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나사이
2.5그램
012번째 2.5그램
작은 조각에서
더 큰 조각으로.
+
조금만 건드려도
까르르 웃던 시절은 끝났습니다.
손만 흔들어줘도
웃음이 터지던 그때가 기억나지 않을 때 즈음
내 속에 감정의 문을 닫았습니다.
어떤 때는
너무 상처가 커서
여러 개의 문을 닫았어요.
문이 하나씩 닫힐 때마다
빛이 들어오는 창구가 하나씩 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그 문으로 금방 빛이 차올라서
나는 더 많이 따뜻하고
더 많이 밝았었는데.
닫은 만큼
어두워졌어요.
어쩔 때는 그냥 닫는 게 아니라
못질까지 했습니다.
'아무도 들어오지 마'
커다란 못이 살을 파고들 때마다
다시는 열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더 깊게 새겨졌어요.
아픈 만큼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졌습니다.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하고
아무것도 나갈 수 없는 상태.
나는 비로소 가장 평온한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어둡고
너무 외롭고
그래서 너무 아팠습니다.
문을 다시 열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다시 저 못을 빼내는 과정이 무서웠어요.
슬그머니 용기를 내봐도
어느새 내 안은
너무 어두워져서 문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조차 없었습니다.
영원히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살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 때
똑똑 작은 노크소리가 들려왔어요.
그 작은 노크 소리.
그 작은 두드림에
가슴이 빨리 뛰었습니다.
'거기 누구 있어요?'
'네! 제가.. 제가 있어요!'
대답하고 싶었습니다.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 봅니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고
손을 뻗어서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던 그 문의 손잡이에
손을 얹었습니다.
낮게 숨을 한번 쉬고
문을 열자,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그쪽에 있었네요?"
"네. 고마워요"
뜬금없는 대답에도
그 사람이 웃어주었습니다.
저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결국
문을 닫은 것도
문을 다시 열어준 것도
사랑.
결국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