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건으로부터 #3 >
-오래된 팔찌.
보라요정(바깥양반)님이 오래전 사준 팔찌를 다시 꺼내어 찼다.
그래 이제 이 애정하는(?) 팔찌를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 매일매일 하고 다니던 건데 아토피가 심해진 이후로는 피부가 상해서 찰 수가 없었다.
손등에는 파랗게 자국이 남았다. 심한 상처가 오래가서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이렇게 나빠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이 자국도 조금 옅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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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교가 없다.
그냥 힘들 때는 모든 신들에게 기도를 드린다.(그래서 들어주겠니?)
돌아가신 아버지도 찾고 할머님도 찾는다.
그냥 나지막이 얘기해 보는 수준이지 몰입해서 현실을 잊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일은 도움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그중에서 독이 되지 않는 유일한 존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이다.
내가 이 팔찌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이 준 팔찌이기 때문이다.
기대면 기댈수록 좋다.
의지하면 의지할수록 좋다.
가끔 관계에 대한 오해가 가득 찬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런 것들이 오히려 독이 된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아니다.
나에게 기대어주는 것도 좋고 내가 의지하는 것도 좋다.
나도 너무 형편없이 몸이 박살 났을 때, 그 시절에 안 좋은 생각을 많이 했다.
모든 관계가 부질없으며 그냥 혼자 사는 세상이라 이것저것 다 저주하고 그런 시간들.
하지만 결국 그 터널을 지날 수 있게 해주는 존재는 사랑하는 사람, 내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이다.
계산 없이 말해도 괜찮고 그냥 들어주고 손 잡아주고 안아주는 존재들.
피부가 엉망이 되었을 때 이 팔찌를 찰 수 없는 게 속 상했다.
다시 못 차는 거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이런 날도 다시 온다.
늘 그렇다.
언젠간 오기는 하지만 그 오기까지의 과정을 견디지 못하곤 한다.
손등의 파란 멍은 지워지지 않아도 괜찮다.
볼 때마다 고통스러운 순간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나아졌음을 상기할 수 있어서 괜찮다.
얼룩덜룩한 피부는 문제 되지 않는다.
그냥 오랜만에 손목에 닿은 이 차갑고 보드라운 느낌이 좋을 뿐이다.
좋은 건,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