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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리테일 Oct 11. 2019

오래 하는 것에 대하여

열일곱 번째와 열두 번째



열일곱 번째 시간 기록장

열두 번째 단행본



그 수많은 낙서들, 
정말 그림이 되다


오래 하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인가?




기억나지 않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종이 한 장과 연필만 쥐어주면 

하루 종일 즐겁게 보내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그리고 쓰던 것이

일기 쓰기로 번져나갔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일기 쓰기는 대학교로 이어졌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는 시스템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는데 

제일 큰 사이즈의 가죽 다이어리를 쓰면서 해마다 속지를 갈아서 썼어요. 

일 년을 다 쓰면 새로운 속지를 사서 갈아 끼우고 전에 썼던 속지 내용은 비닐에 넣어 보관했었죠. 

몇 년간 쓰던 가죽 다이어리 겉표지가 너덜너덜 해지면 교환했는데 세 번을 갈아치웠죠. 

그렇게 늘 쓰고 그리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다이어리는 제가 꼭 만들고 싶었던 제품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쓰고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다 보니

운 좋게 그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었습니다.



2002년 친구가 만들어준 제 개인 사이트 뻔쩜넷.

그 뻔쩜넷에 매일같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해서 그 해 겨울

 처음 나온 첫 책 포엠툰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그 덕분에 지금까지 10권의 책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때 생긴 돈으로 작은 회사를 차리고 제 캐릭터를 이용해

 소소하지만 순전히 제가 좋아하는 -_-;; 제품들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2004년 처음 만들게 된 것이 바로 "시간기록장"이었습니다.

어떤 것을 만들까 고리 오래 고민되지 않았던 것은 

위에 얘기처럼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때까지 계속 일기를 그리고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 시간 기록장이 나오고 진담 반 농담 반 이야기한 게 딱 10권, 10년만 만들었으면 좋겠다 였는데

정말로 10년 동안 무수한 일들을 겪으며 만들었고 시대가 변하면서 종이 다이어리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

이제 그만 만들어야지 하는 순간순간마다 많은 분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그 후로 다시 6년을 더 만들어 무려 16년째, 

16권의 시간 기록장을 만들었습니다.


 




일 년에 한 권씩 만들어서 다쓰면 
책처럼 꽂아놓고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기록,
나의 모든 기록,
다이어리라는 말이 있지만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서 시간 기록장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딩하고
작업은 디지털로 하지만 손으로 줄을 긋고 숫자를 적고 글씨를 써서 아날로그 책을 만들듯이 한 장 한 장 쓰고 그렸습니다.





오래하는 것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지속함으로써 쌓인 그 시간이 주는 힘들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 살아가는 에너지중에 상당부분이

바로 시간이 쌓아준 '그 것' 들이었습니다.





이제 17번째 시간기록장을 만듭니다.


16년 동안 늘 여름부터 그다음 해의 시간기록장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올해도 작업을 시작하려는 순간, 

계속 만들어야 하나 살짝 고민을 했지만 버틸수 있다면 버티고

갈수 있다면 가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빠른 디지털 세상에서 아직 하얀 종이와 펜을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분들, 

하루 작은 한 줄 , 펜이 종이 위를 미끄러지며 내는 사각사각 소리를 좋아하는 

아날로그를 애정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합니다.







https://www.tumblbug.com/pery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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