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두려움과 걱정
망설임과 답답함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만약 당신이 연인과의 관계를 떠올렸을 때, 느껴지는 정서가 그렇다면, 잠시 여기서 나와 함께... 잠시 얘기를 나누자. 관계는 참으로 오묘하면서 어렵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토록 분명하고 노골적인 것이 또 있나 싶다. 오늘 내가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관계는 이 세상의 모든 '관계'가 아니다. 특히 오래 누군가를 만났거나, 오래 만나지 않았더라도 결혼을 약속한 연인과 부부 사이의 관계, 이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상담센터에 찾아오는 많은 커플들이 있는데, 그들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 둘의 관계가, 그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질 때가 있다. 선명하지 않아도 흐릿하게 떠오르는 모습은, 상담실 안에서 그 둘의 이야기와 걱정과 고민, 최근에 있었던 투닥거림을 듣고 나면 더 선명하고 또렷해진다. 필자는 절대 무속인도 독심술사도 아니다. 단지, 두 사람 사이의 관계 속 오고 감이, 그리고 그 밑에 깔려서 볼록 튀어나오는 정서(감정)를 느끼기 때문이다.
'오랜 연인'과 '결혼을 앞둔 커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차이점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이는 바로, 과거보단 지금과 앞으로를 더 걱정한다는 것. 서로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함께 어떻게 보냈는지, 무엇이 안정적인지를 돌아봤을 때, 그 답을 쉽게 말할 수 없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을 포함해서, 앞으로도 두 사람이 마주할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상대의 마음을 알고 싶고, 상대에 대해서 더 알고 싶고, 이 사람을 진정, 진심을 다해 믿어도 괜찮을지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고, 나아가 상대가 이런 나를 알아주고 이해해 주길, 그리고 사랑해 주길.
당신과 그 사람, 나와 너의 관계는 어때 왔고, 지금은 어떤지, 앞으로는 어떨지.
당신은 바로 그걸 알고 싶을 것이며, 확신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누구라도 충분히 궁금해하고 바라고 원하는 것이다.
'당신과 나'의 관계, 그리고 그 무엇을 말이다.
.. 저 사람의 성격을 알고 싶어요
..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요
커플들이 찾아와 가장 먼저 내놓는 어려움은 비슷하다. 상대방의 성격을 알고 싶고, 동시에 자기 자신의 성격도 알고 싶다. 저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저렇게 행동하는지, 저 행동을 하면서 무슨 마음인지 궁금해한다..... 서로의 성격을 알면, 문제를 구체적으로 탐구하기만 한다면, 대화하는 의사소통 방법을 알고 배우기만 한다면, 저 사람과 나 사이의 문제를 찾아내 고친다면.... 아니,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말해보자. 정말 마음 깊은 곳에 들어있는 바로 그 진심 말이다.
바로 그것, 당신의 진심.
"이해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어요. 다른 누구가 아닌, 바로 나의 당신에게"
연인과 부부는 가족과 친구와는 또 다른 관계이다. 그만의 특별함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렵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무엇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소중하고 특별하며, 애틋하고 설레며, 동시에 걱정이 되고 불안하다.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까 봐, 눈을 감은 찰나에 흩뿌려져 버릴까 봐 마음을 졸일 때도 있는 건 그 때문이다.
당신은 성격을 알고 싶다 하지만, 성격을 알고 싶고, 연인의 속 마음을 듣고 싶은 이유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싶으면서 동시에, 상대가 나를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진심이다. 그것이 바로 관계가 품고 있는 교감이고 과정이며 애정이며 사랑이다.
상대를 이해하고 싶고, 상대의 삶의 한 부분이 되고 싶은 만큼, 그대가 나를 이해해 주길 바라고, 공감해 주길 바라며, 안아주길 바란다. 당신이 나의 한 부분이 되어주길 바라며, 당신의 생각과 정서(감정)까지도 공유하고 싶어지는 이유이다.
성격이 어떤 유형인지, 의사소통 방식이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알기 전에, 당신이 해야 할 것은 상대와 함께 그 진심을 나누는 것이다. 상대가 틀리고 내가 옳았음을 따져 묻기 전에 주고받아야 하는 진심은 바로 그것이다. 당신과 내가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싶고, 이해하고 있는지, 그것이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인지 말이다.
그리고 필자는 확신한다. 당신이 그 진심을 전하기가 어색하고 걱정하고 어려워하는 만큼, 당신의 그 사람도 그럴 것이다. 진심을 받기 직전까지도 긴장될 것이고, 자신의 것을 당신에게 전달하기까지 고민하고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괜찮다. 괜찮다... 어색하고, 걱정되고, 두렵기도 한 것이 맞다. 그것이 관계이고, 당신은 그 관계에서 누구보다 진실하게 당신의 그 사람에게 마음을 다하고 있다.
진심이 전달되어 서로에게 닿은 관계는, 아무리 성격이 다르고, 의사소통하는 방식이 서툴고 다르다고 해도, 둘의 관계가 단절되지 않고, 끊어지지 않고 차단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할 것이며, 서로가 가진 다른 점을 관심을 가지고 볼 것이며, 서로가 가진 비슷한 점은 안정감으로 느끼며, 서로에게 의지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짐이 아닌 든든하고 단단한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
"분명 어떻게 하면 된다고 '알고' 있는데,
정작 그 사람한테는, 우리 관계에서는 잘 안 돼요."
인터넷에 "관계"에 대해 검색만 해도 상당히 많은 정보들이 떠돌아다닌다. 인터넷뿐이겠는가, 친구와 지인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면, 빠지지 않는 주제는 바로 "관계"이다. 특히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들어 보면 다 나의 얘기 같고, 우리에 대한 내용 같다. 너무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되는 상황들이 적혀있는 글, 정보, 지식을 읽고 나면 마치 자신이 "관계의 전문가" "관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관계에 대해 말하는 책, 글귀, 강의, 자료들은 넘쳐난다. 읽는다고 부분에 대한 정보를 안다고 해결이 되었다면, 누구도 관계에 대해서 어려워하고 힘들어하지 않고, 오랫동안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알기만 하는, 듣기만 하는 정보는 그 순간에는 살아있다가도, 정작 나의 관계에 적용하려고 하면 거품이 되어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분명 머리로는 잘 알고 있는데, 정작 행동으론 잘 안 돼요."
관계는 진짜(real)이다. 실제란 말이다. 경험이고 교감이며 순간순간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무엇이다. 관계는 그래서 살아있다.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지만, 누구나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관계라는 것이 생생(live)한 무엇이라는 것이라는 사실에.
진짜(real)이고 생생한(live) 무엇에 대한 해결은 진짜이면서 생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관계에 대한 어려움과 고민은 정서를 통해서 풀어간다. 우리는 생각(think)은 너무도 많이 하지만, 그에 비해 느끼는 정서(감정), 기분(feeling, emotion)은 덮어둔다.
관계에서 서운하고 힘들고 지치다가도 즐겁고 행복한 이유는 '지금 여기에서 경험하는 정서(감정)'에서 스며 나온다. 그렇기에 내 마음을 상대가 알아주면 뭉클하고, 고맙고, 미안하며, 애틋하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이다. 반대로 내 마음을 상대가 몰라줄 때 서운하고, 화가 나고, 답답하다. 그것 또한 상대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서로가 알고, 표현하고, 경험하고, 받아들일 때, 관계는 깊고 단단해지며, 그러부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서로의 성격을 단순히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닌, 어떤 상황에선 어떤 마음이고 심정이었는지, 내가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기까지 어땠는지, 무엇이 나에게는 중요한지를 스스로 먼저 알고, 이를 상대방에게 표현하고, 상대도 또한 이를 들어주고 받아주고, 자신의 것을 다시 나눠주는 것이 진정으로 그 사람을, 그리고 그 사람의 성격을 진짜로 '이해한다'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사람이 하나 없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다르다. 그렇기에 특별하다.
당신은 정서를 잘 느낄 수도 있고, 무딜 수도 있다. 표현하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고, 거침없을 수 있다. 말투가 단호할 수도 있고, 부드러울 수도 있다. 정서(감정)를 세세하게 느낄 수도 있고, 분명하고 강렬하게 느낄 수도 있다. 상대와 (어떻게 느끼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과정을 나누고 싶을 수도 있고, 그냥 간단명료하게 대화하고 싶을 수 있다.
우린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관계를 맺고 이어나간다는 것은 그 차이와 다양성을 듣고 나눌 필요가 있다는 것이며, 특히 사랑하는 사이, 연인 관계, 부부 관계에서는 이것이 특히나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과정들이 있어야 관계가 안정적이고, 깊은, 의지할 수 있는, 끌어 줄 수 있는, 위안이 될 수 있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한 두 사람만의 '무엇'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그 방법을 알고 싶고, 나의 사람과 연인과 배우자와 경험하는 이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잘 풀어가고 싶고, 마음이 편안하고 싶고, 그리워하고 싶고, 열렬히 사랑하고 싶다.
관계란... 한쪽이 무게를 감당 '해야 하는' 저울질이 아니다.
누가 더 많이 참고, 누가 더 많이 짊어지느냐의 눈치 게임이 아니다.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고, 상대도 상대로 존재할 수 있는, 걱정과 두려움까지도 내놓을 수 있는,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알아주는, 순간마다 경험하는 각자의 진심을 '함께' 나누는 과정이다.
두 사람이 누가 더 잘하고 못했는지 따져 묻는 경쟁이 아닌,
두 사람이 함께 서로를 바라보고 돌보는 함께하는 교감(interactio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