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나 우울인가, 번아웃인가, ADHD인가?”

'정서와 관계'를 돌보기 위한 30가지 QnA

by 로지

본 칼럼은 정서중심치료(Emotion-Focused Therapy)를 기반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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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스스로 “나 우울인가, 번아웃인가, ADHD인가” 같은 검색을 반복하게 될 때,

실제 도움이 필요한 상태와 불안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상태를 구분해보려면

무엇을 기준으로 볼 수 있을까?





바로 답하기 전에,

잠시 숨을 두 번 고르고,

주변을 살펴보세요.



한 손 또는 두 손을 가슴 쪽으로 올려두고

토닥토닥 네 번,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어 볼게요.





A.

지금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한 단어로만 붙여보세요.

“망가질까 봐”, “뒤처질까 봐”, “통제 못 할까 봐” 같은 것들이요.



이런 검색을 반복하게 되는 건, 대개 게으름이나 호기심이 아니라

“확실해지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돼요.



내가 지금 왜 이러는지 이름 붙이면 마음이 좀 놓일 것 같고,

그래야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이 불편이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들죠.



그래서 먼저 짚고 싶은 건, ‘진단명’보다 그 밑바닥의 정서예요.

불안, 초조, 자기비난, 두려움, 그리고 “이대로면 큰일 난다”는 압박감.




검색은 그 압박을 잠깐 낮추는 방법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잠깐만요, 잠깐만. 다시 올라오죠. 그래서 더 찾게 돼요.



구분의 기준은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몇 가지 질문으로 정리됩니다.




첫째, 기간과 회복력.


“쉬면 조금이라도 돌아오나?”를 보세요.


번아웃은 보통 과부하, 소진, 회피가 중심이고, 휴식과 환경 조정에 따라 회복의 실마리가 생기기도 해요.

우울 쪽은 쉬어도 ‘기본 에너지와 흥미’가 잘 안 돌아오고, 즐거웠던 것도 무채색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길게 이어지기 쉬워요.





둘째, 중심 정서가 무엇인지.


번아웃은 “지침, 짜증, 냉소, 무기력”이 전면에 나오고,

우울은 “가치감의 하락, 자기비난, 절망감, 공허감”이 더 깊게 깔리는 경우가 많아요.

ADHD는 정서 자체보다 “집중, 실행, 시간관리”의 문제로 인해 좌절과 수치심이 따라붙는 패턴이 두드러지곤 해요.




셋째, 영역의 확산 정도.


어떤 문제는 일이나 공부에서만 심해요. 그럼 환경 요인이 큰 힌트예요.

반대로 일, 관계, 자기관리 전반이 무너지고, 하루 전체가 ‘무게’로 느껴진다면 더 깊은 소진이나 우울의 신호일 수 있어요.




넷째, 언제부터였는지.


집중 문제나 실행의 어려움이 “최근 몇 달”에 갑자기 심해졌다면,

스트레스, 수면, 불안, 우울, 과부하가 먼저 원인일 때가 많아요.


반대로 아주 오래전부터 “늘 그랬다”는 느낌이 있었다면,

그 오래된 패턴 자체를 더 정교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다섯째, 검색의 목적을 정직하게 보기.


지금 검색은 ‘도움’이 되고 있나요, 아니면 ‘불안의 연료’가 되고 있나요?

찾고 나서 더 안심되는지, 아니면 기준이 더 늘어나서 더 무서워지는지요?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하나.


지금 당신이 가장 필요한 건 “정답”일까요, 아니면 “조절”일까요.



내 상태의 이름을 알아야만 살아지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를 살리는 루틴, 회복, 연결, 자기비난의 완화가 먼저 필요한 시기일 수도 있어요.



검색이 멈추지 않을수록,

마음은 이미 너무 긴장해 있다는 뜻이니까요.






*아래 답변은 여러분이 스스로 답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각색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요즘 나는 계속 검색을 했어.


우울, 번아웃, ADHD, 무기력, 집중력…



처음엔 ‘알면 좀 나아질 것 같아서’였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기준이 늘어나서 더 불안해지더라.



그러다 문득 깨달았어.


내가 찾고 있던 건 정보가 아니라, 안심이었구나.




‘내가 망가진 게 아니야’라는 확인.


‘이건 회복될 수 있어’라는 확인.




그래서 오늘은 질문을 바꿔보기로 했어.



‘나는 요즘 쉬면 조금이라도 돌아오나?’


‘나는 요즘 무엇에 가장 지쳐 있나?’


‘내가 제일 많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이지, 지침인가, 공허함인가, 자기비난인가?’


‘이 문제는 특정 상황에서만 심해지나, 아니면 삶 전체로 번졌나?’




그리고 하나를 더 물어봤어.


‘나는 지금 정답이 필요해서 검색하는 걸까?


아니면 불안이 너무 커서 붙잡을 곳이 필요해서 검색하는 걸까.’




정답을 당장 찾지 못해도 괜찮아.


대신 오늘은 불안을 조금 낮추는 쪽으로 가보자.



잠을 먼저 회복하고,


일의 양을 조절하고,


내가 나를 몰아세우는 말을 한 번 멈추고,


지금의 내가 얼마나 긴장해 있는지부터 알아차리자.



내가 필요한 건


이름 붙이기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다시 숨 쉬게 하는 방식일지도 모르니까.”





#정서중심치료 #EFT

#EmotionFocusedTherapy



로지 상담심리사, 심리학 박사 ㅣ Semicolon 심리상담센터

https://linktr.ee/semicoloncoun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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