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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켜보는사람 Nov 05. 2024

8화 술(2)

노란색

(지난화)
술을 진탕 마시고 응급입원으로 들어오게된 알콜환자는 상당히 화가 많이 나있었고 비협조적이였다.
여러 보호사들과 함께 간신히 병동으로 들어온후 격리실로 이동후 RT(Restraint : 신체억제) 후에  주사를 한대 맞고 잠이들었다.

새로 입원한 환자는 처방받은  약효때문에 푹잔거같다. 끝까지 확인은 못했지만 내가 퇴근할 시간엔 자고있어서 다음근무자에게 인계를 하고 퇴근하였다. 그다음날은 야간근무를 들어가는날이다.

저녁에 병원으로 출근을 하니 다행히 새로 들어온 입원환자는 없었다. 입원하기로 되어있었는데 안왔다고 한다.

그리고선 어제 저녁근무자에게  인계를 듣는데 정말 이모든게 한사람에게서 나온행동인가 싶을정도로 굉장했다.

짧게 요약하면 이사람은 어제 내가 퇴근하고난뒤 개운하게  22시 가량 일어나서 해가 뜰때까지 난리가 난것이다.

병실에 소변을 보고 병동 복도를 걸어다니면서 불키고 소리지르고 물건을 부수려고 시도도 하고 환의복 갈아입고난뒤 다시 바지에 소변을 지리고. 아주 난리난리 가났던것이다. 그런행동을 아침까지 한숨도안자고 계속했던것이다. 저녁부터 아침해가뜰때까지 한숨도 안자고 저렇게 움직이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다녔으니 이젠 뭘해야할까. 그렇다 잠을자게된다.  오오후엔 아주 푸욱 주무셨다고한다.  근무자가 일부러 저녁에 자게 하기위해 온힘을 다해 깨워보았지만 소용이없었다. 그리고 정확히 22시가 되자 온병동을 들쑤시고 이곳저곳에 영역표시를 하시고 주무시는 환자분들을 방해해서 침대에 눕혀두면 3분도안되서 다시 나와서 돌아다니고 소리지르고 욕하고 ...그리고 누구랑대화하는지 혼자 대화도하고 정말 바쁘게 움직였다.  

간호사가 주치의에게 전화해서 격리오더를 받았다. 근데 그 격리조치한 방의 문을 쾅쾅치면서 방문을 부술려고해서  말리고 달래고의 반복이였다. 그외 다른 오더는 나지않았기때문에 격리를 시켜두고난후 계속 옆에서 큰사고 안나게 지켜볼수밖에없었다.

그렇게 해가뜰때까지 반복이였다.

그날 내눈의 다크써클이 이렇게 길다는것 처음 깨닫는 날이였다.

밤이나 새벽에 이렇게 일이날경우에는 시간에 관계없이 담당주치의에게 전화후 오더를 받는다.
전화를 안받는다면 받을때까지 전화한다. 하지만 내가 일했던 병원에서 주치의들은 늦은시간이나 새벽이라도 전화를 안받는경우는 없었다.  환자에대한 처치는 의사 -> 간호사 -> 보호사 로 이어진다.
만약 주치의에게 전화해서 오더를 받는 이시간조차 급박해지는 일이생긴다면 간호사의 역량에 따라 선조치후보고가 이루어지기도한다.  여기서  말하는 선조치는 환자의 자해또는 타해의 위험이 매우커서 격리나 RT(신체억제)가 급박할경우다. 당장 큰일나게생겼는데 오더받을 시간이어디있을까 일단 격리나 RT를 해두고 의사에게 오더를 받는다. 그래서 특히 야간근무때 간호사의 대처능력이나 순간판단이 매우 중요하다.물론 이 선조치에선 약이나 주사는 여기에 절대포함되지않는다.

이 환자분은 이런 행동을 보름간했다. 이런행동을 정신과적용어로 DT(delirium tremens : 진전섬망) 라고 하더라. 장기적으로 과도한 주를 하던사람이 갑자기 음주를 중단했을경우 온몸에서 반응하는 의식장애라고 한다. 이러한 DT는 약을 먹으면서 차도를 보이는데 이 기간이 보름에서 길게는 한달 넘게 가는 경우도있다고 한다.  

웃긴건 그환자 보름뒤에  세상 온순하고 착하더라. 저녁에 잠도 잘주무시고 서성이는 환자까지 스스로 케어하면서 잘수있게 도와주더라. 지금의 젠틀한 모습과 처음 들어왔을때 모습을 비교하면 저사람의 어떤모습이 본모습인가 혼란다. 보호사는 일하면서 환자들이랑 항상 붙어서 지내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하게된다. 그환자분이랑도 이야기를 해봤는데 가정도있었고 자녀들도있다고했지만 지금은 이혼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요약하면 힘들어서 야금야금 마셨던술이 나중에는 술을 안마시게되면 잠이안오게되고 그러다보니 잠을 자기위해 매일 마셨다는것이다. 그러면서 결국엔 술로인해 직장까지 결근하게되었고, 그렇게 반복되다보니 결국 가정불화로 이어진것이고 그걸또 술로써 풀고있었던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치료해서 꼭 술을끊어보겠다고했다.

나는 듣고나서 지금 모습 보기 좋으니 반드시 끊어서 다시 시작해보라고 했다.





술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술을 마시고 취하게 되면 그때야 비로소 그사람의 본성이 살짝 빼꼼하고 나오게된다. 우는것 즐거운것 집에가려는 본능 자는것  여러가지 그사람의 성향이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폭력적인성향도.

만약 그사람이 궁금하다면 술을한번 진탕마셔보는것. 그것이 그사람의 본질을 알수있는 가장 빠른방법이아닐까 생각해보기도한다. 물론 편협한생각일수도있고 나만 그렇게 생각할수도있다.

 나역시 술을 좋아했다. 그리고  술자리도 좋아한다.  하지만 알콜병동에서 일하고난뒤 뼈저리게느끼는건 누군가가  술 , 담배중에 하나를 끊어야한다면 뭘끊어야하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두말할거없이 술을 끊으라고 권한다. 물론 담배역시 굉장히 안좋은건 똑같다. 하지만 담배는 본인의 건강을 가져가지만 그렇다고해서 가정과 직장, 그리고 인간관계를 빠르게 파멸로 몰고가진않는다. 하지만 술은 본인의건강은 기본으로 가져가고 패키지로 가정과 직장, 인간관계를 빠르게 파멸로 몰아간다. 둘다 끊는게 가장좋지만 하나를 굳이꼽자면 술이다.

하지만 사람이 살면서 술을 어찌안마실수있을까? 직장생활이나 사람사이에 관계들 유지하려면 그래도 마셔야지! 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일하면서 나에게생긴 일렬의사건으로 인해  술과 담배 커피를 한날동시에 다끊은 현시점의 나는 술안마셔도 인간관계유지되고 사회생활 잘만되더라이다. 일렬의사건은 추후에 기술하려고한다.

어쨋든,요즘은 술을 강권하는사회도아닐뿐더러 술을 강권해서 인간관계가 무너진다면 그 인간관계는 결코 미래적으로도 당장으로도 건강한 관계는 아니기에 관계를 점차적으로 멀리하는게 가장 다고 본다. 그리고 요즘은 세상이좋아서 술자리에가서 그냥 논알콜이나 무알콜같은 맥주들도있기에 그런음료와함께 시켜서 친구들과 술잔을 같이 어울려주기만해도 분히 재미있게놀수있다.

그러니 나는 지인들에겐 항상 술을 끊는다기보단 과하게 마시지않는걸 추천한다. 진짜 길어도 2차안에서 자리를 끝내고 툭툭털고 일어나야한다.  

알콜 병동에서 일하다보면 나도 많은 다짐을 하게된다. 어찌보면 내가 치료받고있는 것일수도있다.



그래서  그환자는 치료잘해서 끊고 퇴원해서 잘살고있냐고?

천만에..
눈이 노란색이 되어 간이 다망가졌음에도
끊지못하고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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