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없던 친구의 소식 이거 가야하나요?

by 지켜보는사람


망설임



여느때와 같이 일을 하고있던와중 문자가 하나 폰으로 날라왔다.

그 문자의 내용은 지인아버지의 부고 소식이였고 그 지인은 고등학교 그리고 25살까지만 적당히 친하게 지내다가 어느순간 연락이 끊겨버린 친구였다.

그친구와 안좋은일을 계기로 끊긴것도 아니였고 그냥 자연스럽게 멀어진 그런관계. 나도그렇고 그친구도 그렇고 먼저 연락을 잘 안하는 스타일이다보니 그렇게 10년이넘게 흘렀던것.

워낙 오래 연락을 안하다보니 내가 결혼을 할때도 그 친구를 부르진 않았다. 몇년간 연락한번없었는데 결혼한다고 연락한다는거 자체가 매우이기적인 발상이고 나스스로도 뜬금없이 그런식으로 청첩장을 주는건 매우 형편없없는짓이라는걸 알기에 연락하지않았다.

그렇게 또한번 자연스럽게 잊고 지내고있는와중 25년 12월30일에 문자가 온것이다. 나는핸드폰에 저장되어있던 그문자를 받는순간 망설였다.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몇십년동안 연락한번 없었는데 갑자기 불쑥 찾아가는게 맞는건가 싶기도했다.

당장 저녁엔 약속이있고 다음날에도 2025년 마지막날이다보니 점심엔 가족끼리 식사약속이있고 교대근무를 하고있는 일 특성상 저녁엔 야간근무를 들어가야한다.

갈수있는 31일 가족과 점심먹고난뒤 잠깐 몇시간만 짬이 나는셈. 시간을 쪼개서라도 혼자서 과연 가봐야할까?

흠...

이글을 적고있는 현재시각 16시22분 나는 직장에 있다.

역시 일할때 적는 브런치는 내 최고의 도파민이다. 어릴때 학교수업시간에 몰래 낙서하고 딴짓을하면 시간이 빨리가는것처럼 일할때에 글을적으면 글이 술술 적힌다. 참 신기하다.

원래 공부못하는애들이 공부해야할때 안하고 꼭 다른거할때 공부한다고 염병한다. 그렇다 그게 바로나다.

그래도 글을 열심히 적고있다보면 키보드 소리 덕분에 마치 열심히 일을 하는것처럼 보인다.

역시 브런치는 다방면으로 위대하다. 에헴. 흠흠..

어쨋든, 이렇게 실없는 소리를 적고있는동안 내머리속에서는 결정을내렸다. 내가 그곳을 가지않고 그냥 지나가게된다면 이후에 후회할거같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내일 오전중에 가봐야겠다.

일단 여기까지 적고 저장해둔후 갔다와서 바로 브런치에 글을 이어서 적어보도록 해야겠다.





괜한걱정.


2025년 12월 31일 점심을 조금 일찍 가족들과 먹고난뒤 나는 일찌감치 일어나서 그친구에게로 향했다.

마음을 다잡긴했지만 혹시나 싫어하지는 않을지 못알아보진않을지 여러 걱정이 앞섰다.

고민을 하고있던 와중 네비게이션에서는 목적지에 곧 도착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병원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렸다. 담배라도 피웠다면 담배하나 피웠겠지만 담배를 끊었기에 그냥 "쓰읍! 후아~~! " 하고 호실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아무래도 이른 오후에다가 점심시간도 지난 시간이다보니 식장안은 조문객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엄숙한 분위기속 마음을다잡고 굳은표정으로 엉거주춤 들어간곳에는 오래동안 보지 못한 친구가 서있었다.

10년이 넘도록 연락한번없었고 나역시 연락하지않았다. 하지만 보자마자 10년전으로 돌아간것마냥 서로 세어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입숙이 연신 씰룩거리다가 결국 터져버렸다.어색함이라곤 찾아볼수없었고 친구도 나도 그냥 웃었다.

10년사이 살이 팅팅하게 오른 친구놈을 보고웃었고 친구는 대머리가되버린 나를 보며 웃었다.

( 탈모로인한 고통을 벗어나기위해 시원하게 모든 머리카락을 면도기로 싹 밀었다. 그것도 와이프가 손수 밀어주었다. 책200 의 30화 '야이대머리야' 참고)

그리고 나를 보며 친구가 말해줬다.


"슬픈건 난데 왜 니머리가 더 슬퍼보이냐 ㅋㅋㅋㅋ"


"아. 꺼졐ㅋㅋㅋ"


"고맙다"


웃으며 나에게 넌지시 말해주었다. 순간 장례식장을 가기 하루전부터 걱정했던내가 부끄러웠다. 그게 뭐라고 그리 고민을 했나싶었다. 고개를 끄덕이고난후 인사를 하기위해 들어갔다.

혼자서 장례식장을 가는건 또 처음이라 혹시 실수는 하지않을까 약간은 경직된상태에서 들어갔다.

사진앞에 있는 향을 두손으로 집고난뒤 타오르는 촛불에 향을 가져다 댔다.

얼마나 시간이지났을까. 두번정도 확인했지만 향에 불이 붙지않았다. 당황했다.

'어... 어 이게아닌데 왜이렇게 불이안붙지..'

혼자 당황하며 어리버리 치고있으니 친구가 웃으며 넌지시 말했다.


"야.ㅋㅋ 붙은거 같다. 그냥 꼽앜ㅋㅋ"


"어? 어.어.. (크흡) "

또 한번 세어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냈다.


상주인 친구와 맞절까지 하고난뒤 친구는 밥먹고 가라고 음료수를 챙기러 갔다. 뒤따라오는 친구어머니께서 나를 부르며 말해주었다.


"와줘서 고마워요. 천천히 식사 하고 가요"


라며 어머니께서도 넌지시 웃어주었다.

어머니께 90도로 꾸벅인사를하고난뒤 식사맛있게 먹겠다고 말씀드리고 혼자 식탁에 앉았다. 이어서 친구는 음료수를 챙겨 내 앞자리에앉았고 2시간가까이 서로 10년동안 밀린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당일 나는 야간근무를 하러 가야하다보니 못끝낸 이야기는 다음에 만나서 같이 하기로 일어났다.

이상하게도 나는 육개장을 별로 좋아하진않는데 그날따라 육개장이 참 맛있었다.




친구가 주차장까지 내려와 배웅해주었고 서로 손인사를 하고난뒤 시동을 걸고 일터로 향했다.

오후 5시가 넘어 이제 퇴근시간인지라 도로는 꽉 막혀있었지만 내 마음은 저멀리 수평선 사이로 떨어지는 노을 마냥 차분했다. 만약 내가 어색하다는 핑계,시간이없다는 핑계로 가지않았다면 분명 많은 후회를 했을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웃음은 한동안 잊혀지지않았다.

아무래도 친구의 아버지께서 떠나시며 그친구와 끊어진 인연의 고리들을 다시한번 결합시켜주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다음에 만나는 날엔 아마 친구와 오랜만에 기분좋게 밤을 지샐듯 하다.



혹시나 이글을 보게되는 분이있다면 말해주고싶다.

경사는 안가도 되지만 서로 죽이지 못해안달이 나는 최악의 원수지간이 아닌이상 조사는 왠만하면 가는걸 추천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

" 별로 안친한데 부고 문자를받았어요 이거 가야하나요? "

그러면 말해줄것이다.

"응. 그냥 가. 가서 너무 어색하다면 밥먹지말고 인사만이라도 하고 와. 근데 아마 먹게된다면 밥은 맛있을거야."


-fin


식장.png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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