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200 12화

공황(2)

심장이 바운스바운스

by 지켜보는사람

심하게 뛰는 두근거림과 긴장감으로 새벽에 병원응급실로 뛰어갔고 응급실에서 해가뜰때까지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회사 주임에게 전화해 사직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주임은 한달간의 병가를 허락받았으니 한달 쉬고오라고 하였다. 한달의 병가를 허락받고 해가 뜨자마자 입원했던 병원의 심장내과로 진료를 잡고 바로 올라갔다.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했고 24시간 홀터검사를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당장 큰일날줄알았던거에 비해선 의사는 차분했고 당장 약이라도 처방해줄거라 생각했지만 약도 따로 처방하지않았다. 그냥 홀터검사 하고 내일 보자는 말만 있었다.뭐, 의사가 그렇게 말했으니 나역시 그리 급한건 아닌갑다 라고 생각했다 긴장감이 살짝풀리기도했고..


홀터검사.PNG 홀터검사 - 이런식으로 가슴팍에 전선을 부착하고 기구를 카세트마냥 24시간동안 부착하고있어야한다.


허리춤에 카세트테이프마냥 장비를 장착하고 가슴팍에 전선을 이리저리 붙히고있으니 마치 포스트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간신히 호흡기를 붙히고 살아남아있는 지구인이된거같았다.

게다가 뭔가 기구까지 붙히고있으니 가라앉았던 긴장감이 다시 요동 느낌이였다. 마치 많은사람앞에 혼자서서 발표하기전의 긴장감을 시작으로 심해지면 놀이기구 바이킹을 탈때 공중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올때의 그 기분이 지속되는 느낌이였다.


그렇게 홀터검사 기구를 몸에장착하고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일하러간거 아니냐고 물어보았다.

아뿔싸..주무시고있는 야심한저녁에 급하게 병원으로 튀어간다고 어머니께 말씀을 못드렸다. 아침엔 당연히 출근한줄 알고있었던 모양이다.

이때까지 있었던 일을 어머니께 설명했고 어머니는 듣고있더니 가져온 홀터검사는 그대로 진행하고 심장쪽으로 잘 보는 병원이있으니 예약해보자고 하신다. 나역시 흔쾌히 알겠다고 방안으로 들어가 잠깐 누웠다. 긴장감은 조금 사그라들었고 잠이 몰려와 눈을 잠깐 붙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해는 뉘엿뉘엿 지면서 내눈을 강하게 때렸고 그 눈부심에 눈을 부비며 일어나본다. 일어나서 나가니 조용한 집안식탁위엔 볶음밥이 하나있었고 부모님은 일을 보러나가신후였다. 볶음밥을 먹고난뒤 방안에 있는 컴퓨터 책상에 앉아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켜본다. 그리고 몇분지났을까 다시 스근하게 심장이뛰기 시작했다. 이 짜증나는 긴장감은 점차적으로 나에게 깊고 거친호흡을 선사했고 재빠르게 다시 누워서 몸을 진정시켜보려고 눈을 감아보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긴장감은 올라왔고 이러다가 아무도없는 집안에서 심정지라도 오게되면 영원히 이승과 작별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일단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선 살고있는 집 바로옆에는 대형 이마트가 하나있는데 일단 거기로 뛰어갔다. 그리곤 이마트 안에있는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하나 시켜두고 앉아있었다. 왜 병원으로 뛰어가지않았는지 혼내지마라.

나도 그땐 왜 병원으로 가지않고 이마트로 갔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웃기게도 많은사람들 안에 있으니 긴장감과 심장박동은 점차적으로 내려앉았다. 적어도 내가 의식을 잃었을때 마트안의 많은사람들중 누군가는 나를 구해줄거라는 생각에 안심이되어 그런거같았다.

마트 카페에 한참을 앉아있었을까 집에서 전화가왔고 어디갔냐고 물어보길래 잠시 머리도 식힐겸 마트에 와있었다고 말했다. 머리식힐겸 마트에 갔다니...하지만 당시 나에겐 마트보다 편안한 안식처는없었다.

전화를 받은후 집에가기위해 마트에서 나오니 해는 이미 달에게 주도권을 빼앗겨서 온세상은 어두워져있었다.


다음날 홀터검사 결과를 듣기위해 병원으로 갔고 의사는 '심방세동'이 있는거같다 라고 말했다. 심장이 규칙하게 뛰지않고 불규칙하게 뛰는거라고하는데 부정맥종류중 하나라고 한다. 그렇게 부정맥 약을 한달치 처방받아 가지고나왔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했던가. 유튜브 검색을 하지않겠다던 나는 그 다짐을 잊고 심방세동과 부정맥을 검색해보기시작했다.

당연히 좋은말은 안나왔다. 그리고 그런 자극적인 썸네일에 휘말려서 긴장감은 다시 오르기시작했다.망할... 내무덤을 내가 다시 파고있다니...

지금생각하면 왜그랬는지모르겠다. 어찌보면 정말 위험한 행동이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처방받은 부정맥 약을 먹지않았다. 왠지 이 약을 먹는순간 오히려 더 힘들어질것만 같은 예감이들었다. 그렇다고 버린건아니였다. 그냥 집에 놔두고 정말 다른 병원에가서 진료를 받았을때도 똑같은 결과가나온다면 약을 먹을 생각이였다.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길에 유튜브영상의 내용들중 '돌연사' 라는 내용이 머릿속을 떠나지않았다.


살아오면서 돈을 많이 벌겠다든가, 무언가에 도전을해서 성공하고싶다거나 남들과는 다른 명예를 누리고싶다거나하는 목표는 딱히 없었다. 그냥 흘러가는데로 적당히 살았다. 남들평균보다 좀 덜 벌어도 먹고싶은거 먹고 좋아하는 게임하면서 있는게 좋았다. 일하는것도 힘들긴했지만 그래도 적성에맞는건지 재미는있었다.

하지만 돌연사해서 죽고싶진않았다.


갑자기 목표가 생겼다. 죽고싶지않다. 한번 발버둥 쳐보고싶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부정맥이라는것도 인정하기싫은것도있었다. 그때 무슨 용기가생겼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죽고싶지않다는 놈이 약을 안먹겠다고 하니 굉장히 모순된 행동을 한것이다. 한번 발버둥 쳐보고싶었다. 그냥 이 약을 먹는순간 모든게 내려앉을거같고 평생 아플것만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이왕이렇게된거 발버둥 쳐볼려고 다짐도했겠다 주머니에 있는 1개밖에 안핀 새담배를 쓰레기통에 냅다 버렸다. 이때부터 금연했다.

예전엔 그렇게 안끊어지던 담배가 몸에 이상증세가 한번 생기니 단박에 끊어지더라. 많이살고싶었나보다.

지금도 금연은 잘 유지중이다. 유지라기보단 이때까지 금연한게 아까운것도있고 중요한건 담배 냄새가 역했다. 심지어 전자담배 연기도 역하다. 아무리 좋은향을 발랐다고해도 그 특유의 전자담배 쩐내가 굉장히 역했다.

여하튼 담배를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금연다짐후 집으로가는 와중에 심장은 다시 스근하게 바운스할려고 시동을 걸고있었다. 하.. 또 시작이다. 어차피 집옆이 마트니 마트로가서 아메리카노 한잔시키고 사람구경좀 하다가 긴장이 내려앉으면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이때당시 하루의 마무리는 항상 마트안 카페였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바로 심장으로 유명하다는 병원으로 가본다. 그 병원역시 종합병원이였고 오전에 일찍왔는데도 불구하고 진료를 받기위해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있었다.

대한민국에 심장아픈사람이 이리도 많았던가.. 하지만 젊은사람은 거의 보이지않았다. 그건그거대로 나를 슬프게했다. 한참을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차례가되었고 진료받기위해 진료실로 들어갔다. 이때 진료실을 보고 느낀광경은 뭐랄까 뭔가 취조받는 느낌이였다. 의사는 한명있는데 양옆으로 간호사들이 의사를 보조하고있었다. 역시 인기있는 의사는 다른건가!!

의사에게 이때까지 있었던 증상과 첫번째병원에서 검사했던것 그리고 처방받은약 등등 모든걸 굉장히 간결하게 말했다. 그냥 간결하게 말해야만할거같았다. 주절주절이야기했다간 혼날거같은 그런 분위기. 지금도 선명하게 생각난다.

의사는 눈을 감고있었다. 아니 눈을 뜨고있었는데 감은것마냥 눈이 작았다. 아직까지 또렷하게 기억나는것보면 눈이 굉장히 기억에 남았나보다.

김도윤솊.PNG 그눈은 마치 흑백요리사의 김도윤셰프님같았다.


그 의사역시 일단 검사부터 하자고했다. 당연하게도 홀터검사는 이번에도 검사목록에 들어갔다. 그리고 심전도검사, 심장초음파, 운동부하검사,동맥경화검사를 예약했다. 당장 다음날 예약은 되지않았고 10일정도 뒤에 검사예약을 잡고 그다음날 내원해서 검사결과를 들을수있었다. 이번에도 처방약은 따로 없었다.

병원에서 예약을 잡고 검사했을때 아무일없기를 간절히 바래보면서 터덜터덜 걸어나왔다.

집에가는길 검사받기전까지의 10일을 어떻게 버틸지 조용히 생각해본다.


그리고 아직 기억속에 생각나는 한가지




그 의사는 눈을 떴지만 감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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