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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리테일 Apr 01. 2021

시간과 정성이 만들어준 선물

보라요정 10년가게 정리의기록 #3

보라요정 10년가게 정리의기록 #4보라요정 10년가게 정리의기록 #4


보라요정의

10년가게

정리의 기록


#3



보라요정의 가게 뒷문 골목에는 

보라요정이 심고 가꾼 담쟁이가 있었다.

무려 10년의 시간 동안.

 '있었다'라고 썼냐면 

며칠 전 가게 철거 날 다 뜯어냈기 때문이다.


이 골목, 이 자리에서 우리도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인 '또 오해영'의 유명한 키스신도,

그리고 많은 광고, 드라마, 영화 촬영이 있었다.




담쟁이가 건물을 전부 다 덮어버리면 오히려 예쁘지 않다고 보라요정은 매일같이

어떤 줄기는 잘라내고 어떤 줄기는 더 예쁘게 모양 나라고 테이프로 고정해놓으며 모양을 잡았다.

골목 안에 숨을 불어넣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보라요정은 식물을 기르는 것으로 숨을 불어넣었다.

(맞은편 집 화단도 집주인에게 얘기하고 보라요정이 심고 가꾼 것이다)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파랗게 잎이 나기 시작하고






 여름이면 어느새 푸르디푸른 잎으로,









그리고 가을에는 수채물감을 부어놓은  변해서 

참 아름다웠다.



해가 내리는 오후가 되면 

이 골목 안으로 들어차는 노을빛과 식물들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순간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장사를 위해서 한 일이다.

하지만 꼭 돈을 위해서만 한 일은 아니다.

가게를 해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무언가를 

소중히 가꾸고 꾸며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가게 철거  좋게 끝내고 싶었지만 

(누구라고 지칭하지는 않고싶..)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가게를 빼고 나갔다면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나가게 되는 것이라 원하는 대로 다 해주었다.



이파리 하나 남기지 않고 떼어내라 해서 

전부 떼어냈다.

10년간 겪어본 바로는 

워낙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

 이런 부분에 대해 얘기 나눌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가게에 대해, 본인 건물에 대해 이해도가 1도 없는,

시간과 정성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것이 뭔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니 

이렇게 하는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10 동안 매일, 타들어갈까 상할까 

애지중지 물 주고 가꾼 아이들을 파내고 떼어내는 

보라요정의 마음이 어떨지 

나는 겨우 손톱만큼 짐작할 뿐이다.



그냥 당신의 봄이었던  아이들 

마음에 담아 가져가는 거라 말해주었고 

오히려 애정도 없고 관리도 못할 사람이 

죽이는 것보다는 낫다고,

그렇게 우리가 담아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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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고스란히 담아왔으니 

안녕이라고 인사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40번의 계절 동안  자라서 

보라요정의 가게를 감싸주었던 

사람보다 나은 담쟁이 잎들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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