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관계'를 돌보기 위한 30가지 QnA
본 칼럼은 정서중심치료(Emotion-Focused Therapy)를 기반으로 합니다.
바로 답하기 전에,
잠시 숨을 두 번 고르고,
주변을 살펴보세요.
한 손 또는 두 손을 가슴 쪽으로 올려두고
토닥토닥 네 번,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어 볼게요.
A.
최근에 “또 내가 손해 봤다”라고 느꼈던 장면 하나를 떠올려보세요.
그때 내가 포기한 건 무엇이었나요, 시간인가요, 마음인가요, 존중인가요?
“나는 항상 손해 보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은 단순히 한두 번의 사건에서만 생기지 않아요.
그 말은 대개 여러 번의 경험이 겹치고, 쌓이고, 반복되면서 마음속에 하나의 결론처럼 자리 잡아요.
그래서 이 생각이 올라올 때,
그 자체를 “부정적인 생각”으로만 밀어내면
오히려 더 단단해지기도 해요.
이럴 때는 두 층을 나눠서 보는 게 도움이 돼요.
첫 번째 층은 실제 경험이에요.
정말로 내가 반복해서 양보해 왔는지,
정말로 내 쪽이 더 많이 감당해 왔는지,
정말로 내 기준과 권리가 자주 무시되어 왔는지.
두 번째 층은 오래된 정서예요.
예전부터 익숙했던 관계의 역할,
“내가 참아야 관계가 유지된다”는 믿음,
“나는 늘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 같은 것들.
문제는 이 두 층이 섞일 때예요.
실제 사건이 하나 생기면, 내 마음은 그 사건만 보지 않고
과거의 결론까지 함께 불러와요.
“또다.”
“역시.”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서 조용히 물어볼 질문이 있어요.
“내가 손해 본 장면에서,
나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손해를 감수했을까?”
대개는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이런 것들이 숨어있기도 해요.
미움받지 않기 위해,
버려지지 않기 위해,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그래서 ‘손해’라는 말에는 단지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를 지키기 위해 내가 스스로를 얼마나 줄였는지가 들어 있을 수 있어요.
또 하나 중요한 질문이 있어요.
“항상 손해 본다”는 결론이 사실이라면,
내가 손해를 보지 않았던 예외의 장면은 정말 하나도 없을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중요해요.
다양하고 오래 반복된, 정서는
나에게 유리한 증거만 모으는 방식으로 굳어지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손해 보지 않았던 순간,
내가 거절했는데도 관계가 유지됐던 경험,
내가 나를 지켰는데도 상대가 떠나지 않았던 기억을
의식적으로 찾아보는 일은, 이 틀을 조금 느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요.
“나는 항상 손해 보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 때,
그건 나 자신을 비난하라는 뜻이 아니라
지금 내가 관계 안에서
어떤 역할을 반복하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포기하면서 관계를 유지해 왔는지,
그리고 정말로 그 방식이 나를 살리고 있는지
다시 살펴보라는 신호일 수 있어요.
*아래 답변은 여러분이 스스로 답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각색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했어.
‘나는 늘 손해 보는 쪽이야.’
약속 시간도 내가 맞추고,
상대 기분도 내가 살피고,
갈등이 생기면 내가 먼저 눌러버리고.
그런데 상대는 그걸 너무 쉽게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거든.
처음엔 그냥 ‘내가 배려가 많은 편인가 보다’ 했어.
근데 같은 일이 반복될수록
그건 배려라기보다
내가 나를 계속 줄이고 있었다는 느낌이 됐어.
가만히 떠올려보니까
내가 손해를 보는 순간에는 항상 비슷한 감정이 있었어.
불편함이 올라오는데도,
그걸 말하면 관계가 깨질까 봐 두려웠고,
내가 거절하면 상대가 나를 싫어할까 봐 겁이 났어.
그래서 나는 ‘양보’를 선택한 게 아니라,
‘안전’을 선택했던 것 같아.
미움받지 않는 안전,
혼자 남지 않는 안전.
근데 그렇게 안전을 선택할수록
내 안에서는 더 억울함이 쌓였어.
‘나는 왜 늘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내 마음은 왜 늘 나중이지?’
그래서 요즘은, 손해 본 느낌이 올라오면
무작정 “상대가 나빠”로 끝내기 전에
한 번 더 물어보려고 해.
‘나는 무엇을 지키려고 또 참았지?’
‘내가 정말 포기한 건 뭘까, 시간인가, 존중인가, 내 마음인가?’
그리고 또 하나.
정말로 나는 항상 손해만 봤나?
내가 조심스럽게 거절했는데도
상대가 이해해 줬던 순간,
내가 나를 지키자고 말했는데도
관계가 깨지지 않았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아.
그 순간들을 기억하는 게
내 결론을 조금 덜 단단하게 만들어주더라.
나는 ‘손해 보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게 아니야.
다만, 나를 지키면서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없는 건지 이제는 더 솔직하게 보고 싶어.”
#정서중심치료 #EFT
#EmotionFocusedTherapy
로지 상담심리사, 심리학 박사 ㅣ Semicolon 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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