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중한디!
나는 내가 하는일에 만족은 하지만 사회적으로 봤을때 그리 많은 급여를 받는직종은 아니였다. 물론 이런것에대한건 연애를 하기전에 서로 미리 투명하게 다 밝혀둔 상태였다.
경아나 나나 서로 처음만날때 결혼을 염두해두고 만난건 아니였었고 둘다 계획적인 삶과는 조금 거리가있던터라 그냥 흘러가는데로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면서 살다보니 어느덧 9년이란 시간이 지나있었다. 하지만 이런 연애를 옆에서 지켜만보고있던 사람이 참다못해 일어나서 움직이기시작했다. 바로 나의 어머니.
어머니는 집에서 나를 거실로 불러세우고 말했다.
"아들놈의 자슥이 남의집 여성을 8년동안 잡아두면서 결혼을 안해? 결혼할래? 아니면 나한테 숨질래? "
거기에 나는 어머니께 결혼을 꼭해야하는건아니지않냐고 말씀드렸다. 요즘 연애만하는사람들도 많고 내가 돈을 그리 잘벌지도못하는데 무턱대고 결혼하자고 말할수도없다고말했다.
그러자 나에게말했다.
"만약 니가 결혼을 하고 딸을 낳았는데 그 딸이 남자를 만났다치자. 딸이 그남자랑 8년이넘도록 만나면서 결혼 이야기를 안한다고하면 너는 어떻게 할건데? "
"흠.. 그러면 당연히 내가 찾아ㅅ..ㅓ..??"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느낌이였다.
그랬다 나는 이도저도 아니게 경아만 붙잡고있었던것이다. 이렇게 못난사람이있을까. 그길로 경아에게 전화를했다.
카페안에서 만난경아와 나는 각자 시킨 음료를 마셨다. 그리고 먼저 경아에게 난 물어보았다.
"자기는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마시고있던 커피를 내려두고 경아는 진지한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뭘 어떻게 생각해 항상 결혼에대해 생각하고있지"
"처음만날때는 서로 결혼에 대해서 생각안하지않았어? "
" 처음엔 그랬는데 내주위에 하나둘 떠나는거 보고있으니 마음이 싱숭생숭하긴하더라. 하지만 오빠가 딱히 말을 꺼내지않아서 나도 안꺼냈다. 그리고 딱히 생각하지도 않는거같아서 가만히있었지. 결혼을 하지않는다고해서 오빠가 싫은것도아니고..."
경아의 말에 나는 앞에있던 음료를 시원하게 원샷하고 경아에게 말했다.
" 나는 현재직업에 만족을한다. 비록 받는 돈이 작긴하지만 크게 벌고싶다는 물욕ㄷ..."
하던말을 자르고 경아는 말했다.
"그게뭐, 나는 돈 많이 버나? 그렇다고 내가 뭐 굉장히 좋은 직업을 가지고있나? 나역시 마찬가지다. 돈은 같이 벌면된다. 돈을 많이 못버는게 뭐가 그리 문제가 되는데? "
이어서 경아는 말했다.
"그래 돈많이 못벌면 문제가 될수있는 상황이 오기도하겠지. 그런데 돈많이 못벌어도 상관없다. 사람이 꾸준하고 착하면된다. 그리고 애당초 돈이문제였으면 우리둘이 만나기전에 내가 안만났겠지. 이미 서로 다알고 만난거 아니였나? 나만 그런기가? "
할말이없었다.
맞다. 나혼자 생각하고 나혼자 경아는 이런생각을 가지고있을거라 판단한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는 경아가 나는 너무 고마웠다.
하긴 생각해보면 경아랑 연애하기전에 처음 줬던 선물이 칼이였다.
잉?? 칼을 선물해줬다고??? 라고 생각할수도있지만 나는 명품백을 선물해줄 재력은없었고 그렇다고 내마음으로 우러나서 무언갈 선물해주고싶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본결과 경아는 요리를 하고있었고 개인칼을 각자 쓰고있다고 나에게 말했던 기억이있었다. 그래서 그래! 명품칼을 사주자!! 라고 다짐을 하고 당시 음식점에서 경아와 같이 주방에서 일하던 동생에게 칼좀 추천해달라고했었다. 사실 나는 칼 해봐야 얼마나 비싸겠어 하고 물어봤었는데. 어우... 내가 모르던 세계가 펼쳐진 기분이였다. 정말 많은 메이커의 칼이있었고 가격은 굉장했었다. 그래도 일단 칼을 사주기로했으니 직접 백화점으로가서 심사숙고 끝에 칼을 골랐다.
음.. 옷으로 따지면 나이키정도의 칼이였다. 뭐 아닐수도있고 사실 칼메이커를 잘모른다. 그냥 직원이랑 동생이 추천해준걸 종합해서 하나 샀었다. 그래도 나름 품질보증서도있는 칼이였다.
그렇게 칼을 포장해서 경아에게 선물했었는데 그때 기뻐하는 경아의 얼굴을 아직도 난 잊을수가없었다. 연애도 하기전에 칼을 선물한 나는 지금생각하면 굉장히 이상한놈이지만 칼을받고난후 나에게 오히려 기뻐해준 경아에게 지금도 고마울따름이다. 칼을 선물하면서 더좋은걸 못사서 미안하다고 쭈뼛거리면서 말하는 나에게 경아는 포장된 칼을 뜯으면서 기쁜얼굴로 말해주었다.
"내한테 어떤것이 필요한지 곰곰히 생각해서 사준건데 가격이 뭣이중하노 ! 칼 잘쓸게! "
라고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나를 배려해서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말해주는 경아가 나는 고마웠다.
선물해준 그 칼은 9년이지난 지금도 현재 경아의 관리아래 우리집에서 현역으로 잘 뛰고있다.
이렇게 작은거에도 고마워했던 사람인데.. 내가 생각이 짧았다.
경아와 카페에서 결혼에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은후 정신을 퍼뜩차리고 이대로 결혼까지 간다고 절대 흔들리지않는 다짐을하고 모아둔돈을 탈탈털어서 본격적으로 결혼준비에 착수했다. 사실 어머니께도 도움을 솔찬히 받았다. 그리고 여지껏 묵묵히 기다려준 장모님에게도 죄송스러웠다.
이렇게 오래 만나면서 아무말이없던 내가 싫을법도하셨을텐데 만날때마다 항상 살갑게 대해주었기에 오히려 더 확고히 움직일수있었다.
카페에서 결혼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하고난 일주일후 더 기다릴거없이 바로 경아에게 프로포즈를했다.
가진돈도 많이없었고 모아둔돈은 결혼자금으로 써야했기에 창피하지만 반지를 하지못했다.
평소 꽃을 좋아했던 경아를 위해 꽃을 많이준비하고 편지를 적어서 경치좋은 바닷가앞에서 정말 조용히 꽃을 주면서 프로포즈를했다. 그리고 쭈뼛거리면서 고개를 숙이고 결혼준비를위해 자금 쓰느라고 반지는 하지못했다고 사실대로 털어놨다. 경아는 그런나에게 덤덤하게 말해줬다.
"기다리다 목빠졌다. 반지는됬고 바다도 왔는데 회나 먹으러가자."
이러니 내가 경아한테 8년동안 뻑이 가있지.
그날 바다앞에서 먹었던 회의 맛은 아직도 잊을수가없다.
경아나 나는 시작하는게 오래걸린다.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정말 빠르게 단계를 거쳐나간다.
신혼집은 부산으로 잡고, 식장은 아무것도 보지않았고 단하나, 밥이 맛있는식장과 신혼집에서 가장가까운것 2개를 기준으로잡고 예식장을 잡았다. 날짜는 딱히 신경쓰지않았다.
사실 경아와 나는 결혼만하면되지 결혼식을 꼭 해야해? 라는 입장이긴했지만 양가 부모님께서 말리셨다. 어머니께서는 너네가 애를 낳건 안낳건 상관없지만 작던 크던 결혼식은 꼭 하라고 하길래 경아와 이야기후 결혼식을 하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아역시 모아둔돈을 보탰고 시작은 8년이걸렸지만 준비는 1년이 채 되지않아서 후다닥 진행했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이되던 와중에 갑자기 친누나가 근래에 만난 남자친구와함께 혜성과같이 등장하면서 "나는 혼기가 차고도 한참지났으니 내가먼저 가겠다" 라고 선언.
결혼을 위한 어머니의 강렬한 압박 스텝은 누나에게로 돌아갔고 나는 바로 누나말에 당연히 우리가 뒤에 결혼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지금의 매형은 좋은사람이다. 이렇게 누나의 결혼은 4월말, 나의 결혼은 6월초가 되면서 한달차이로 어머니는 원큐에 누나와 나를 동시에 보내버렸다.
누나는 내가 알아봐둔 예식장으로 똑같은 플래너를끼고 나보다 더 빠른속도로 절차를거치고 가버렸다. 남매가 똑같은 예식장에서 한달사이로 결혼을 해서 사라진것이다.
물론 누나는 경아에게 먼저 가도 되겠냐고 물어봤었고 경아는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결혼준비를 하면서 경아와 나는 돈을 합쳐서 신혼집을 구했다. 신혼집을 구하면서 둘다 속된말로 개털이됬다. 정말 집만있고 안에는 아무것도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휑한 집안. 경아도 나도 서로 결혼준비와 신혼집에 돈을 부어버려서 혼수를 한번에 쌱 할만한 돈은 없었다. 입주청소역시 돈아끼자고 경아와 내가 직접했다. 그리고 입주청소를 직접하면서 아낀돈은 몸살과 근육통으로인해 우리 병원비로 들어갔다.
입주청소는 반드시 업체끼고하는게 최고다.
둘이서 열심히 청소한 신혼집에서 경아와나는텅빈 거실에 앉아 다이소에서 산 작은 상 하나 펼쳐두고 밖에서 사온 맥주하나에 순대를 야무지게먹으면서 거실 창문으로 보이는 어둑어둑한 밤하늘 그리고 집이 텅비어있다보니 작은소리에도 울리는 이 울림을 느꼈다.
경아는 천천히 하나씩 채워나가자고했고 이어서 나에게 말했다.
"나는 은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결혼반지는 은으로하자. 그리고 보통 결혼반지를 약지에끼는데 우린 검지에 끼는걸로하자"
그말을 듣고 나는 그래도 자존심에 한마디 거들었다.
"에이 그래도 은보다느..ㄴ "
말을 자르고 들어와서 경아는 말을 이어나갔다.
"에헤이, 거기까지. 난 은이 좋으니까 내일 백화점가서 하나 맞추자"
못이긴척 알겠다고했다.
나는 안다 배려였음을.
나는 아마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 다음날 우린 백화점에가서 은반지를 서로 하나 샀다. 그것도 검지에 끼는것을..
글을 적고있는와중에 괜시리 또 한번 지금의 와이프 경아가있는곳으로 뛰어갔다.
거실로가니 쇼파놔두고 쇼파밑에 앉아 기대어있는것이 영락없는 한국사람이였다. 경아에게 가서 대뜸 안겨보았다.
"이...와이라노 빨리말해라 뭐 사고쳤노"
에러이.
그래도 항상 고맙다.
이제 곧 결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