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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리테일 Mar 11. 2016

꿈은 어떻게 나를

물로 쓴 길 위로 달리게 하는가



<나는 이제 좀 행복해져야겠다>




당신과

나사이

2.5그램




86번째 2.5그램


+


꿈은

그렇게

물로 쓴 길 위를,

출렁이는 그 길 위를,

위태위태한 그 길 위를,


즐겁게

달릴 수 있도록 해준다.







아래 글은 2009년 11월

만화가들의 자선모임 및 공연

마지막 럽툰 공연을 하고 적은 글입니다.




+
제 어릴 적 꿈은
그림 그리고, 글 쓰고 노래하며

사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들으면 이거 완전 개미와 베짱이에

그 배짱일세~할 얘기지만

정말로 그랬습니다.

사실 전 (노래를 되게 잘 부르는 것도 아니지만) 노래를 할 만한 체질이 못됩니다.
실력은 되는데 건방지게 체질 탓을 한단 말인가!!!! 는 아니고요....-_-;;;;
위에 썼듯이 정말 그냥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는 얘기입니다.
아토피 때문에 어렸을 적 천식기가

좀 있어서 호흡도 짧고

결정적으로 비염 때문에

거의 늘 코가 막혀있거든요.
(대부분의 아토피는

비염과 천식을 동반합니다)
그러니, 노래를 마음대로 할 수가 없죠.

그런데 노래를 좋아해요.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요. ㅜㅡㅜ

 아무튼 대학 들어가서 다니기 시작한 병원에서 약을 좀 심하게 사용했습니다.
(물론 그때는 전 잘 몰랐습니다. 그냥 의사가 주는 약이니 오오~ 잘 듣는다

고맙습니다! 이랬죠)
그 약의 대부분은 강력한 스테로이드제인데, 이게 비염이나 천식에도

효과가 있거든요.
게다가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집니다.
물론 위에 적었듯이 그냥 의사가 주니까 치료제구나 하고 열심히 약 먹고 주사 맞고 그랬습니다.
그 덕분에 좋아진 몸(ㅜㅡㅜ)으로

1998년 겨울부터 1999년 겨울까지 일 년 동안 좋은 형들을 만나

꿈같이 밴드 생활을 했어요.
마지막으로 공연한 게 1999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이었습니다.

2000년이 되자마자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여러 가지로 알아보았더니 스테로이드 부작용들이더라고요.
병원에서도 이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약도 줄여야 한다고 하고

저는 지식도 없는 상황에서 충격먹고

약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한번 인생 마감할 뻔했죠.

(-_-;;; 아아... 역시 만화가는 마감!!)



+원래는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좋은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면서

서서히 줄여나가야 해요!!

제 경우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정상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라 그랬던 것이고

각 환우마다 다 각자의 방식, 상황, 병증이 다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스테로이드를 사용 안 한다거나

확인되지 않은 방법들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 후로
대략 1년 하고 4개월 정도를

집 밖으로 못 나갔습니다.
그냥 못 나가는 정도면 뭐 대충 그러겠는데 반 시체처럼 지냈죠.
60킬로였던 몸무게는

거의 막판에 40킬로로 줄어들었고
온몸이 피투성이 상처로, 머리도 다 빠지고 거의 죽기 일보직전까지 갔던 것 같아요.

-이래서 안된다는 겁니다

진짜 큰일날 수 있어요!!!-


그렇게 집에서만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글 쓰고 만화 그리는 일밖에 없었어요.
혼자서 연습장에 이것저것 쓰고

그리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웹에이젼시를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제 사정을 알고는 집으로

태블릿을 갖다 주고
인터넷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를 해줘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도와줘서 2002년에 뻔쩜넷을 열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생 최악의 순간이 꿈을 향해 걸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
그 후에도 해마다 몇 개월씩 심해져서 엄청 고생하고 나아지기를 반복했어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나름의 치료들을 (참 힘들고 고되지만) 꾸준히 했습니다.
몸이 많이 안 좋아도 일단 그림은 그릴 수 있었고 노래에 대한 꿈도 계속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뻔쩜넷에서 윈앰프로 방송도 하고 집에서 녹음한 노래도 간간이 올리고 그랬습니다.(지금은 다 폭파시켰...-0-)그림그리고 글쓰는 꿈은 이루고있으니
언젠가는 다시 즐겁게 노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프로 가수가 되고 그러는 게

꿈이 아닙니다.
열심히 글 쓰고 그림 그려서 번 돈으로

합주실도 마련하고
옛날 밴드 형들이랑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그냥 즐겁게 예전처럼 밴드 해보는 것.
그래서 조그만 클럽에 모여서 공연하고 우리끼리 녹음도 해보고 그런 것!
그거였거든요.

그렇게 한해 한해 보탠 게 2000년부터 지금까지 10년입니다.
뻔쩜넷 문 연지는 7년이 되었고요.
지금 전 완전히 몸이 좋아지진 않았지만 계속 나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망가진 부분들도 많지만 많이 좋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예. 그리고 이렇게 럽툰 식구들과 같이 공연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일이
제게는 엄청나게 힘든 일일 때가 많아요.
그것을 일일이 설명하기도 힘들고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게 참 원망스럽고 힘들 때도 많지만
생각해보면 전 꽤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들이 모여서
지금을 살아갈 수 있게,
먹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요.

이제 저는 다음 꿈을 꿉니다.
뻔쩜넷 식구들과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작은 클럽에서 편안하게 공연하는 거예요.
선물도 막 나눠주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그렇게 하려면 더 건강해져야 해요.
그리고 더 열심히 일해서

돈도 더 벌어야 합니다.



지금도 제 꿈의 일부가 되어준 뻔쩜넷 식구분들께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서 고맙다고 말씀드리지만
언젠가 작은 클럽에서 직접 앞에 모셔놓고 고맙다고 얘기할 수 있는 날을 꿈 꿔봅니다.

https://youtu.be/URtPMSRlxYY

(U2의 이 곡은 제가 나중에 다시 밴드로 공연하면 꼭 하고 싶었던 노래였어요.
아쉽게도 올 밴드로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흑흑흑)


하고 싶은 이야기는 훨씬 길지만

여기서 줄일게요.
꿈은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멈추지 않고 말입니다. ^-^





그 꿈이요?

네.

아직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 위의 글을 쓴지

다시 6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고

첫 책을 냈을 때부터 하고 싶었으니까

그때부터는 14년.

10번째 책을 내고서

물로 쓴, 그렇게 출렁이는  

아슬아슬한 길 위를 달려서

곧 만납니다.





공연정보




3월17일 현재 매진되었습니다.


-공연예매방법-

*1인 10,000원

1. 010-2835-7415 남은자리 확인문자후
자리 확인후 입금.
2. 국민은행 / 580901-01-116229 정학재(스튜디오 뻔) 입금
3. 입금후 문자 보냄 [성함/인원/페리북콘]


-좀 더 자세한 공연정보는

아래 포스터를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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