지금의 내게 삶의 목표는,

"오늘 지금 이 순간 사랑하며 사는 것."

그것인 것 같다.

(물론 큰 목표가 중요한 사람도 존중한다! 추구하는 게 다를 뿐...)


삶 속에 주어진 현실적인 고민들은 늘 있지만,

궁극적인 내 목표를 생각하며 결정을 내리니 덜 조급하게 된다.


지금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오다 보니

연애부터 보면 남편과도 12년 차네

지금껏 지내보니 삶의 목표가 소박해서 좋다.


그렇게 하루하루,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이어라.


아, 그리고 지금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느끼며 살아갈 수 있어 감사하다.

힘써 감사하고, 마주하고 사랑하며 살아야지.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은혜 주시길 기도한다.


늘 감사한 우리 남편.

사실 나는 울리는 꽹과리 같고,

묵직한 중심은 여보에게 있어. 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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