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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Feb 10. 2020

한국인들은 성형을 많이 한다면서?

성형했단 사실은 더이상 타부(taboo)가 아니다.

비행시간이 긴 비행에선, 크루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친목을 다진다. 이번 하노이 비행도 마찬가지다. 남아프리카 친구가 눈가의 주름을 없애고 싶다며, 요즘 시술을 생각하고 있다고 스타트를 끊었다. 내가 이런저런 한국의 시술 문화를 내 경험을 포함해 이야기하자, 어느덧 한 두 명씩 붙어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다. 그러자, 한 친구가 내 옆에 앉은 다른 한국인 크루에게 웃으면서 ‘야, 너 표정이 왜 그래?’ 이러면서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던 그분의 표정을 흉내 냈다. 어느덧 이야기가 파(罷)하고, 그분은 나에게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다. ‘그런 거 왜 말해요? 본인 얼굴에 침 뱉는 거예요.’








그분의 말은 이렇다. 안 그래도 한국인 하면 다 성형했다고 생각하는데, 굳이 왜 긁어 부스럼 만드냐는 거다. 자기도 비행 초반엔 외국인 친구들과 성형 시술에 관해 많이 이야기했는데, 한국인에 대한 잘못된 시선을 겪고 나선 그런 주제에 대해 입을 닫았다고 했다. 한 번은, 트레이닝 동기들끼리 모인 단톡 방에 누가 한국의 성형수술 문화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을 올려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너네 진짜 다 이러니? 너도 했니?’



그분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많은 국적의 친구들과 성형수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나에게 부정적인 시선으로 ‘한국인은 성형 많이 한다면서?’ 이렇게 물은 친구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이 가진 콤플렉스를 이야기하며 ‘나 한국 가서 시술받고 싶어. 추천해줄 곳 있니?’ 이렇게는 물어보긴 한다. 혹은, 이렇게 더 많이 물어본다. ‘한국인들은 어쩜 그렇게 피부가 좋니? 어떤 한국 화장품 사용하니? 아니면, 관리를 받는 거니?’, ‘한국 비행 가서 시술도 받고 한국 화장품도 사고 싶은데, 비행 스케줄 받기 너무 힘들어.’ 유럽, 아시아 상관없이 크루들 사이에서도 케이 뷰티(K-beauty)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인천 비행은 항상 인기가 많다.



2019년도는 유튜브의 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졌다. 그중, 처음에 굉장히 신선하게 느꼈던 콘텐츠들은 성형과 시술에 대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당당하게 본인의 시술하는 과정과 성형 전·후의 모습, 후기들을 생생하게 공유했다. 국내외 인플루언서들이나 셀러브리티들도 당당하게 자신의 시술과 관련된 고민, 시술에 대한 정보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내가 좋아하는 모델 중 샨 릴리(Sian Lilly)는 코를 시술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유명 패션쇼 런웨이를 걷는 모델이 숨김없이 ‘나? 코 했어!’하며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게 신기했다.



한국인들이 성형 많이 하는 건 사실이지 않나? 얼마 전, 휴가차 한국에 가서 성형외과에 갔다. 상담도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대기인원이 많았다. 병원 로비는 갓 고등학교 졸업하는 학생부터 우리 엄마 또래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도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성형 이야기를 하곤 했다. 다들 휴가 기간 동안 평소에 관심 있던 시술을 할 거라 말했다. 주변에 필러, 보톡스, 또는 피부 관련 시술은 한 번씩 받아본 사람들이 널렸다. 연예인 혹은 요즘 말하는 인플루언서들처럼 얼굴에 손을 많이 댄(?) 사람들은 일상에서는 보기 힘들다. 내가 시술에 관심이 많아 보는 눈이 생겨서 그런지, 이제는 사람들을 만나면 딱 보인다. 아, 이분 여기여기 손 좀 대셨네? 물론, 대놓고 물어보진 않는다.



자기만족을 위해 가꾸는 게 뭐가 부끄러운 건가. 감추는 것 자체가 얼굴에 손을 댔다는 거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거 아닌가? 그러면서, 달라진 모습에 만족하는 건 무슨 모순적인 상황인지. 물론, 친구들을 만나서 굳이 ‘나 여기여기 했어!’ 떠들진 않는다. (그런데, 한국 친구들은 오랜만에 만나면 귀신같이 달라진 부분을 콕콕 집어낸다.) 더 예뻐진 모습이 원래 내 모습이라고 여겨졌음 하는 바람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여나 누군가 눈치채서 ‘여기, 했죠?’라고 말하면 굳이 아니라고 거짓말하고 싶진 않다. 나는 내 시술받기 전 모습도 사랑하고 받은 후 모습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한 인간으로서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욕구를 부정하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기만하고 싶지도 않다.



쉬쉬해서 한국인과 성형에 대한 잘못된 시선을 외면하는 것보다, 실제로 한국에서 성형과 시술을 어떻게 생각하고 행해지는지 터 놓고 말해 주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공유하는 게 낫지 않을까.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건 문화권을 뛰어넘는 공통사다. 하노이 비행의 그분도 그렇게 말했다. ‘재네 괜히 한국인 질투해서 그러는 거예요.’ 맞는 말이다. 한국인이 이쁘장하게 생기니까, 괜히 성형 탓을 하는 거다. 그런데, 나는 단순히 국적에 대한 질투보다 ‘세계적으로 한국적인 미(美)와 성형시술에 대한 기술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것, 그만큼 한국인은 미모에 투자할 만큼 경제력이 있다는 것’에 대한 ‘질투’를 느낀다.



한국만 미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 이건 전 세계 공통이다. 한 달 전, 바르셀로나 비행에서 만난 동료들과 신나게 시술 이야기를 했다. 우크라이나 친구는 스스럼없이 자기 얼굴 곳곳을 손가락으로 집으며 말했다. ‘여기는 보톡스, 여기는 필러 했어.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시술 많이 해! 비용이 저렴하거든.’ 우리는 함께 깔깔거리며 물어봤다. ‘혹시, 그게 우크라이나 여자들의 미의 비결이니?’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으로 미녀가 많기로 유명하다.) 내 트레이닝 동기인 코스타리카 친구는 수술한 가슴과 엉덩이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이번 휴가 때는 지방 흡입으로 몸매를 다듬었단다.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 사이에선 콜롬비아가 성형 수술로 유명하다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이야기 꽃을 피운 적도 있다.








만약, 누군가 한국인을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야, 너네는 성형 많이 한다면서? 너도 했니?’라고 말했을 때 이렇게 대답하면 어떨까.


‘많이 하지. 나도 했어! 너네 나라에선 연예인만 하지? 우리는 일반 사람들도 할 만큼 돈도 많고 기술도 좋아. 근데, 그런 쪽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안 해. 모든 한국인이 성형 수술했다는 건 너무 일반화시킨 거고, 대놓고 어디 어디 했냐고 물어보는 건 실례야. 상대방 쪽에서도 할 말은 없을 거다. 혹은,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도 있을 거다.


‘너넨 왜 있는 그대로 너의 모습을 사랑 안 하니?’ 그렇담, 이렇게 대답해 보자.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중에 하나야. 평소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를 시술로 바꿔 보는 것도 방법이지. 우리가 무슨 얼굴 전체를 바꾸는 줄 아니? 지금 있는 모습에서 내 기준에 더 예뻐지는 모습을 추구하는 것뿐이야. 너도 관심 있으면, 한국에서 시술하는 걸 생각해봐.’ 아무 말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거 보단, 웃으면서 당당하게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웃는 얼굴에는 침 못 뱉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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