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돌아온 볼리비아
사람들의 인생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곳, 바로 우유니 사막이다.
볼리비아 남서부 안데스 고원에 자리한 이 광활한 소금 사막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약 1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하얀 대지는 비가 내린 후 얕게 고인 소금물 덕분에 거대한 거울로 변한다. 하늘과 땅이 하나로 이어진 듯한 환상적인 반사 현상은, 지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천상의 풍경’이라 불린다.
나는 운 좋게도 이곳을 두 번이나 방문했다. 2018년 남미 배낭여행 당시 처음 찾았고, 이번엔 숨 막히는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주말에 다시 그곳을 찾았다. 사람들이 평생 한 번을 꿈꾸는 곳을, 나는 짧은 시간 안에 마실 나가듯 두 번이나 마주한 셈이다.
7년 만에 다시 선 우유니 사막은 여전히 장엄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사막 인근의 관광 도시 우유니 또한 7년 전과 다름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비포장 도로, 기울어진 벽돌집, 한산한 거리, 작은 구멍가게들. 언뜻 ‘옛 모습을 간직한 낭만’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만 해석하기엔 많은 의문이 남는다.
우유니는 볼리비아 최대의 관광 수입원,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예컨대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하루짜리 6인 투어만으로도 약 500달러의 수익을 올린다. 현지 평균 임금으로 치면 두 달 치 월급을 하루 만에 버는 셈이다. 그런데도 도시는 7년 동안 정체되어 있었다.
이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한국만 보더라도 관광지가 뜨면 호텔, 카페, 쇼핑몰, 각종 편의시설이 빠르게 들어서며 지역 사회가 발전한다. 더 나은 인프라가 다시 관광객을 유치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우유니는 우유니 사막이라는 세계적 자산을 옆에 두고도 그 혜택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일까? 나의 주된 여행 목적은 '호기심 해소'일 때가 많다. 이번에도 나는 점심시간을 틈타 사진을 찍어주는 투어 가이드를 붙잡고 질문 폭격을 시전했다. 그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투어 사업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낸 세금이 인프라에 쓰이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보세요, 시내에 아직도 아스팔트 도로가 없잖아요.” 그는 부정부패를 의심했다.
실제로 그는 이런 사건을 예시로 들었다. 파트리시오 멘도자 전 우유니 시장은 2018년 공공 토지를 개인에게 불법 이전한 혐의로 체포되어 수감되었다. 검찰은 직권 남용, 국가에 해가 되는 계약, 의무 불이행, 비경제적 행위, 사기 등 여러 죄목을 적용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가 컨설턴트 회사를 통해 돈을 받고 공공 토지를 사유화했다는 의혹이 돌았다. 결국 법원은 그의 예방 구금을 명령했다.
공공 투자가 부실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이드의 설명은 이러했다. “겉모습만 그렇습니다. 주민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집 외관을 일부러 미완성 상태로 둡니다. 벽돌을 쌓다 만 채로 남겨두거나 창문을 설치하지 않은 채 생활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겉으로는 판자촌처럼 보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의외로 호화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기묘한 생활 습관이 아니라, 제도적 신뢰의 결핍이 지역 발전을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주민들은 소득을 올려도 세금이 공정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합법적 납세나 합리적 투자 대신, 세금을 회피하거나 자산을 은폐하는 전략을 택한다. 세수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해 공공 인프라는 여전히 취약하다. 설령 세금이 걷힌다 해도 부정부패로 소모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곧 공적 자원의 결핍 → 인프라 미비 → 지역 경쟁력 저하 → 투자 기피 → 다시 공적 자원의 결핍이라는 악순환을 고착화시킨다.
전 세계 사람들이 평생 한 번쯤 가기를 꿈꾸는 보석 같은 관광 자원을 지니고도, 그 가치를 지역 발전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현실. 그것이 내가 다시 찾은 우유니에서 느낀 가장 큰 아이러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