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피디에게 호기심이란 (2)

인터뷰에서 친구가 바라본 자신

나는 이피디를 처음 ‘크리에이터클럽’이라는 사교 모임에서 만났다. 그곳에서 그는 언제나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맡았다. 자기 이야기를 앞세우지 않으면서도 대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사람. 그 모습은 흔히 보기 어려운 유형이었다. 보통은 자기 표현의 욕구가 앞서기 마련인데, 이피디는 늘 다른 사람에게 귀 기울이며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나는 그의 태도가 상대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그만의 마력이라고 느꼈다.


우리가 만났던 크리에이터클럽은 어떻게 하게 됐어?
그때 2020년인가, 코로나 때였지? 나는 그런 기질인 것 같아. 삶이 똑같이 굴러간다고 느끼면 굳이굳이 찾아서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야 되는… 반복되는 삶이 권태롭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정체돼 있고 인풋이 안 들어온다고 느끼는 거지. 크리에이터클럽을 하기 전에 문토라는 것을 해봤다 보니 크리에이터 클럽에도 자연스럽게 유입됐어. 크리에이터 클럽에도 여러 테마 모임이 있었잖아. 너가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토론하는 것이 좀더 생산적이겠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생산적인 얘기를 하는 욕구가 나한테 있으니까 더 재밌을 거란 생각을 한 거지.


그런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 언제부터 즐겁게 여겼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어. 사실 내가 그런 문제를 깊이 알고 완전하게 참여한다기보다는, 듣는 걸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 그래서 지금도 유튜브 콘텐츠 보면 되게 잡식이거든. 류현준 교수, 슈카, 이동진 것들을 봐.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들이 재밌다고 느끼는 것 같아.


우리 모임이 유독 엄청 친해졌잖아. 어떻게 그렇게 친해진 것 같아?
우리 뒷풀이하다가 친해졌지. 모임 그 자체에서보단. 왜냐하면 모임 때는 아무래도 주어진 주제에 대해 딱딱한 얘기를 하잖아. 뒷풀이에서 좀더 자유롭게 말하고. 사실 어떤 내용으로 우리가 그렇게 떠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 다들 술을 좋아하고 말을 좋아하고 오래 놀았으니까. 나는 한번은 반차를 낸 적도 있었어. 우리 모임이 일요일이니까 뒷풀이를 새벽에 끝내면 월요일 출근이 너무 피곤한 거야. 그러고 밤새 놀았네.

https://youtu.be/U3WcOIpdv4M?si=nel6JhfsjwhezEqs

언제 만나든 즐겁게 떠들었던 우리

맞아, 그랬었지. 난 그 시절이 정말 행복했던 것 같아. 그때 정말 계속 같이 놀아서. 뒷풀이도 가고 여행도 가고. 모임 멤버 각자가 캐릭터가 확실했어. 언니도 계속 대화 주제를 던지고 나는 그 안에서 신나게 토론하고 그랬지. 내가 그렇게 썼잖아. 언니는 사회자 같았다고.
맞아, 나는 너가 매번 ㅇㅇㅇ이랑 부딪히면서 토론하는 거 보는 게 정말 재밌었는데. 반면에 나는 네가 글에 쓴 것처럼 어디에서든 약간 사회자인 편인 것 같아.


음… 질문을 던지는 것에 능한 것 같아.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나?
맞아, 어디서든 뭘 잘 물어봐. 호기심이 많아. 기본적으로 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 인간에 대해서. 음… ‘이 사람이 이걸 왜 할까?’ 이게 나는 항상 궁금해.

왜 타인에 대해 궁금해? 그렇게 어떻게 관심을 가질 수 있어?
내가 어디서 본 글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자신한테 궁금한 걸 타인에게 묻는대.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좀 많긴 하거든.


어떤 게 궁금해?

예를 들어 정말 사소한 것들. 예를 들면, 연락을 하던 사람이 있어. 이 사람이 사실 연애 상대로선 정말 별로야. 그렇지만 나는 연락을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 때가 있잖아. 그러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하는 걸까?’ 이런 세세한 게 궁금해.


그러면 그걸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는구나.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할 거야?’ 이렇게.
뭐 그런 것도 있는 거고, 꼭 이렇게 빗대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 너는 왜 해외를 다니면서 일을 하는 거야? 너가 기자를 하다가 그만두고 아예 다른 일을 하고 있잖아. 그럼 나는 그게 궁금한 거야.


지금 자신에게 궁금한 건 뭐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궁금해. 지금의 최대의 난제야.


그렇구나. 사실 작년에 만났을 때는 이직하고 일하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더 좋아했잖아.

넓어진다기보다는 달라졌어. 같은 영상일이지만 직무가 바뀌었어. 지금은 전문적으로 디자인을 한다기보단 좀더 마케팅/커머스 PD에 가까운 업무를 하고 있거든. 진로를 조금 틀었던 거야. 다만 이 회사에서는 내 커리어가 쌓인다기보다는 박살나는 느낌이 들어서 난 이직이 하고 싶단 말이야.


어, ‘박살’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니 고민이 많나보군.
쌓이는 느낌이 잘 안 들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결과물을 낼 것 같지 않은 거야. 다른 회사로 이직했을 때에 활용될 것 같지도 않고. 좀더 전문적으로 프로세스가 있는 회사로 가고 싶어.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 진짜 나는 커머스 PD가 하고 싶은 걸까? 그래서 요즘은 매일 챗 GPT와 이야기해. ‘너는 이런 이런 성향이야. 그래서 이런 거에 대한 회의를 느낄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너는 이런 걸 키워야 되고…’ 이런 식으로 분석적으로 말해주니까.


대화 끝에 내린 결론은 뭐야?
잠정적 결론은 그래도 커머스 PD는 계속 해야 될 것 같아. 나는 사람들이 뭘 좋아할지 고민하는 과정은 재밌다고 느끼거든. 클릭을 일으키는 문구가 뭘까, 사람들은 어떤 콘텐츠에 끌릴까, 이런 것들을 고민하면서 일을 하니까. 그런 기획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갖는 과정은 즐거워. 그래서 결국에는 어떤 아이템을 잘 팔리게끔 기획하는 기획·제작 PD로 잠정적으로 가야 하는 것 같아. 그 길은 맞는 것 같아.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끌어당길 수 있어?

나는 그걸 끊임없이 생각해. 결국엔 그걸 수치로 확인해야 하거든. 보통은 광고를 돌리고, 그 광고가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보면서 판단하는데, 내가 있는 회사는 광고를 돌리는 방식이 아니야. 그러다 보니 실제 데이터를 본 적이 없고, 그냥 혼자 골몰하면서 감으로 찾는 거지.

그래도 내가 쇼츠를 꾸준히 만들다 보니 조회수를 보면서 감을 잡게 돼. 확실히 어그로 끄는 게 잘 먹혀. 예를 들어 비가 쏟아져서 고생하는 장면이라든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장면 같은 게 잘 되더라. 또 계절감도 중요한 것 같아. 가을이면 가을에 맞는 용품 같은 걸 보여주는 식으로.

사람들은 이유를 아는 걸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 예를 들어 캠핑이라면 “가을에 캠핑을 가야 하는 이유” 같은 제목으로 스토리를 풀어내는 거지. 너는 지금 볼리비아에 있으니까, “몇 월에 볼리비아에 가야 하는 이유”라면서 풍경을 담아내면 좋을 거야. 이렇게 당위를 제시해 주면 사람들이 더 끌리거든.

또, 부정적인 문구에도 본능적으로 시선이 가. 예를 들어 사실 너는 볼리비아를 좋아하지만, “볼리비아 절대 오지 마세요” 같은 제목을 달면, 사람들은 “왜 오지 말라는 거지?” 하면서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거야.


이피디는 질문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질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본다. 그의 호기심은 대화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콘텐츠를 기획하는 힘이 되고,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감각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그는 단순히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과 관찰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해석하는 크리에이터다. 결국 이피디에게 호기심은 일과 삶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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