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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그 자체보다, 대화할 '준비'부터 필요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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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지

대화 그 자체보다, 대화할 '준비'부터 필요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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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 언급했던, 각 커플(A, B, C, D)에 대한 전문가 시선에서 본 피드백은 제일 마지막에 남겨두었습니다. 충분한 이해를 위해서는 아래 글부터 천천히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





"우리는 대화가 필요해!"
Re: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너와 나.




커플들은 항상 서로에게 외친다. "우리는 대화가 필요해!"라고. 그건 전문 상담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어느 누구나, 심지어 연인이 아니어도 잘 알고 있다. 어느 관계에서 대화가 중요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무조건 대화가 중요하다고 둘이 만나서 '말'만 쏟아내는 건 대화가 아니다. 대화는 방법이 중요하고 그 이전에 대화를 할 준비/태도가 되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너무 많은 콘텐츠와 영상, 칼럼... 등에서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를 강조한다. "연인과 대화하는 Tip 5" "오늘부터 이것만 알면 문제 해결!" 등의 눈길만 사로잡고 정작 내용은 특별하지 않다. 당신과 상대가 변화하지 않는 이유는 태도(대화할 준비, 나의 상태)가 갖춰지지 않아서다.



여기에 나오는 커플들도 저마다 자신들이 대화가 필요하다고 연거푸 강조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대화를 하려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시도하고 노력한다.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얼마나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탄식을 하면서 화면을 들여다봤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태도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다 방법도 모르고!) 대화를 시작하고, 자신을 탓하거나("내가 문제라서") 상대를 탓한다("네가 항상 문제야").



그들이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잘하고 있는 행동이지만, 그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자신은 물론이고 상대방을 고려하지 못한 "방법"으로 자신은 상처를 입고, 상대를 상처 입힌다. 그저 그들은 너무도 모른다. 누구한테 어디에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모르는 게 당연하다. 그것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꼭 강조하고 싶다. 당신들이 노력하는 것은 누구보다 알지만, 그 방법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서로의 상처는 서로가 풀어주는 데 한계가 있다."

상대의 마음은 본인이 표현해야 한다.

상대의 것을 내가 표현하는 것은 '내가' 상대가 말할 기회를 뺏어가는 것과 같다.



프로그램에 나온 커플은 물론 대다수의 커플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모두가 크고 작은 아픔이 있다. 개인으로서든 연인의 한 명으로서든 말이다. 서로의 상처는 서로가 풀어주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상대방에 대해서 경청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연습이 안 되어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상대방이 본인의 상처에 대해 반응해 달라고, 위로해 달라고, 참아달라고, 이해해 달라고 요청하면 서운함부터 시작해서 짜증, 심지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왜냐하면 나의 상처도 있기 때문이다. 커플들은 자주 말한다.



"그럼 내 상처는? 너만 힘들어? 나도 힘들어. 나도 서운해. 나도 상처받았다고!"



이런 과정이 쌓이고 쌓여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때가 오면, 서로의 입에서는 (속마음과 약간은 다르겠지만) 진심이 담긴 독한 말이 튀어 나간다. 하지만 여기서 정말 꼭 주의해야 할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표현은 사용하지 마라. 자신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상처에 책임지지 못할, 감당하지 못할, 해만 되는 표현이 있다. (예, 가스라이팅, 피해자 코스프레) 이런 표현은 되돌릴 수 없는 낙인을 찍는다.



상대방을 중심에 두기보다 내가 어떤 마음이고 어떤 감정이 드는지 먼저 살펴보라

나는 상처받았나? 나는 화가 나나? 나는 슬픈가?



대화 방법이 가장 첫 시작은 "내가 어떤 마음이지?"라고 살펴보는 것이다. 그것이 먼저이다. 내가 현재 필요로 하는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무작정 달려들어서 "내가 필요한 것들을 내놔!"라고 다그치는 건 어느 누구에게나 당혹감과 존중받지 못한 기분을 안겨준다. 그러면 처음에 당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상대방의 당혹감과 적대감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건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내 것을 들어준 다음에야, 상대방 것이 들린다.

당신은 얼마나 상대방의 '마음'을 듣는가?



상대방이 내 것을 들어줄 필요는 없다. 필자가 말하는 '내 것을 들어준다'라는 것은 타인에게서만 얻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미 당신은 하고 있기도 하다. 잠시 바람을 쐐거나, 마음이 차분해지는 음악을 듣거나... 등 내가 마음이 조금 누그러질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시작이다. 다만... 그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그건 단지 나를 잠시 달래주는 방법이지, 내가 어떤 마음인지 알려주진 못한다. 최대한 친절하고 다정한 말로 물어보자. "그래, 나는... 상대가 이렇게 행동했을 때 울컥했지.. 슬펐던 걸까, 아니면 좀 더 따뜻한 말로 안정감을 느끼고 싶었을까.."



*정서중심 커플 심리상담에서도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누구 잘못이냐 누가 무슨 말을 언제 했느냐 이런 것을 통해 잘못을 따지고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상처가 있다. 그렇다면, 가장 필요한 건 따뜻한 위로와 안정감(안전감)이다. 다그치고 밀어붙이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더욱 닫아버린다.




상대방의 마음은 어떻게 듣는가?


실은 정말 단순한 방법이다. 당신이 누군가의 표현만 우선은 아무 말하지 않고 조금만이라도 가만히 듣고 있으면(내 것을 알아줘야 내 것을 내려놓고 들을 수 있다)... 그 사람이 가장 필요로 하고 중요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이 어떤 심정인지를 들어야 한다. 이 사람이 나한테 하고 있는 행동이 초점이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떤 심정인지를 궁금해하면서 듣는 것이다. 이때, 위에서 언급한 자신의 (풀리지 않은) 마음에 사로잡히면 잘 안된다. 그러면 거기서부터 또 다른 오해, 좌절, 분노 등을 경험한다. 이는 또 다른 단절과 파국으로 이어진다.





"너한테 무슨 말을 못 하겠어. 솔직하지 못하겠어"
Re: "표현하기에 충분한 안정감을 못 느끼겠어"



대화에 필요한 또 다른 것은 안정감이다. 필자가 가장 강조해야 하는 한 가지를 고른다면, 이것을 최우선으로 두겠다. 프로그램에 출현한 커플은 물론 상담실을 찾아오는, 어려움을 표현하는 모든 커플에게 가장 부족하고 없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안정감. 안정감. 안정감



안정감이 없으면, 대화가 일단 시작하기 참 어렵고, 시작되어도 오래 이어질 수 없다.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당신은 어떠한가? 입이 떨어지는가? 편하게 자리에 앉을 수 있는가? 아니다. 절대. 안전하다는 느낌이 없으면 어느 누구도 진심을 꺼내올리기가 어렵다. 진심을 말한다는 것은 마음을 열어 꺼내 올리는 것이다. 진심은 연약하지만 뜨거운 무엇이다. 그래서 쉽게 꺼내놓기 어렵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진심을 다해 뭔가를 표현한다면, 그건 정말 당신을 최소한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짜 누군가의 마음을 듣고 싶고 마주하고 싶다면, 당신은 정말 있는 힘껏 상대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을 쥐고 흔들고 압박하는 것은 절대 안정감을 줄 수 없다. 즉, 당신은 절대 상대방의 진심을 만날 수 없다.



당신은 언제 안전함을 느끼는가?

어떨 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가?


참고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다수의 커플들이 종종 이런 말을 한다. "편안하다고? 편안하면 안 좋은 거 아냐? 설레지 않는다는 거잖아" 아니다. 편안하다는 지루하다가 아니다. 혹시라도 당신이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면 언제나 이는 부정적으로 들렸을 것이다. 편안함은 안정감으로 연결되며 모든 관계의 기본이 된다. 오랫동안 유지된 커플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 편안함과 안정감이다. 안정감을 주는 관계야말로 모든 관계가 추구해야 하는 첫 번째 조건이다.





"도저히 힘들어서 대화를 못 하겠다.."
Re: 연인의 대화는 힘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필요하다.



대화는 쉬운 것이 아니다. 쉽지 않다고 잘 못된 것이 아니다. 어느 누가 대화는 항상 편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했는가? 이건 환상 속의 무엇이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각자로서 살아온 날보다 짧은 순간을 관계에서 살아간다. 각자로 살아온 날보다 더 만난 오래된 커플이라면 약간 다른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에게 안정감을 전해주고,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신뢰하는... 그런 과정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크고 깊은 노력의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그런 노력이 없는 관계도 있겠지만, 여기에서 필자가 말하는 관계의 종류는 아니니 넘어간다.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은..

언제나 에너지가 드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과정이다.


대화는 힘이 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래야 할 필요가 있다. difficult보단 consume이다. 즉, 힘이 든다는 것은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어떻게 서로에게 안정감을 제공하고, 나와는 다른 어떤 존재를 이해하고 나아가 사랑하는 것이 쉽고 에너지가 들지 않겠는가? 당신이 관계에서 이토록 고민하고 눈물을 흘리고 얼굴을 붉히는 것은... 당연하다. 그건 당신이 부족해서도, 상대방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당신과 상대가 달라서이다. 틀린 것이 아니다. 다른 것을 듣고 이해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은 언제나 에너지가 드는 소중하면서도 가치 있는 의미 있는 과정이다.



그러니 에너지가 든다고, 놓고 싶을 만큼 너무 힘이 든다고 그 관계를 내팽개치지 않았으면 한다.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으면 잠시 서로 합의하에 기력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고 다시 대화하면 된다. 만약 에너지의 문제가 아니라면, 그 부분을 살펴보면 된다. 모르는 부분이면 서로 함께 배워가며 연습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연인이 경험하는 건강한 과정을 의미한다.

스토킹, 데이트 폭력 등 어떠한 종류의 폭력이라도 오가는 관계는 무조건 멈춰야 한다.)





"감정적으로 말하지 마. 감정적이지 마"
Re: 감정적인 부분을 어려워하고 꺼리는 우리



마지막으로 가장 전하고 싶은 대화의 방법은 바로 "감정(정서)"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부정적이고, 미성숙하고, 비효율적이고, 필요하지 않은... 무엇으로 여기곤 한다. 수많은 연구들이 이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 중이며, 수많은 사례와 연구를 통해서 감정(정서)은 필요하고 적응적이고 긍정적인 무엇이라고 밝힌다.



당신이 관계에서 행복과 사랑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감정(정서)이다. 감정이 없다면, 관계는 밋밋하고 재미없고 유쾌하지도 않은, 무채색의 무엇이었을 것이다. 대화도 물론이다. 관계 자체가 정서적인 상호작용인데, 대화는 당연하다.



커플들은 항상 가능하지 않은 것을 고집한다. "이성적으로 얘기해야지... 감정적이지 않을 거야. 눈물은 왜 나는 거야. 격양되지 않을 거야"라고 고집을 부린다. 애초에 가능하지 않은 것을 시도하기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나오려는 눈물을 막으려고 순간적으로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다른 생각을 한다. 부글거리는 화를 누르려고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생각해 둔 근거를 나열한다. 억울함과 서운함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친구의 이야기, 지인의 이야기, 인터넷에서 봤던 칼럼 등을 언급하며 얼마나 자신이 '옳은지'를 주장한다.



설명만 있으면 공감은 없어진다. 대화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커플들은 서로에 대해서는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하다. 항상 설명, 후회, 주장, 근거 등만 가득하다. 그러니 "교감하는" "이해받은" 느낌이 없다. 진정으로 진심으로 이해받았을 때 나타나는 변화가 없다. '이성적인 생각'에만 치우친 변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필자는 절대 감정'만'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커플들이 그 중요성을 보지 않은 정서의 기능을 강조하는 것이다. 충분한 정서적 경험이 있고 난 다음에 이성적인 작업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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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감정을 누르려고 애쓰는가?

그렇게 하면 무엇이 좋은가?

자신을 다그치는 게 고통스럽지 않은가?



나열하면 끝이 없다. 왜 그러는 걸까? 기본적으로는 당신은 물론이고 사람들은 감정적인 모습이라는 것에 연결된 부정적인 <모습>이 되기 싫다. 미숙해 보이고 싶지 않고, 처량해 보이고 싶지 않고, 없어 보이고 싶지 않다. 정서는 절대 당신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건 당신이 만드는 상상에서 만들어지는 가상의 모습이다.



감정이 드러나지 않으면, 상대방은 왜 당신이 왜 그렇게 고통스러운지, 그 부분이 당신에게 슬픔이 되는지, 화가 나는지, 서운한지, 수치스러운지, 서러운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감정이 배제된 표현은 그 정도를 말해주지 못한다.



감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잘 모르거나 서툴러서다.



아무렇지 않은, 떨리지 않는 목소리에 코끝이 시큰 거리지도 않은 모습으로 "나 슬퍼"라고 한다면, 당신이라면 그게 와닿는가? 아닐 것이다. 인간은 감정적인 존재이다. 우린 수많은 상황에서 정서를 경험한다. 그 덕분에 어떤 것이 지금 필요한지,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건 감정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신과 상대는 감정적이어야 한다. 그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단, 그 감정(정서)을 잘 다뤄줄 필요가 있다. 당신이 감정이 불편하고 어렵다면, 그건 그 자체가 불편한 것이 아니라, 감정(정서)을 다루는 방법을 아직 잘 모르거나 서툴러서다.



슬픈지 알아야 위로와 위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한다.

화가 난 지 알아야 존중받고 싶다는 것을 이해한다.



감정(정서)은 친밀하고 깊은 관계에서 정서는 필수적이고 소중한 무엇이다. '나'이기에 경험하는 것이다. 감정을 부정하고 폄하하는 사람은 자신을 이해, 존중, 사랑하기 어렵다. 감정(정서) 덕분에 나는 내가 필요하고 받고 싶은 것을 애정하는 누구에게 표현할 수 있고, 상대방이 편안해하고 행복할 수 있는 무엇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상대방이 나의 말과 행동, 나아가 나의 존재로도 충만해지고 행복해한다면 그보다 더한 따뜻함과 뿌듯함 뭉클함이 있을까? 내가 가장 취약하고 힘들고 작아졌을 때 상대방이 나에게 전해주는 안정감과 위로, 존중과 이해, 사랑이 있다면 나는 다시 일어서서 회복할 수 있다. 나로도 괜찮음을 경험할 수 있다.



관계는 그래서 특별하다

관계는 그래서 소중하다

그 덕분에 내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경험하기에.



*직전 칼럼에 나온 내용을 참고하여 읽어주세요



커플 A; 둘은 각자의 선택에 자신을 가지게 되었고, 각자가 내린 선택을 듣고 존중할 준비가 되었다 말한다.

그녀는 "이성적으로 얘기해야지"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녀의 눈물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아직은 그 의미를 알진 못 한다. 왜냐하면 지금껏 울지 않으려고 애썼으니까. 이 과정이 자신에게 성장의 계기가 되었으며, 이전보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믿고 표현할 용기가 생겼다. 상대와의 대화도 예전보다 피하지 않는다. 서운한 것에 대한 감정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듯하다. 그리고 이를 나눌 수 있겠다고 말한다.

그는 진솔한 대화 자체가 필요했다. 이전의 상처도 지금 같은 대화도 시도도 없이 벌어진 것이기에 침묵이 아닌 표현을 해주는 지금에 한 번 더 노력하고 싶다.

*comment. 이들의 대화는 실은 아슬아슬했다. 깨질 것 같아서라기보단, 서로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지점이 있는데 그 지점을 찾아가려고 둘이 상당히 애쓴 커플이었기 때문이다. 둘 모두 감정적으로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공감받고 싶어 하는 모습이 너무 잘 전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솔직하기 어려워하는 마음을 우선 이해받고 싶은 건데, 이전 둘의 이별을 포함해서 경험한 것에 대한 그의 상처가 계속 올라오는 게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상처가 있음에도 상대방이 요청하는 것과 자신이 바라는 자신의 모습 모두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상대방의 감정을 들어주려고 노력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몇몇 예상치 못한 상대방의 표현에 당황하긴 했지만, 이전과 다르게 노력하는 상대의 모습을 느끼는 듯했다. 추후 그녀가 가능하다면, 자신의 감정을 따라가 보길 바란다. 그녀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더 이해하고 싶다면, 그 감정에 충실해 봐야 한다. 실은 이 둘은 각자가 정서적으로 이해받고 싶은 부분이 명확하게 보였으나, 그 방법이 익숙하지도 않고, 자신도 서운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이들이 연습해 볼 수 있다면, 자신의 감정을 너무 누르지 않고, 부정하지 않고 상대의 표현이 '나에 대한 공격'이 아님을 기억하면서 대화를 연습해 가길 바란다.



커플 B; 불안하고 걱정되는 것이 있지만, 조금은 더 믿어보도록 한다. 나와 상대를.

그녀는 마지막에 훅 하고 올라온 '기대는 것'에 몰두한다. 이전에 자신이 상대에게 기대지 못했다는 것에 미안함과 자책이 크게 느껴지는 듯하다. 앞으로는 자신이 더 잘하겠다는 말만 연신 표현하며 상대방에게 호소한다.

그는 여전히 상대의 다짐과 마음이 불안하다. 두렵고 걱정이 된다. 괜찮을지 이후에도 자신이 이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나아가 자신이 상처받지 않을지 고민이 된다. 하지만 한 번 더 노력해 보기로 한다.

*comment.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이 있던 커플이었다. 왜냐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표현한 표현에 상처가 프로그램 마지막까지 너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너무 지쳐버리고 너덜너덜 해진 마음이 가장 크게 보였다. 그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어떤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에선 다 드러나지 못했겠지만, 마음이 많이 쓰인 커플이었다. 마지막에 그녀가 자신의 변화를 강조하였지만, 이전에 그가 더 노력하려고 했으나 풀리지 않은 것이 있었듯, 한쪽만 바뀌고 간절하게 노력하는 것은 진정한 변화보단 다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누구보다 감정적인 커플임에도 "감정적이지 말고 이성적으로!"를 가장 강조했기에 걱정이 많이 되었다. 감정적으로 가장 상처가 많은 커플일수록 감정의 영역에 가까워지기 어렵다. 그래서 이를 다루는 데는 세심함과 큰 안정감이 필요하다. 이 둘이 앞으로 대화를 이어나간다면, 안정감을 충분히 형성한 상태에서 이를 다루길 바라본다.



커플 C; 비슷한 얘길 하고 있음에도 서로가 이를 알지 못하고 미묘하게 어긋나고 지쳐버린.

그녀와 그는 헤어짐을 선택했다. 그녀는 대화의 과정이 어긋나 버렸다고 연거푸 표현했을 정도로 지쳐 보였다. 그리고 다음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기대가 느껴지지 않는 듯하다.

그는 섬세하다. 그리고 모든 표현에서 분노와 서운함이 묻어난다. 500일간의 경험에 대해서 나누고 싶다고 여러 번 표현을 했으나 프로그램에선 나오지 못했다. 자신이 그동안 노력했던 것들과 쌓인 것들이 풀어지지 않은 상태로 끝나버린 것이 허탈하고 좌절스럽다.

*comment. 이별을 선택한 커플이라 더한 이야기를 하긴 어렵다. 하지만 둘의 대화는 계속해서 과거와 현재라는 과정에서 어긋난다. 그는 과거에서부터 연결된 것을 다루고 싶었으나(아마도 애정과 표현을 더 많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그녀는 우선 현재에 반복되는 것을 다루고 싶었다. 제3자에겐 분명하기 그 둘은 동일한 것을 말하고 있었다. 현재에 반복되는 것은 과거와도 닿아 있다. 현재의 것을 다루어 나갔다면 충분히 과거의 상처와도 연결되었을 것이다. 둘 모두가 각자가 가진 연약한 모습을 서로에게 보여주기엔 너무 힘들다. 왜냐하면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이해해 주기엔 지쳐있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가기엔 충분한 안정감과 노력, 인내가 필요하다. 이 둘은 그것까지 안고 가기엔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를 중재하고 다뤄줄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정말 두 사람이 현재 둘의 관계가 아니라도 느낀다면 헤어지는 선택도 정말 큰 도전이자 용기라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현재 자신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단 한 가지가 아니기에. 더불어 이번 관계는 다음 관계/연애에 분명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이번 관계에서 경험한 자신에 대한 이해를 잘 다독이고 회복하는 과정이 있길 바란다.



커플 D; 서로가 바라는 것에 조금 더 진솔해졌길. 조금 더 표현하게 되었길.

그녀는 권태기가 있었다고 했다. 군대와 미래에 대한 주제 이전에 권태기가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이 듣고 싶은 답을 상대방으로부터 받고 싶은 마음에 계속해서 상대를 압박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전 연애에서도 기다리다가 헤어지는 경험이 있었던 그녀는 이번에도 그것이 반복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안정감, 자신이 필요한 안정감을 찾아 그 두려움을 달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는 따뜻한 태도로 상대의 말을 경청한다. 하지만 동시에 상대의 모습과 표현에 영향을 받는다. 자신에 대한 이해와 선택을 고려하기에는 상대방의 반응이 즉시적으로 전해지기에 그러기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음미하기에 상대적으로 느리기에 그런 시간이 충분히 있어야 할 것이다.


*comment. 처음에 가장 안정감을 느꼈던 커플이었다. 대화하는 내내 뭔가가 표현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상대방을 경청하는 모습이 가장 많이 자주 보였다. 그래서 가장 기대가 컸고, 변화가 기대되었다. 마지막에 그녀가 자신의 감정/마음에 대한 이해를 상대방에게 전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 자신이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래서 어떤 감정을 경험했던 것이라는 '자기 이해'를 상대방에게 표현한다. 실은 이게 참 쉽지 않다. 여기에 필요한 건 상대방에 대한 신뢰, 관계에서의 안정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둘은 안정감이 다른 커플에 비교했을 때 가장 잘 형성되어 있지 않았나 싶다. 그녀가 자신에 대한 이해를 상대에게 전달한 것처럼 같은 수준은 아니라고 그 또한 그녀에게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자신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지를 표현할 때를 고대해 본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표현방식이 있다. 모두가 다 다르다.
표현하는 상황, 표현하는 방법, 표현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그럼에도 사람들은 "방법" "해결책"에만 몰두한다.
변화는 "현재 나의 상태, 상대방의 상태" 그리고 태도가 먼저다.
방법은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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