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취미
아버지는 어릴 적 우리와 함께 많이 놀아주신 분은 아니었다. 대신 나와 동생은 아버지 곁에 앉아, 아버지의 취미를 조용히 지켜보곤 했다. 그중 하나가 조립 모형, 그리고 또 하나는 컴퓨터 게임이었다.
이런 글을 쓰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대학 시절 술친구로 내가 정말 편하게 느끼고 아끼는 친구다. 성격이 단순하고 수더분하며 뒤끝이 없다. 트와이스와 메이플스토리, 그래픽 디자인, 인공위성을 오타쿠처럼 좋아한다. 참 괜찮은 친구라 생각해서 예전 내 절친에게 소개해줬고, 어느새 그 둘은 다음 달에 결혼을 앞두고 있다. 나도 모르게 아버지와 비슷한 기질을 가진 사람에게 편안함을 느꼈나보다.
다시 아버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내가 어렸을 적, 아버지를 소개하는 방법은 단순했다. “스타크래프트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것도, 정말 광적으로 잘하시는 분이라고. 마침 또래 남자아이들 사이에 스타크래프트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라, 그런 말을 하면 아이들이 우리 아버지에게 깊은 호기심을 보이곤 했다. 그게 나는 자랑스러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 집은 주말마다 '출발 비디오 여행'만 본 게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중계방송도 주구장창 틀어놨었다. 다행히도 나는 게임에 별 재능이 없어서, 게임 폐인이 되지 않은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시든 후에도 아버지는 40대까지 꾸준히 컴퓨터 게임을 즐기셨다.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중 하나는 골프 게임이었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에는 골프 라운딩을 다니셨지만, 이후에는 컴퓨터 게임 속 골프를 더욱 즐기셨다. 나와 동생이 아버지 옆에 앉아 골프 용어를 하나씩 배우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 시간이 이상하게도 꽤 즐거웠다.
요즘 아버지의 관심사는 휴대폰 게임으로 옮겨간 듯하다. 동생 말로는 아버지가 그 게임에서 전국 순위권이란다.
그래, 뭐 하나라도 전국에서 잘하시는 게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