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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심리상담에 찾아와서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무엇일까?
"지금 이 감정을 어떻게 해결하죠?"
상담 신청서에는 빠지지 않는 항목이 있다. 본 상담에서 기대하는 것은? 이다.
때론 이 질문에 "모르겠다"라고 답하거나 공란으로 남겨두는 이도 있지만, 대다수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적는다. 아마 5년 전, 10년 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마 옛날엔 더 했을지도.
그럼, 이 질문과 함께 적혀있는 또 다른 항목을 보자. 본 상담에서 나누고 싶은 주제/어려움은? 앞선 질문에 해결책을 기대한다고 적은 사람들의 대다수가 이 질문에는 "막연하고 복잡한 마음/감정/어려움"을 적는다. 정말 신기하게도, 실은 정말 놀랍도록 당연하게도... 이 두 가지는 항상 붙어 다니는 짝이다.
... 그렇지 않겠는가?
당신이 경험하는 것은 복잡하고 어렵고, 미묘하고 애매하고, 막연한데... 동시에 지독하게 힘들고 지치고 버겁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어떻게 하든 해결하고 싶은 조급함이 찾아오고 참기 어려운 갈증이 죄여온다. 그래서 당신은 해결책을 요청한다. 하지만 스스로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구체적으로 무엇이 핵심에 있는지와 그 방법을 알았다면 상담에 찾아오지 않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도, 만약 당신이 방금 말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이 글을 차분히 읽고 있는 것조차 부질없고 실없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이 변화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야 하는 무엇은 바로 나의 상태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지금껏 그랬듯 대충 훑어보고 넘겨버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느끼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당신을 도울 수 없다. 최소한 지금 여기, 여기 심리상담에선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그 고독과 고통을 혼자서 조절하고 버텨야 하는 이전과는 다르다.
그래, 그렇다.. 어렵다 쉽지 않지만,
필요한 첫 단계. 잠시만 여기서 최소한 부정하지 않고 밀어내지 않고 잠시만 바라보자.
당신이 이렇게 해결책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지금 내 모습이라는 것과 당신이 이럴 수밖에 없는 이 경험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당신의 감정(정서)은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그래서 당신이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렵고, 머무르기에도 버겁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왔는가? 아마...
처음엔 그냥 넘겨버리려 했을 것이고, 다른 것에 집중하려고 관심을 돌렸을 것이고, 생각으로 이유를 찾아서 설명하고 정리했을 것이고, 눌러 내렸을 것이고, 막아서고 부정했을 것이고, 누르고 누르다가 터져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여기에 있다. 조절되는 느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고 조금 조절이 되는가 싶다가 원하지 않을 때는 비집고 나왔을 것이고, 필요할 때는 무감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가? 당신은 어떤 감정(정서)을 느끼고 있는가? 지금. 바로 여기. 이 순간에.
감정(정서)은 복합적이다. 종류뿐 아니라 그것이 가진 결과 모양도 다 다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감정(정서)을 경험했던 상황과 그에 관련된 사람(그리고 그와의 관계)도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의 복합적인 그 감정(정서)을 마주할 때, 필자가 가장 먼저 하는 과정은 "그저 있는 그대로 따라가기"이다. 당신의 고통이 어디서 흘러나오고 있는지, 어떤 상황과 어떤 사람과의 관계와 연결되어 있는지, 수많은 감정(정서)에서 특히 어떤 것이 가장 고통스럽고 어려운지, 그래서 접근조차 하고 싶지 않고 밀어두었는지.... 말이다.
"이전에는 제가...
이렇게 이런 식으로 느낀다고도 몰랐어요"
이렇게 어느 정도가 지나면, 당신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부분에서 제가 특히 힘들어했을 거라곤 생각해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렇네요.. 저는...." 이 느낌은 당신이 최소한 감정(정서)을 그저 바라보고 인정할 때 도달하는 곳이다. 심지어 이곳에 도달하지 못하고, 박차고 떠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힘든 것이다. 고통스럽고 보고 싶지 않고, 두려운 것이다.
사람들은 머리로 정보를 넣고 해석하는 것에는 익숙하다. 하지만 정작 매 순간 자신이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정서)에는 어색하다. 그래서 야박하다. "굳이" "뭐 하러" "무슨 소용이 있나"...라는 대답이 바로 올라오기도 한다.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믿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험할 기회가 없었고, 경험할 수 있는 안정감이 충분하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해서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알려준 적도 없었으며 그것을 장려하거나 기다리거나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을 테니까.
당신이 직접 답해보라.
감정(정서)을 그것답게 대해 주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것을 변화시키겠는가?
정서에 닿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것이 달라질 수 있겠는가?
그곳에 도달하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떠날 수 있는가?
당신은 도달하지 않은 곳을 떠날 수 있는가?
경험하지 못했다면,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당신의 어려움이 감정(정서)이라면, 그 느낌과 기분으로 힘겹고 고통스럽다면, 더 이상 부정하고 밀어내는 것이 아닌, 도망가고 괜찮은 척 덮는 것이 아닌, 마주하는 것이 가장 먼저이다. 그리고 당신은 지금 여기, 상담에선 최소한 혼자가 아니다. 바로 내가 당신과 함께 하고 있으니.
Emotion Focused Therapy(정서중심치료)에선, 설명한다. "도달하지 않는 한 떠날 수는 없다"라고 말이다.
그래서 EFT 상담자는 정서를 세심하게 살피고, 돌보며, 다룬다. 당신이 지금껏 한 번도 제대로 돌봐주지 않고, 구겨 넣거나 저 멀리 쫓아 버린 그 감정(정서)을 사려 깊고 따뜻하고 다정하게... 정말 그 경험이 바라고 필요했던 것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듣는다.
당신이 하려고 했던 것처럼, 문제로 이름을 붙여서 골칫거리, 없애야 하는, 싫고 불쾌한 '무엇'으로 다루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없애버릴지, 제거해 버릴지, 떼어버릴지, 안 느끼게 할지 분투하지 않는다. 그래서 해결책이란 말도 맞지 않는다. 애초에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당신이 문제로 봤을 것이고, 주변에서 약점으로 둔갑시켰을 것이고, 당신에게 중요한 누군가가 이를 거칠고 파괴적으로 다뤘기에 여기에 왔을 것이다.
그래서 해결책이란 말도 맞지 않는다.
애초에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상담자로서 필자는 당신의 감정(정서)을 누구보다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무엇으로 대한다.
두려움이라면, 얼마나 두렵고 겁이 났기에 그렇게 뒤로 물러서서 인정하기가 어려웠을지, 그래서 혼자 외롭고 고독하게 자리 잡고 있었을지.
분노라면, 얼마나 주변의 침범과 업신여김이 상처였을지, 그래서 그토록 부들부들 참기가 어려웠을지, 그 뜨거운 고통을 혼자서 삼켜야 했을지.
슬픔이라면, 얼마나 상처와 상실에서 비롯된 공허함과 좌절을 경험했을지, 그래서 목 놓아 울지도 못할 만큼 무덤덤하고 혹은 조절이 안될 만큼 잠그고 살아왔을지.
당연히 지금 위에 말로 간략하게 설명한 감정(정서) 뿐 아니라 더 많고 복잡하게 얽히고 오랫동안 쌓여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그리고 그 감정(정서)과 연결된 깊게 자리 잡은 당신의 의미와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바로 당장 알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자리 잡은 마음.
해결책에만 몰두한 사람들은 물론, 사람은 복잡하고 깊은 감정(정서)을 경험한다. 그래서 심지어 이를 하나하나 떼어서 살펴보는 상담과정에서도, 하나를 다루는 순간에도 다른 것이 건드려지면서 고통(불편함)을 경험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원래대로 하던 대로 이를 생각으로 논리적으로 정리하거나 설명/해결하려는 모습으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처음으로 가는 되돌아가는 reset이 아니다. 이는 분명하게 적응적인 변화의 과정이다. 당신이 그토록 원하고 바라온 "괜찮아지는 상태"로의.
(이에 대한 효과는 필자의 개인적인 주장이 아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심리학계에서 수많은 연구로 밝혀진 결과이다.)
필자는 당신의 그조차 이해한다.
그런 과정이 또 찾아온다고 해도 당신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당신의 정서를 내쳐버리지 않을 것이다. 잘 알고 있고, 이해한다. 이 과정은 혼자서 참 쉽지 않고,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된다는 것을.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적어도 상담에선 당신이 경험하는 것은 이전에 경험한 "내버려진" "홀로 남겨진" 느낌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막연하지만 분명한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와 연결된 의미나 필요까지 깊게 이해하는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이 고통이 더욱 막연하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고,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렵기만 할 것이다. 그래서 막연하고 지속적으로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불안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감정(정서)에 맞는 방법으로, 적절한 과정으로 다룬다면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꼭 말하고 싶다...
당신은 적어도 이 과정에서, 당신의 감정(정서)을 다루는 이 순간만큼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안전하고, 당신을 가장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이곳에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을.
"정서는 이성의 반대가 아니다.
정서는 가장 의미 있는 방법으로, 생각을 안내하고 다뤄준다.
정서는 생각에서 충분하지 않은 부분을 채워주고 도와준다."
_ Leslie Green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