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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켜보는사람 Nov 13. 2024

첫 경위서

소주가 마시고싶은걸!

내가일한곳은 알콜병동이있었지만 폐쇄병동이였고 외출외박은 자유로운편에 속했다.

물론 거동조차안된다면 안되겠지만 어느정도 거동이되고 알콜이 빠지면서 인지능력이 어느정도 정상범주로 돌아오면 외출외박은 자유롭게해주는편이였다. 물론 외박이나 외출역시 담당의 오더가 있어야 가능하긴했다.

이렇게 외박이나 외출을 나간 환자들은 10명중 4명이상은 술을 잔뜩마시고 들어온다. 들어온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대로 안들어오는 환자도있고 며칠 감감무소식이다가 갑자기 병원으로 복귀하는 사례도 종종있다. 그러다보니 환자들이 술을 마시고 복귀를 하게된다면 의사권한으로 외박이나 외출을 금지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환자들이 술을 마시고 외출외박 복귀를 한다면 긴장할수밖에없다.  왜냐하면 점잖게 술만취해서 복귀하는 환자는 마치 목욕을 좋아하는 고양이 마냥 희귀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잖게 술마시고 조용히 주무시거나  집에가시는분들은 애당초 알콜병동을  찾지않는다. 그런분들은 성향자체가 온순해서 주변보호자들이 충분히 케어가 가능하기때문이다. 하지만 술이들어가면서 언성이높아지거나 폭력적인사람들이 있는데 이런사람들이 대부분  알콜병동으로 들어오기때문이다.

 



그렇게 술취해서 복귀하는 환자들은  이미 병원정문에서 부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나타난다. 당연히 직접나가서 데리고 들어와야한다. 웃기게도 환자들이 소리지르는장소는 대부분 원무과앞에서 소리를 지른다. 병동과 원무과는 건물자체가 서로 떨어져있는데 원무과로간다. 원무과에 억한심정이있는지 대부분 원무과로가서 욕을 욕을 그렇게하더라.

그렇게 원무과로가면 술이취했지만 고맙게도 같이일하는 병동 보호사얼굴은 알아보는지 우리말은 잘 들어주더라.

하지만 어디까지나 잘들어준다는거지 행동을 같이하진않는다. 병동으로 들어가자고 다독거리면

'담배하나만 !'

'화장실좀 !'

'저 새X 눈빛이왜저래?'

'야이 시XX끼야 ! 일로와!!'

등등 사소한거 하나하나에도 친히 화를 내주면서 욕을 부여해주신다.

그렇게 거의 빌다싶이 설득하면서 병동으로 데리고와서 소지품 점검이후 술이깨도록 따로 격리실에 들어가서 수액을 맞거나한다. 하지만 이런환자들은 딱히 조심할게없다.  조심해야하는건 멀쩡하게 들어온는 환자들이다.  왜냐하면 이미 술로 정신이 나가있기때문에 딱히 숨겨서 들어올것이없다.

알콜병동에서  모든분들께 정말 친절하게 행동하고 직원이 따로 일보고있으면 와서 거들어주시던 환자분이 한명있다. 나역시 그분의 친절함에  이야기도 많이했고 나름친하다고 생각했던 환자분이셨는데 그환자분이 외출을 나갔다오면서 일이 터졌다. 아직 까지 명확하게 기억난다. 복귀하면서 사이다2패트랑 과자들을 몇개 사왔다. 환자분들이 복귀를 하면 우리는 음주측정을 따로하는데 당연히 그환자는 술은 마시고 들어오지않았다.

그렇게 소지품을 살펴본후 별다른 의심없이 외출복귀절차를 다끝내고 병동으로 들어가게했다. 그리고 내가 퇴근하고난뒤 저녁에 일이터진것이다.  

저녁근무를 들어오는 보호사가 병동라운딩을 돌고있는데 외출복귀한 환자방에서  술냄새가 미세하게나고있었던것이다.그래서 그방 환자들의 관물대를 확인했고 사이다패트병을 까서 냄새를 맡아보니 술냄새가 나고있었던것이다. 다행히 환자분은  많이 마시지않은상태였고 바로 술을 회수하고 보고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출근후 나의 첫 경위서가 탄생 하는 순간이였다.



소주가 유입된 경로는 사이다 패트병에 사이다를 빼고 소주를 탄것이다.

우리는 뚜껑이따져있는 음료수일경우 냄새를 제대로 맡아본다.하지만 그걸 알고있는 환자는 소주를 조금만섞어서 사이다인냥 포장한것이다. 그리고 복귀한 그날 내가 근무를 서고있었고 생활도 잘하고 굉장히 젊잖은 환자라서 별다른 의심없이 냄새도 대충맡고 넘긴것이다.

이런일이있고난후 수간호사가 당시에 일한지 얼마되지도않았던 신참이라그런지 걱정이되는마음에 나를 불러서 다음엔 잘 확인해달라고했다. 당연히 확인못해 죄송하다고 말한후 면담아닌 면담을 했었다. 당시에 나는 환자분의 성향을 말하며 설마하는 마음에 대수롭지않게 넘겼다고 사실대로 말했고 수간호사는 나에게 말을 해주었다.

환자들이 우리에게 친절하게 해준다면 우리역시 그환자랑 이야기를 더 할것이고 좀더 신경을 쓰게 될것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사람을 판단하게된다. 이환자분은 이럴것이다. 저환자분은 이럴것이다. 그리고 이번일처럼 너의 판단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환자에게 친절하게 하고 대화를 많이하는거 좋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환자라는걸 잊지말 특히  감정을 최대한 절제해라. 환자는 너한명을보지만 우린 다수를본다 그 다수에게 하나하나 감정을 넣다보면 스스로무너져서 퇴사하거나 오히려  후에 정신과치료받는 직원도 봤다. 그러니 친절하되 감정은 절제해라 그리고

그사람은 알콜중독으로 입원한 환자인데 그렇게 쉽게 끊을거였으면 애당초 병원에 입원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앞으로는 환자에게 친절하되 그사람을 판단해서 믿는행동은 절대 하지말라고 해주었다.  

그말을 듣고 내가 어디서 일을 하고있는지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그리고 몇년이지난지금 그 환자분은 병동생활동안 치료를 잘해서 퇴원해서 재활을 잘했고 직장도 잘 다니고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들고 또한가지 생각이 더들었다.




 
그때 나한테 왜그랬어요...




출처 : 이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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