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너무도 달라서 인가? 혹은 지쳐버려서 인가?
우린 진짜 너무.. 달라!
... 그래서 대화가 안 통해
고민이 많은 커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저마다 다른 모습과 조건에 있음에도 공통되게 말하는 것이 있다.
그들이 힘들고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그들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정말 나와 상대가 다르다는 사실이 지금의 고민과 어려움을 만들었을까? 아닐 것이다. 당신과 상대가 어려워하는 것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관계 속에 들어가 있는 당사자에겐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정말 어렵다..
심지어 자기 자신도, 상대방과 대화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때, '내가 왜 이러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것이 잘 못된 것도 이상한 것도 아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경험이지만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자신을, 그리고 상대방을 평가한다.
누구나 이해받고 싶다.
누구나 아플 수 있다.
누구나 민감하고 덮어두고 싶은 곳, 생채기 나고 아픈 곳을 찔리면
나를 보호하게 되고, 안전한 곳에서 애정의 대상에게 위로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 당연한 말을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과 말, 그리고 마음으로 제대로 이해하고 나와 상대에게 건네긴 어렵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이를 행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진심이 담겨야 하니까. 상대에게 그 진심이 전달되어야 하니까. 그래서 쉽지 않다.
특히 내가 서운하고 위축되고 상처받았을 때는 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상처를 받았을 땐 누구보다도 내가 먼저 위로와 위안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상대방과 상태는 2순위로 밀려난다. 그 순간에 필요로 하는 애인의 말과 행동, 마음이 오지 않을 때 울컥하고 올라온다. 아주 복합적이고 진득한 뜨거운 감정이 말이다.
그리고 말한다.
"우리는 진짜 안 맞는다. 너무 달라서 이래..
.. 헤어지는 거 말고는 답이 없어"..라고.
당신을 포함한 수많은 커플은 알게 모르게 나와 비슷하고 다른 점을 가진 상대에게 매력을 느끼고 애정을 느낀다. 당신도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때는 사랑스럽게만 보이던 나와 상대의 차이가 지금은 분통을 터트리고 설움을 가져오는 차이가 된 것은 그 '차이'가 문제가 아니다.
당신과 상대가 반복하고 쌓여온 것들이 풀리지 못하고 변형되고 꼬이고 꼬이면서 지금의 상태까지 도달한 것이다.
*아래 내용은 <체인지데이즈 2> 내용을 가져와 작성하였습니다.
A 커플; 서로에게 여전히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이슈'에 접근하지 못하고 맴도는 그들. 침묵은 길어지고 불편함은 깊어진다.
_ 그들은 분명 상처가 있다. 미묘하게 어긋난 자리에 다른 깊이로 자리 잡은 상처. 그들은 이미 이별을 경험했다. 한쪽이 과거에 잠수 이별을 고했다. 그 이후로 둘은 둘만의 대화가 편하지 않다. 오히려 다른 사람과 있을 때는 더 잘 웃고, 농담도 하고, 얼굴에 밝은 기운이 넘쳐나지만 정작 같이 있을 때 행복하고 싶은 애인과는 어색하고 눈치를 본다. 그리고 서로가 눈치 본다는 사실을 알아채면 상대방에게 이를 따져 묻는다. 왜 그렇게 눈치를 보냐고. 왜 말을 못 하냐고.
_ 그녀는 자신이 얘기하지 못하겠다는 심정을 이해받고 싶다. 하지만 받지 못한다. 흐르는 눈물을 억누르고 눈물을 흘리기 싫다고 말한다.
_ 그에겐 잠수 이별이란 좌절과 괴로운 경험이 상대방의 '침묵'과 상대의 무반응에 연결된다. 그때 그 느낌은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고통이기에. 그래서 조금이라도 애인이 자신에게 숨긴다고 여겨지는 상황이나, 자신에게 먼저 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상대를 보면 냉랭해진다.
B 커플; 둘 모두, 각자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상처가 되는 말로 상대를 쑤셔놓는다. 내가 이해받고 싶은 것을 상대에게 강요한다.
_ 둘은 이미 지쳐가고 있다. 애인이 알아줬으면 하고 이해해 주길 바라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이것이 좌절된 시간은 길기만 하다. 가스라이팅, 피해자 코스프레 등 상대에게 비수가 되는 공격이 끊이지 않는다. (*해당 단어는 실제로 해당하지 않을 때는 상대방에게 좌절과 방어를 가져오고 관계는 더욱 악화된다. 누구도 나를 공격하는 사람을 좋아할 순 없다.) 한 사람이 말을 꺼내면 다른 한 명은 그 사람의 의미를 벗어나는 정의와 맥락으로 이해한다. 그들은 또다시 좌절한다. "저 사람은 내 얘긴 안 듣는구나"
_ 그녀는 계속해서 강조하고 표현한다. 자신은 의지할 수 있고 자신의 얘길 꺼낼 수 있는 안정감, 성숙함을 경험하고 싶다고. 그런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고. 하지만 표현을 하지만 이어지긴 쉽지 않고 상대방에게는 전해지지 않는다. 자신의 메시지가 좌절되고 공격적인 표현이 되돌아올 때마다 역시 대화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_ 그는 계속해서 '사랑'을 표현한다. 하지만 그의 사랑의 표현은 공격적이며 서운함이 가득하다. 대화를 하고 싶다고 수차례 말하지만 자신이 바라는 대화는 단절된다고 느끼고 상황에 좌절한다. 좋게 말하면 듣지 않으니 세게 말해야 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실은 그는 자신이 애인에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현재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해되길 바라지만 그렇지 못하다.
C 커플; 미묘하게 엇나가는 표현, 은근하게 밀려드는 서운함 속 지쳐가는 대화의 반복.
_ 서로가 '연인 간' 대화에서 바라는 바가 다르다. 그리고 서로가 표현하는 방식, 표현의 기본(수준)이 다르다. 그러니 자신이 바라는 것만 주목하게 되고 그 외 것들은 관심 밖의 무심한 반응으로 대신한다. 서로가 바라는 것이 다르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것에 따라오는 상대방의 '무심함'은 서운함을 가져온다. 이들의 대화는 미묘하게 어긋난다. 완전히 빗나가는 것이 아니기에 애매하고 조금만? 노력하면 닿을 것 같고 괜찮을 것 같지만 아니라는 경험이 더욱 좌절을 가져온다.
_ 그는 애인에게 표현을 더 상세하게 받고 싶다. 자신에 대한 마음이 궁금하다. 자신의 사랑, 애정, 노력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그저 그랬구나 노력했구나 정도라도 듣고 싶다. 자신이 이런 마음으로 상대에게 말하고 행동했다는 것이 전해졌는지를 알고 싶고 나누고 싶다. 그러지 못할 때 생각이 더 많아지고 이는 침묵으로 이어진다.
_ 그녀는 애인의 마음을 더 알고 싶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때가 많아서 답답할 때가 많다. 이에 대해 상대방에게 나름 최선을 다해 말하지만, 대화는 여전히다.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는 것을 나누고 싶은데 자신의 말과 행동은 계속해서 "내 입장에선" 이게 이렇다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설명하게 된다.
D 커플; 서로를 배려하고 기다리고 조용해진 그들.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도 서로가 먼저 선택해서 결정하길 바란다.
_ 군대 주제를 두고 고민한다. 이를 둘의 어려움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그간의 '불안-걱정-확신-안정...'이라는 패턴에서 지속되고 있는 어려움이 있다. 그들의 대화에 빠지지 않는 단어는 기다림, 결정, 책임, 확신 등이다. 서로를 부르고 대화할 때 유독 상대의 이름으로 부르는 모습에도 서로를 위한 거리와 존중이 느껴지지만 이미 생겨버린 거리감과 서로를 향하는 조심스러움이 가득하다.
_ 그녀는 안정감, 즐거움, 편안함 등을 계속 표현한다. 자신의 애인과는 물론 다른 사람과의 데이트에서도 이를 계속 언급한다. 주도성, 주체성, 확신, 기다림.. 자신에겐 중요하고도 질리도록 많이 생각한 것들. 상대가 자신과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어떤 부분에 대한 마음가짐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_ 그는 자신이 마주한 상황에 대한 긴장과 고민을 애인에게 표현한다. 군대를 가야 하는 상황에서 그 자체가 주는 영향력에만 몰두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대가 표현하는 가치와 의미에 주춤하고 있다. 상대방의 상태와 말과 행동에 조심스러워진다. 심지어 자신의 선택이나 결정에도 확신을 못 가지는 모습이다.
이들 커플이 공통적으로 어려워하는 것은
.. 무엇일까?
실은 많은 커플들이 호소하는 부분들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 장면으로 보는 게 전부인 시청자 입장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심리적인 부분이나 행동들은 한정적이지만, 그럼에도 각자 하나씩 살펴보다 보면 커플 심리 상담에서 많이 보던 모습이 보인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위에 상황을 보면서도 내심 마음속에 "그래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데?"라는 질문이 떠올랐나?
당신의 그 질문은 다른 커플들이 보이는 모습이다.
문제-해결-결론.
그 조차 많은 커플들이 보여주는 특징이기에 필자는 이해한다.
그저 약간의 '모습들을 살펴본 것뿐인데도'
저 사람은 어떤 심정으로, 나는 어떤 심정으로 이렇게 말하고 행동했을지
가늠하기도 전에 해결책에 몰두한다.
진짜, 과연 '해결책', 즉 누군가가 저 현상을 한 번에
변화시킬 수 있는 '조건' '조언'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혹은 만약에 그런 조언을 받았다고 했을 때
바로 갑자기 마법처럼 뿅 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다음 칼럼에서 이어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