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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리테일 Sep 04. 2017

오랫동안 지속한 일은 무엇을 가져다주는가

15년째 이어지는 시간기록장 이야기


페리테일의

15번째

시간기록장



+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일기를 써왔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초등학교 때부터인데

그때부터 쓰고 그리고를 반복했었죠.



그때는 잘 몰랐지만

무언가 쓰고 그리는 행위들은

제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힘들었던 시간들을

지나갈 수 있게 도와주고

계속 꿈을 꾸라 말해주고.


아무튼 그렇게 기록하는 일들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서도 계속되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속지를 바꿔가며

10년 가까이 세 권의 (커다란) 가죽 다이어리를 사용했습니다.





2002년 처음 오토바이로 남부순환로를 탔던 날.


지금도 그때의 일들을 기억하고 싶으면

저 일기들을 꺼내보면 됩니다.


저는 계속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고

운이 좋아

그 글과 그림들이 책이 되었고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쓰며

먹고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의 제 7할 이상이

기록하는 습관 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04년

제 그림과 글로 만들어진 일기장,

시간기록장을 만들었습니다.

기존의 일기는 꺼내보기가 힘들어서

책처럼 만든 다음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책처럼 만들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첫 번째 시간기록장 만들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저 표지는 그 당시에도 상당히 비싼

수입지였는데 종이가 가죽처럼 보들거리고

불에도 타지 않는 그런 재질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불에 타지 않는 것은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닌데

깔깔 웃으며 끝내준다 그러면서 좋아라 저 비싼 종이로

표지를 만들었죠.


내가 쓸 다이어리,

그래서 시간기록장이라는 이름도 지어주었습니다.


첫번째 시간기록장을 만들고 첫 장에 써놓은 이야기.




농담처럼

'한 10년만 만들어서 책장에 쭉 꽂아놓으면 죽이겠다'

이렇게 말했었는데

정말로 시간기록장을 10년 동안

만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이것도

기록하는 습관 덕분이라 생각해요.


10년의 시간들이

켜켜히 쌓였습니다.

정말로 10년,

10권의 시간기록장.


그리고 다시

4년의 시간을 더해

내년 시간기록장을 만듭니다.





중간중간 못 만들 위기도 많았고

이제 사용하는 사람도 적으니 그만 해야 하나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 다 저의 몫이고

저는 아직 쓴다는 것,

기록이 주는 힘을 믿기 때문에

올해도 조용히 시간기록장을 만듭니다.


기록이 제게 주었던 것들....

무언가를 오랫동안 한다는 것,

오랫동안 꿈꾸는 것,

그것들을 기록해 놓는 것,


예를 들면

2004년에 써놓은 일을



2016년에 해냈을 때의 짜릿함 같은 것.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이야기를

꺼내놓고 현실로 만드는 일.

물 로쓴 길 위를 달려갈 수 있게 만드는 힘.

그래서 제가 14권의 시간기록장을 만들고

11권의 제 책을 낼 수 있도록

해주는 일.

오랫동안 기록했기

때문에 제게 일어난 일입니다.






이제

 15번째 시간기록장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5번째 시간을 같이 기록할 사람들을 찾습니다.





https://tumblbug.com/perytail_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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